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욱이 '돈 받고 훈련하는 사람' 언급하며 정색한 이유
간혹 ‘개통령’ 강형욱 훈련사의 진심을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다. 강 훈련사는 단순히 반려동물과 반려인만을 대변하는 게 아니라 (개를 무서워하는) 비반려인의 입장도 함께 고려해 왔다. 개가 불편해하더라도 공격적인 성향이 있다면 입마개를 채워야 한다고 주장해왔고, 사람을 (상습적으로) 무는 개에 대해서는 안락사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런 강 훈련사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제법 있었다.
또, 반려견 보호자를 상대로 싫은 소리와 따끔한 지적을 많이 하다 보니 보호자의 입장에선 불쾌했을 수 있다. 듣는 사람에 따라 상처가 됐을지도 모르겠다. ‘교육만 해주고 가면 될 텐데, 왜 굳이 저런 얘기까지 하는 걸까?’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KBS2 <개는 훌륭하다>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강 훈련사의 진심은 뚜렷했다. 그건 바로 보호자와 반려견의 행복이었다.
2월 24일 방송된 <개는 훌륭하다> 16회에는 반려견들 간의 분리불안 문제로 고민하는 시베리아허스키 창덕이와 덕수네 가족 사연이 소개됐다. 사이가 돈독한 창덕이와 덕수는 온종일 붙어 다닐 정도로 우애가 좋았다. 덕수는 창덕이와 떨어져 혼자 있는 걸 극도로 꺼렸다. 보호자가 창덕이를 데리고 산책하러 나가면 덕수는 분리불안 증세를 보이며 심하게 하울링 했다.
이웃 주민들의 민원이 속출하자 보호자는 개별 산책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창덕과 덕수를 함께 데리고 나가자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보호자가 감당하기에는 두 마리의 시베리아허스키는 지나치게 힘이 세고 기운이 넘쳤다. 왜소한 편의 보호자는 자신의 개들을 통제하지 못한 채 이리저리 끌려다녔다. 25kg의 개를 통제하려면 사람은 그 무게의 4배인 100kg이 돼야 했다.
산책의 마지막 코스는 마당이 있는 반려견 카페였다. 하지만 보호자가 자신의 개를 완전히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개들이 많이 있는 곳에 가는 건 위험한 일이었다. 강 훈련사는 그 장면을 지켜보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나 다를까 결국 일이 터지고야 말았다. 보호자가 말릴 틈도 없이 개들끼리 싸움이 붙었고, 심지어 서로 이까지 드러내며 거칠게 다투기 시작했다.
강 훈련사는 본격적인 훈련에 앞서 상황 파악에 나섰다. 보호자에 따르면, 창덕이가 8개월째 됐을 때 생후 2개월의 덕수를 데려왔다고 했다. 창덕이가 외로워한다고 생각해 덕수를 입양했다. 혼자 있는 시간을 충분히 겪었던 창덕과 달리 덕수는 온전히 형인 창덕에게 의지하며 살아왔다. 그 때문에 분리불안을 겪게 된 것이다.
분리불안은 훈련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었다. 오히려 진짜 문제는 현재 보호자가 보호자답지 못하다는 점이었다. 강 훈련사는 보호자에게 “개를 데리고 나가면 사람들이 뭐라고 하지 않아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보호자는 “사리 분별하면서 데리고 다니라고…”하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눈물을 왈칵 쏟았다. 가슴을 후벼 파는 그 말들에 얼마나 속이 상했을까.
“왜 그 말이 아픈지 알아요? 나도 알거든.” 강 훈련사의 말에 보호자는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보호자인들 왜 잘하고 싶지 않았겠는가. 강 훈련사는 “사랑? 사랑으로 먹고 살 수 없어요. 예쁜 거? 예쁜 거로 어떻게 먹고 살아요”라며 현실을 일깨웠다. 거기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보호자가 보호자다워야 그와 함께 하는 개도 행복할 수 있지 않겠는가.
훈련의 첫 번째 단계는 ‘규칙 만들기’로 먹이를 주면 그 공간에 머무르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때 보호자에게 필요한 건 단호함과 끈기였다. 두 번째 단계는 분리였다. 처음에는 창덕이가 목줄을 매는 것만 봐도 흐느끼던 덕수였지만, 훈련이 계속되자 조금씩 분리된 상황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세 번째 단계는 산책하기였다. 줄을 짧게 쥐고 사람들이 지나갈 땐 ‘앉아’를 통해 사람들이 겁나지 않게 배려했다.
한 번에 모든 게 바뀌진 않겠지만, 강 훈련사가 강조했던 것처럼 보호자가 단호함과 끈기를 갖고 포기하지 않으면 덕수는 분리불안을 극복해낼 수 있을 것이다. 강형욱은 이번 회에서도 어김없이 보호자들의 성숙한 반려 생활을 당부했는데, 그건 반려견과 반려인, 더 나아가 비반려인까지 모두 행복한 세상을 바라는 진심에서 비롯된 간절한 부탁이었다.
* 외부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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