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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만 공격하는 개? 강형욱 교육법에 감탄 나온 이유

조회수 2020. 3. 31. 12: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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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자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복슬복슬한 털을 지닌 비숑 프리제는 발랄함의 대명사로 잘 알려진 프랑스 견종이다. 상당히 고급스러운 외모를 지녀 실제로 보면 사랑스럽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반려견으로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강형욱 훈련사는 비숑 프리제가 의외로 예민할뿐더러 경계심이 많은 견종이라고 설명하며 자신이 듣기로는 사납기까지 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30일 KBS2 <개는 훌륭하다>에 고민견으로 등장한 구름이는 2살 비숑 프리제였다. 아니나 다를까, 고민은 구름이의 예상치 못한 공격성이었다. 최근 몇 주 동안 오브차카와 로트와일러, 핏불테리어 그리고 잉글리시 불도그 같은 덩치가 큰 맹견을 상대했던 이경규와 이유비는 상대적으로 체구가 작은 비숑 프리제를 두고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구름이는 생각보다 만만하지 않았다. 


보호자는 구름이가 어린 손자들을 향해 공격성을 드러낸다며 고민을 털어놓았다. 할머니 댁에 찾아온 손자들은 항상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했다. 우선, 계단에 숨어 구름이를 붙들고 있다는 신호를 받은 후에야 현관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물론, 들어가자마자 곧장 방으로 직행해야만 했다. 손자들을 발견한 구름이가 심하게 짖어대기 때문이다. 화장실에 갈 때도 “나가도 돼요?”라고 물어야 할 정도였다.

과일을 먹기 위해 손자들이 잠시 거실로 나오자 구름이는 갑자기 아이들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기습적인 공격에 깜짝 놀란 아이들은 혼비백산했다. 서둘러 몸을 피했지만, 핏기가 사라진 얼굴에서 공포의 깊이를 느낄 수 있었다. 보호자는 괜찮다며 아이들을 안심시키려 했으나 무의미한 일이었다. 결국 보호자는 구름이를 향해 고압적으로 소리를 질렀고, 이후에는 격리시킬 수밖에 없었다.


이미 구름이는 세 차례나 아이들을 문 전력이 있었다. 공포심이 생기는 건 당연했다. 이유비도 어릴 때 같은 경험을 했다며 그것이 개를 두려워하게 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도대체 무엇 때문일까. 구름이는 왜 아이들을 향해 짖어대고 심지어 물려고 하는 걸까. 거실에서 구름이와 함께 TV를 보고 산책을 하고 싶다는 아이들의 꿈은 이뤄질 수 있을까? 보호자의 바람처럼 이들은 가족이 될 수 있을까? 


먼저 구름이의 공격성이 ‘아이’에게만 발현되는지 확인해야 했다. 첫 번째로 이유비와 게스트 솔비가 투입됐는데, 구름이는 어김없이 짖어대며 달려들 태세를 보였다. 두 사람은 화들짝 놀라 몸이 얼어붙었다. 다음엔 이경규가 투입됐다. 구름이는 성인 남성에게도 같은 반응을 보였다. 이로써 구름이가 단지 아이들에게만 공격적인 게 아니라 낯선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리고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확인됐다. 강 훈련사는 보호자에게 방 안으로 들어가 달라고 요청했는데, 그러자 구름이는 180도 달라졌다. 보호자가 사라지자 조금 당황하긴 했지만, 이전처럼 낯선 사람들을 향해 짖지도 않았으며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지도 않았다. 놀랍게도 (강 훈련사의 예상대로) 구름이는 굉장히 얌전해졌다. 강 훈련사는 이게 구름이의 본 모습이라 설명했다.

“위험한 개는 아니에요. 괜찮아요. 지금 강아지 텐션감 없어요. 보호자가 없으니까 아예 순둥이가 됐네요. 강아지가 보호자가 있을 때 경계심이 많은 거 같고요. 자존감도 낮고 자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개들이 맹목적으로 내가 믿는 사람만 있으면 짖어요.”

구름이의 본질적 문제는 사회화 경험이 없다는 것이었다. 보통 개는 생후 3~12주에 사회화 시기를 맞이하는데, 이때 좋은 경험을 많이 하면 성격이 좋아진다고 한다. 유아기 시절의 경험이 중요한 건 사람이나 개나 마찬가지였다. 아마도 구름이는 그 과정이 원만하지 않았으리라. 보호자는 어린 구름이가 소변 실수를 할 때마다 무섭게 대한 적이 있다며 자신이 잘못에 대해 반성하기도 했다 .


강 훈련사는 보호자가 구름이의 관리를 잘하고 있지만, 한편 그 사랑이 일방적이라고 지적했다. 모든 결정에 있어 구름이의 의사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때로는 강압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구름이는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줄 몰랐다. 보호자에게 지나치게 의존적인 개가 될 수밖에 없었다. 강 훈련사는 사회성을 키우는 건 (훈련사가 아니라) 보호자의 몫이라고 조언했다.

“너무 잔소리하지 말고 너무 큰소리 내지 말고 구름이에게 기회를 주는 거예요. 이 친구한테 기회를 주는 거예요. 지금 여기서 스스로 어떤 행동을 할지 명령하지 말고, 앉고 싶으면 앉고 엎드리고 싶으면 엎드리게 하는 건데, 단 짖고 달려드는 것만 못하게 하고, 앉고 싶을 때 앉을 수 있게 그때까지 기다려주는 거예요.”

보호자는 그동안 자신의 방식이 잘못됐었다는 걸 깨닫고 변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거기까지 확인한 강 훈련사는 훈련을 재개했다. 핵심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제어하는 것이었는데, 목줄로 통제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였다. 짖으면 모든 게 해결된다고 여겼던 구름이에게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줘야 했다. 쓸데없는 감정표현은 자제하고 정확하게 의사 표현을 해야 했다. 통제는 하되 감정표현은 자제하라.

손자들도 용기를 냈다. ‘머리 뾰족한 아저씨(강 훈련사)’에 대한 신뢰와 구름이와 함께 어울리며 살아가고 싶다는 바람이 그들을 공포로부터 한 걸음씩 걸어 나오게 했다. 훈련은 반복됐다. 조바심을 내는 보호자에게 강 훈련사는 “’교육을 하면 실수를 하지 말아야지’가 아니라 실수를 하지 않게 계속 교육을 해야 하는 거예요”라고 강조했다. 구름이는 느리지만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제작진은 얼마 뒤 보호자가 보내온 영상을 보여줬다. 거기엔 손자들이 구름이와 함께 즐겁게 놀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더 이상 구름이는 경계심을 품지 않았고 아이들은 공포를 느끼지 않았다. 그들은 말 그대로 가족이 돼 있었다. 분명 쉽지 않은 과정이었을 것이다. 자식처럼 구름이를 아끼는 보호자의 굳은 의지와 손자들의 용기가 있었기에 가능한 훈련이었다. 


<개는 훌륭하다>는 보호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한다. 개는 어떤 보호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훌륭해질 수도 위험해질 수도 있다. 그건 사람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양육자(부모)를 경험하느냐에 따라, 어떤 유년기를 보내느냐에 따라 삶의 큰 부분이 결정되지 않던가. 무엇보다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 외부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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