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전 의석 예측, 맹신하면 안 되는 이유

조회수 2020. 4. 5.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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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9대 총선 예측과 결과를 살펴보자.

21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10일도 채 안 남았다. 각 언론사에서는 앞다투어 각 당의 예상 의석수를 발표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예측은 그동안 얼마나 잘 맞았을까? 과거 치러진 4번의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선거 직전 의석 예측과 실제 결과가 어떻게 차이가 났는지 살펴보자.

제16대 국회의원 총선거 (2000. 4. 13.)

출처: ⓒ선거관리위원회

김대중 대통령이 이끌던 새천년민주당(‘민주당’, 선거 직전 105석), 이회창 총재가 이끌던 한나라당(121석), 그리고 김종필 총재가 이끌던 충청권을 지역기반으로 한 보수정당 자유민주연합(‘자민련’, 52석)이 3당을 차지하고 있었다. 특히 민주당과 자민련은 연합하여 공동정권을 세우고 있었다. 한편,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중진 국회의원을 대거 공천탈락시키자, 여기에 반발한 사람들이 대거 탈당하여 민주국민당(‘민국당’, 9석)을 창당했다.


선거 직전, 사상 처음으로 후보들의 재산/병역/전과가 공개됨에 따라 ‘불량후보’ 논란이 나온 한나라당에 타격이 갔고,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어 민주당/자민련에 유리한 구도가 펼쳐지면서, 민주당이 의석을 크게 늘여서 1~2석 차이의 접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하였다.

우선 최대관심사인 ‘누가 1당이 되느냐’는 물음에 대해 여전히 모든 여론조사 전문가들이 ‘한나라당’을 꼽고 있다. 선거기간 시작전과 차이가 없다. “1-2석 차이로 민주당이 1당이 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지만 소수다. 대다수는 “민주당이 수도권에서 아무리 선전해도 영남 전체의석 65석 대 호남 전체의석 29석의 격차를 메우기란 어렵다”고 말한다.

각 당별 지역구 의석수는 얼마나 될까. 여론조사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나라당 103-105석, 민주당 100-102석, 자민련 25석 안팎, 민국당 2-3석, 무소속 2-3석’구도가 가장 많이 거론된다. “한나라당이 105석 이상을 가져가 민주당과 10석 이상 차이가 날 것” “민주당이 103-105석을 얻어 한나라당을 1-2석 차이로 앞설 것”이라는 소수의견도 있어 눈길을 끈다.

현재의 판세와 관련, 전국적으로 1·2위의 지지도 격차가 오차범위내에 있는 초경합지역이 35곳 안팎이라는데 여론조사기관간 차이가 없다.

"5석이내 차이로 한나라 1당될것”, 2000. 04. 10. 한국일보

그러나 결과는

예상 외로 한나라당의 상당한 승리였다. 한나라당이 당초 영남지역에서 3~5석 정도는 패배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울산 1석(무소속 정몽준)을 제외하고 모두 승리를 거뒀기 때문이다. 수도권 지역구에서도 예상보다 5~10석정도 많은 40석을 차지했다. 지역구 결과만 놓고 보면, 한나라당 112석, 민주당 96석, 자민련 12석, 민국당 1석으로 한나라당이 크게 앞섰다. 특히나 자민련이 지역구에서 예상보다 절반밖에 승리하지 못했다.


비례대표까지 합친 의석으로는, 전체 273석 중 한나라당 133석, 민주당 115석, 자민련 17석, 민국당 2석으로, 한나라당과 ‘민주+자민련’ 연합 모두 과반을 차지하지 못했다. 양측 모두 무소속 의원들과의 연합, 또는 3당의 합의를 통해 법안을 처리하는 등, 간신히 정국을 운영할 수 있었다.

제17대 국회의원 총선거 (2004. 4. 15.)

17대 총선은 역사상 가장 역동적인 선거구도로 진행되었다. 민주당 내 개혁파와 보수파가 큰 충돌을 일으키면서,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개혁파가 한나라당 내 개혁파와 함께 열린우리당(47석)을 창당하였고, 한나라당(139석), 민주당(62석), 자민련(15석)은 선거일 1달 전인 3월 12일에 노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지지발언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탄핵소추안을 가결시켰다.


이 탄핵안이 무리한 것이라는 여론이 들끓으면서, 열린우리당에 대한 지지가 폭증하였다. 탄핵역풍은 매우 강력하여, 전국적으로 열린우리당의 과반은 물론이요, 경남권에서도 절반 정도의 지역구 의석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하였다.

<오마이뉴스>가 7일 주요 정당들의 자체 점검과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본 결과, 전국 243개 선거구 가운데 혼전지역이 50곳 가량 되는 가운데 열린우리당이 135∼145곳, 한나라당이 40∼50곳에서 우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자민련, 국민통합21은 각각 1곳에서 우세)

(…)

영남권은 68개 지역구 중 한나라당이 절반 이상의 지역에서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열린우리당이 10곳에서 우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20여 곳은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초경합 양상으로 접어들어 승부를 쉽게 점칠 수 없는 상황이다. PK는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우세지역이 각각 17, 13곳으로 드러나 '1당 독식'은 끝날 분위기다.

[중간 판세 점검] 열린우리 135∼145, 한나라 40∼50 우세 , 2004. 04. 07. 오마이뉴스

그러나 불과 2주일의 선거운동기간 동안,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거대여당 견제론’ 캠페인,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젊은이들이 미래의 주역이니, 어르신들은 투표 안 하셔도 된다’ 발언의 파장 등으로 한나라당의 가파른 상승세, 열린우리당의 급격한 추락이 이어졌다. 열린우리당의 과반조차도 확실치 않으며, 1/2당의 차이는 매우 작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1, 2당간의 박빙의 승부가 펼쳐질 것이라는 데에는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조용휴 폴앤폴 대표는 "주말을 기점으로 한나라당 상승세와 열린우리당 하락세가 멈춘 시점에서 터져나온 정동영 사퇴가 판세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 재미있는 것은, 정동영이 사퇴하기 전날 노무현 대통령의 산행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이 같은 흐름이 벌써 나타났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조 대표는 1, 2당의 지역구 의석 차이를 5석, 비례대표까지 합칠 경우 10석까지 벌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규철 에이엔알 상무는 "열린우리당의 과반수는 물건너갔고, 한나라당과 우리당이 1당을 놓고 치열한 싸움을 벌일 것이다. 1당이 140석, 2당이 120석으로 1, 2당의 차이가 20여석에 불과할 것 같다. 70군데 정도가 여전히 혼전이라 판정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 염동훈 현대리서치 이사도 열린우리당의 과반수 점유에 비관적인 전망을 던지며 양당의 의석 차이를 20석 정도로 꼽았다.

[최종판세] 60곳 초경합, 20∼30대 투표율이 관건
수도권 34, PK 12곳 등에서 혼전 계속, 2004. 04. 14. 오마이뉴스

그러나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예상보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차이는 컸으며, 전체 299석 중 열린우리당이 152석으로 간신히 과반을 차지했다. 한나라당은 121석으로 1당과 차이는 컸지만, 영남권 전체 지역구 68석 중 8석을 제외하고 모두 지켜내는데 성공했다. 민주당과 자민련은 각각 9석과 4석으로 크게 무너졌으며, 대신 민주노동당이 비례대표 정당득표율 13.0%를 바탕으로 10석을 획득, 민주화 이후 최초의 진보정당 원내진출, 제3당을 이뤄냈다.

제18대 국회의원 총선거 (2008. 4. 9.)

이명박 대통령이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된 지 5달 뒤, 취임 1달 반 뒤에 치뤄진 총선인 만큼, 여당인 한나라당(112석)에 대해 우호적인 상황이었다. 게다가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은 대선참패 후 이합집산을 거쳐 통합민주당(‘민주당’, 136석)으로 재편된 지 얼마 안 된 어수선한 상황이었다. 문제는 한나라당이 얼마나 많은 의석을 차지하느냐였다.


그러나 한나라당 내부에서 분열이 일어났다. 먼저, 대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서 15.1%의 고득표를 올린 이회창을 중심으로, 충청권 보수정당 자유선진당(9석)이 창당되었다. 또한 한나라당이 친이명박계 후보들을 대거 공천하면서, 여기에 반발하고 나온 친박근혜계가 ‘친박연대’(3석) 또는 무소속으로 출마하고 나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표일 전날까지, 한나라당이 적어도 160석을 얻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이 4·9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얻을 의석수를 160~180석으로 보고 있다.

<한겨레>가 8일 총선 여론조사를 수행한 여론조사기관 6곳에 의석 전망치를 물어본 결과, 6곳 모두 한나라당 의석을 160석 이상으로 예측했다. 180석을 웃돌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민주당 의석은 개헌 저지선인 100석에 미치지 못하는 75~90석으로, 자유선진당 의석은 교섭단체 구성요건에 미달하는 15석 안팎으로 예상했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한 한 전문가는 “수도권 접전지역의 한나라당 지지층이 결집하면서 한나라당 의석이 애초 예상보다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여 ‘표쏠림’ 뚜렷 160~180석…민주 75~90석 예상”, 2008. 04. 08. 한겨레

그러나 결과는

막상 한나라당은 전체 299석 중 153석만 획득하며 간신히 과반을 넘겼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도 각각 81석과 18석으로 예상보다 크게 앞서지 못하였다. 대약진한 것은 이른바 ‘친박’ 세력과 ‘민주당 탈당세력’이었다. 대구를 중심으로 한 친박연대가 지역구 10석에 비례대표 득표 3위(13.2%)로 총 18석, 부산/경북을 중심으로 한 ’친박 무소속 연대’가 17명 당선으로, 친박세력이 무려 35명의 당선자를 배출한 것이다. 민주당에서도 공천에 탈락한 호남지역 의원들이 대거 무소속으로 출마, 8명이나 당선되었다.


친박연대와 무소속 당선자 대부분이 한나라당/민주당으로 복당하면서, 여야 숫자만으로 보면 대략 한나라당 185: 민주당 90: 자유선진당 18석으로, 선거일 직전 예측과 얼추 비슷하다. 그러나 한나라당 친이계의 수장으로 평가받던 이재오(서울 은평구 을), 이방호(경남 사천시)가 친박 지지층의 표를 잃어, 문국현(창조한국당)과 강기갑(민주노동당)에게 패하는 이변이 벌어졌다. 여기에 친박 세력까지 대거 생환하면서, 18대 국회가 친이계의 무대가 될 것이라는 예측은 완전히 벗어났다.

제19대 국회의원 총선거 (2012. 4. 11.)

4년 전과 반대로, 다음 대통령 선거가 같은 해 12월에 치뤄질 예정이었다. 이번에는 한미 FTA,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4대강 정비사업, 민간인 불법사찰 등의 문제가 겹치며,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말 심판 정서가 강했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야권연대를 통한 후보단일화로 2010년 전국동시지방선거, 2011년의 재보궐선거(경기 성남시 분당구 을, 전남 순천시, 강원도지사, 서울시장)에서 계속해서 승리했다. 이 기세를 몰아서 민주통합당(89석)과 통합진보당(7석)으로 개편된 야권은 총선에서 정책 합의와 전국적인 야권연대를 선언했다. 한편 자유선진당(14석)과 한나라당은 지속되는 패배로 자신감을 잃어갔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에서 새누리당(174석)으로 개명한 뒤, 김종인/이상돈/이준석 등의 비상대책위원과 함께 경제민주화 공약, 이명박 정권 비판 등을 통해 여댱으로서의 입장에서 개혁적 이미지로 바꾸기 시작했다. 반면 민주당과 통진당의 후보단일화 협상 과정에서의 갈등, 공천후보에 대한 논란, 무엇보다 서울 노원구 갑의 ‘나는 꼼수다’ 출신 김용민 후보의 부적절한 강간발언으로 인해, 민주당 단독 과반도 가능하다는 의견은 사그라들었다.

서울신문이 8일 선거 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한 결과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비례대표를 포함해 135~140석 안팎에서 제1당을 다툴 것으로 분석됐다. 과반 의석인 150석 이상을 차지할 정당은 없다는 분석 아래 민주당의 제1당 가능성을 점치는 의견이 소폭 우세했다. 또 예상 의석수를 밝힌 응답자 중 16명은 새누리당 예상 의석수로 126~140석을 꼽았고, 민주당이 131~140석을 차지할 것으로 본 응답자는 18명(일부 중복)이었다. 새누리당이 140대 의석을 차지할 것이라는 응답자와 민주당이 140대 의석을 차지할 것이라는 응답자는 각각 2명이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정치사회조사본부장은 “선거가 ‘정권 심판론’으로 치러지고 있다.”고 전제한 뒤 “새누리당 127∼132석, 민주통합당 140∼145석”이라고 분석했다. 윤성이 경희대 교수와 김종욱 동국대 교수도 민주당 140석 안팎, 새누리당 130석 안팎으로 각각 전망했다.

[선택 총선 2012 D-2] 선거전문가 20명 여야 판세 전망
“새누리가 10석 앞설 것” “민주 + 진보 140석… 야 승리”, 2012. 04. 09. 서울신문

그러나 결과는

불구하고 선거 직전까지, 민주당이 근소한 차이로 제1당이 되고, 민주당과 통진당의 야권연대가 과반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였다. 그러나 결과는 충격적이게도, 전체 300석 중 새누리당의 152석 과반 차지였다. 민주당은 127석, 통진당은 13석을 확보했다.


야권연대가 총력을 기울인 경남 남부/부산 서부 ‘낙동강 벨트’에서 3명밖에 당선자를 배출하지 못했고, 반대급부로 강원/충청지역에서 새누리당이 대승을 거두었다. 경기/인천에서도 야권연대가 충분한 차이를 벌리지 못하면서, 새누리당의 극적인 승리로 끝났다. 새누리당은 이후 5석의 자유선진당까지 합당하면서, 여유있는 과반을 차지한다.

그러니 결론은

1) 선거예측에 일희일비 하지말고

2) 우리 모두 4월 13일에

3) 투표합시다

* 외부 필진 20timeline 님의 기고 글입니다.

* 2016년 4월 1일 글을 일부 수정해 재발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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