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는 셈 치고 1화만 보라"던 '방법' 감독, 완전히 속았다

조회수 2020. 3. 5. 12:4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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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보기 시작하면..
“언니, 진종현(성동일) 빨리 방법해야 돼요.”

tvN 월화드라마 <방법>의 세계는 흥미롭다. 신적인 존재를 불러들이는 무당과 그 부름에 따라 인간사에 개입하는 신령(혹은 악귀), 온갖 주술들이 판을 친다. 방법사와 무당이 힘 대결을 펼치기도 한다. 방법을 하면 역살을 날려 대응하는 식이다. 한마디로 초자연적인 현상, 샤머니즘(Shamanism)의 이야기다. 과학이 지배하는 현대사회에서 이 낯선 소재가 묘한 쾌감과 흥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백소진(정지소)은 상대방의 사진과 한자 이름 그리고 소지품만 있으면 방법할 수 있는 방법사다. 굉장히 센 신을 ‘모시고’ 있던 셈이다. 여기에서 방법이란 저주로 사람을 해하는 주술을 의미한다. 소진의 저주는 매우 강력해서 방법의 대상이 된 사람의 사지를 비틀어 죽일 수 있다. 뒤틀린 몸은 괴기스럽고, 눈에선 피눈물이 흐른다. 세 가지를 구하는 게 여의치 않으면 신체 접촉으로도 방법이 가능하다.  


소진에게 거악은 바로 진종현(성동일)이다. 국내 최대 IT 기업 포레스트 회장인 진종현은 상대방을 보는 것만으로도 죽일 수 있는 무시무시한 능력을 지녔다. 그는 무속신앙의 광신자이자 쾌락을 위해 살인을 일삼는 악귀 같은 인간이다. 한국형 소셜미디어 포레스트를 통해 ‘저주의 숲’을 운영하며 사회에 혐오를 퍼뜨리는 인물이기도 하다. 소진의 입장에서 진종현은 철천지원수이다. 진종현이 무당이었던 소진의 엄마를 죽였기 때문이다.  

중진일보 사회부 기자 임진희(엄지원)와의 만남은 소진에게 전환점과도 같았다. 진종현에게 접근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 소진이 개인적 복수를 위해 움직인다면, 진희는 정의와 진실을 위해 진종현과 싸운다. 진종현이 각종 비리와 불법, 폭행 등의 악행을 저지르고 있음에도 권력과 언론이 이를 묵과하자 불가피하게 소진과 손을 잡게 됐다. ‘세상의 규칙’으로 상대할 수 없게 되자 샤머니즘의 세계와 접촉한 것이다. 

“내가 물건으로만 방법하는 줄 알았지? 이렇게 기운이 약하신 데 왜 그런 무모한 짓을 하셨을까?”

소진과 진희는 진종현의 방법하기 위해 그의 물건을 구하려고 애쓰지만, 무당인 진경(조민수)의 방해로 난항을 겪었다. 급기야 진희가 납치당하면서 일이 완전히 틀어지게 됐다. 위기가 절정이 이른 상황에서 소진의 반격이 기대될 수밖에 없었다. 소진은 진경을 신도림역으로 불러낸 뒤 지하철로 유인하는 데 성공했다. 사람들 틈에 숨어 있던 소진은 자신을 찾기 위해 다가오던 진경의 새끼손가락을 움켜쥐었다.


진종현과 함께 자신의 엄마를 죽인 진경을 방법하면서 소진은 “이렇게 기운이 약하신 데”라며 십수년 전 진경이 자신의 엄마에게 했던 말을 고스란히 되돌려준다. 온몸이 뒤틀린 진경은 처참한 죽음을 맞이한다. (예고편에서는 살아있는 진경이 등장해 뒷이야기가 궁금해진다.) 과연 소진과 진희는 진종현과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그리고 ‘나쁜 마음으로 악을 이긴다’는 <방법>의 싸움은 옳은 것일까. 

<방법>은 영화 <부산행>, <염력> 등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이 극본을 맡으며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전작들을 통해 연상호 표 ‘초자연 유니버스’를 펼쳐왔던 그가 드라마에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관심이 쏠렸다. 연상호는 대범하게도 샤머니즘을 끄집어내며 자신의 세계관을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 게다가 그 이야기는 이질적인 만큼 상당히 매혹적이다. 연상호는 초현실적인 설정을 가져와 이색적인 대결구도를 만들어냈다.


주인공이 악의 세력과 싸우는 대결 구도는 흔한 설정이지만, 거기에 방법이라는 저주가 자리 잡자 이야기가 완전히 새로워졌다. 주인공이 ‘세상의 규칙’이라는 틀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점도 한몫했다. 발칙하게도 ‘나쁜 마음’으로 악을 상대한다지 않는가. 이와 같은 낯선 긴장감에 시청자들은 홀린 듯 빠져들고 있다. 2.492%(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로 시작햇던 시청률은 어느새 5.02%(8회)까지 상승했다. 


물론,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니다. 대본이 촘촘하지 못하고, 5~6회의 경우 전개가 늘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엄지원의 연기가 아쉽다는 평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임진희와 경찰인 남편 정성준(정문성)의 대화는 불필요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그들의 관계는 부부라기보다 동료 정도의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아쉬움이 있음에도 <방법>의 이야기는 매혹적이다. 그건 알게 모르게 우리가 무속신앙에 이끌리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른바 과학의 시대에도 여전히 무속인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수두룩하고, 결혼식 등의 행사를 앞두고 길일을 점지받는다며 돈을 싸들고 다니기도 한다. (코로나19의 유행으로 그 길일들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워졌는지 부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것이 비단 개인적인 영역에서만 벌어지는 일일까. 극 중에서 포레스트가 회사 상장일에 맞춰 대규모 굿판을 벌이려 하는 건 그저 드라마 속의 일이 아니다. 


현대사회와 무속신앙이라는 부조화가 지금 이 순간에도 버젓이 펼쳐지고 있기에, 연상호의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훨씬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게 아닐까. “속는 셈 치고 1화만 보라”던 연상호에게 제대로 속은 느낌이다. 기분 좋은 홀림이랄까. 시청률 3%가 넘으면 시즌 2를 가겠다던 약속을 반드시 지켜주길 바란다.

* 외부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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