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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일 없는 데도 '삼시세끼' 보면 마냥 행복한 이유

조회수 2020. 6. 1. 16: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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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면 마냥 행복한 기분이 든다.
“차승원 씨가 정말 평소에 해주는 게 다 맛있고 다 잘 먹고 있는데… 제가 잡으면 딱… 재밌게 보시면 좋을 텐데… 그래서 꼭 ‘뭘’ 잡고 싶다가 아니에요. ‘뭐든지 잡고 싶다’죠. (웃음)"

과연 ‘참바다 씨’ 유해진은 낚시에 성공할 수 있을까? <삼시세끼> 어촌편5가 채널A <도시 어부>는 아니지만, 언제부턴가 이 질문이 프로그램의 큰 화두로 자리 잡았다. 누가 따로 미션을 준 것도 아니지만, 이미 많은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누구보다 유해진 스스로가 그렇다. 물론, 차승원과 손호준도 유해진이 한 건 해주길 내심 기대하고 있다. 아니, 대놓고 바라고 있다고 해야 할까?


첫날 기적처럼 전복을 딴 이후 세끼하우스 가족들은 한참 동안 어류 자원을 구경조차 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끼니는 죄다 뒷마당에 있는 텃밭의 식재료로 해결해야 했다. (그 또한 푸짐하고 든든한 끼니였다.) 심지어 어떤 날은 구황작물로 끼니를 때워야 했다. 첫 번째 게스트 공효진은 정말 거북손 말고는 어류 자원을 구경조차 하지 못했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먹을 게 없었다.


그러다 지난 회 거대한 돌문어를 잡는 쾌거를 거뒀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그건 통발 덕분이지 유해진의 낚시로 거둔 성과는 아니었다. 안타깝게도 낚시는 늘 실패였다. 하루는 날이 좋지 않아서, 하루는 운이 나빠서, 그렇게 실패만 늘어갔다. 시청자들은 유해진의 웃음을 한 차례 구경했지만, 그런 만큼 낚시에 성공한 후에 나오는 ‘찐’ 웃음에 대한 갈망은 더욱 커졌다.

날씨 좋은 어느 날, 유해진은 다시 낚싯대를 잡기로 했다.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뭔가 보여줄 차례였다. 돌문어도 잡혔겠다 왠지 조짐이 좋았다. 이번에는 제작진의 배를 타고 이동하기로 했다. 조류가 강해 유해진의 작은 ‘형배’로는 버거웠기 때문이다. 기왕에 얻어타기로 한 김에 멀리까지 나가보기로 했다. 먼 바다(차승원의 농담처럼 에게 해는 아니었다)에선 기쁜 소식을 만날 것만 같았다.


배를 타기 전 유해진은 긴장이 됐던지 말까지 더듬었다. 부담감 때문이었으리라. 아뜰리에 ‘뭐슬’에서 동요를 부르며 마음을 진정시켜보고, 바닥을 쓸고 운동을 하며 긴장을 풀어보기도 했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압박감에 맞섰다. 자, 이제 바다로 나갈 시간이 됐다. 만선까진 바라지 않더라도 제발 뭐라도 잡히길 기대하며 유해진은 바다를 향해 나아갔다. 그리고 낚싯대를 힘껏 던졌다.


섬살이 6일 차, 4번의 낚시는 모두 번번이 실패로 끝났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다르리라. 몇 차례의 입질과 허탕이 반복됐다. 미끼를 채어 가는 물고기의 힘이 보통이 아니었다. 그렇게 선상 낚시를 한 지 4시간이 지나갔다. 다시 입질이 느껴졌다. 이번엔 묵직했다. 유해진은 낚싯줄을 감아올렸다. 랜딩(낚시에 걸린 물고기를 바깥으로 끌어내는 것)은 무려 5분 동안 이어졌다.

“저 5년 만에 만났습니다. 이게 참돔입니다. 잡혀도 어떻게 이렇게 큰 게 잡히냐. 하하하하하하하.”

긴 기다림 끝에 물 위로 모습을 드러낸 건 참돔이었다. 5년 전 <삼시세끼> 어촌편에서 처음 언급된 이래 지금껏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환상의 물고기였다. 유해진은 포효했다. 만재도에서부터 시작된 낚시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참돔이라서, 그토록 잡고 싶었던 녀석이라서, 그리고 그 엄청난 크기에 놀라서 말을 잇지 못했다. 무려 66센티미터짜리 참돔이었다.


참돔을 낚은 유해진의 얼굴엔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세끼하우스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그토록 가벼울 수가 없었다. 손호준은 그런 유해진을 버선발로 맞이했고, 차승원은 실제로 참돔을 영접하고서 화들짝 놀랐다. 풍악을 울려도 될 만큼 경사였다. 차승원은 서둘러 손질에 들어가 회를 떴다. 신선한 참돔회는 정말 감탄을 자아냈다. 도란도란 모여 앉은 그들의 얼굴이 정말 행복해 보였다.


차승원, 유해진, 손호준 세 사람의 실제 삶이 어떠한지 우리가 속속들이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삼시세끼>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은은하게 드러나는 그들의 삶은 참 따뜻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이 일상을 한마디로 정의하라면 행복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그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조금씩 행복해진다. 그건 아마도 <삼시세끼> 어촌편5의 시청자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어떤 상태이자 감정일 것이다.

그렇다고 세 사람이 무슨 대단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니다. 거창한 무언가를 내세우지도 않는다. 그들은 작은 것에도 (그들만의) 의미를 찾아내고, 사소한 것에도 큰 만족감을 느낀다. 그리고 그 감정들을 공유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서로를 배려하고, 어떻게든 도우려 한다. 상대방에게 공감하고, 웃고 맞장구치며 스며든다. 그런 모습들이 행복이라는 단어를 연상시키곤 한다.


물론 조건들만 따지면 그들이 마냥 행복할 수는 없었다. 구황작물로 끼니를 때워야 하는 시기도 있었고, 마음먹은 대로 잘되지 않는 순간들도 많았다. 계획은 자꾸 어긋났다. 그건 어쩌면 불행의 이유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서로를 향해 비난하거나 자책하며 시간을 보내지 않았다. 함께 있는 사람의 어깨를 토닥였고, 따뜻하게 위로했고, 농담을 건네며 크게 웃어 제꼈다. 그럼 되는 일이었다.


고비를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것, 어려운 상황에서 누군가를 탓하지 않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혹자는 방송이니까 그런 것 아니냐고 반문하겠지만, 사실 '주어진 상황에 어떻게 반응하느냐' 하는 문제는 기본적인 삶의 태도와 맞닿아 있어서 카메라가 있다고 해서 완전히 정제될 수는 없다. 보통 그럴 땐 (우리가 평소에 그렇듯이) 짜증과 불평이 앞서기 마련이다.

<삼시세끼>를 보면서 문득문득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까닭은 저들 안에 있는 행복을 발견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행복은 그냥 거저 얻어진 건 아닐 것이다. 불행의 순간들을 마주할 때마다 치열한 고민과 싸움이, 끝없는 자기 수양이 있었던 게 아닐까. 불행을 이겨내는 자신만의 방법을 알고 있는 저들은 끝내 참돔을 잡고 만찬을 즐길 수 있었다. 그런 날이 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설령 유해진이 이번에도 참돔을 잡지 못했다고 해도 저들은 그들만의 방법으로 그 불행을 견뎌냈을 것이다. 다시 그리고 계속해서 웃음으로 삶을 채워나갔으리라. 불행조차 행복으로 바꿔내는 저들의 일상이 있으면 작가 정지우가 쓴 <행복이 거기 있다, 한 점 의심도 없이>의 한 구절이 자꾸만 머릿속을 맴돈다. 그리고 입가에 미소가, 아니 행복이 지어진다.

‘행복한 사람을 좋아하면서 알게 된 것이 있다. 그들이 행복한 것은 불행할 이유가 없어서가 아니라 불행할 이유를 이겨내서라는 점이다. 불행할 이유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행복하다. 그들은 불행할 이유에 집중하는 대신, 오랜 자기와의 싸움을 통해 불행으로부터 자신을 어느 정도 차단하고 방어하며, 행복으로 들어가는 법을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행복한 사람에게는 반드시 저마다의 행복의 방법이 있다.’

* 외부 필진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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