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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탐욕의 상징이 된 ‘얼굴 도려낸’ 코뿔소와 코끼리

인간과 동물의 공존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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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준비한 먹이를 향해 거침없이 달려드는 사자들, 우람한 풍채와 날렵한 움직임은 역시 백수의 왕다웠다. 짐바브웨의 ALERT 야생동물보호센터를 찾은 류승룡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연신 탄성을 내뱉었다. 눈앞에서 날고기는 물론 뼈까지 씹어 삼키는 사자는 무섭기까지 했다. 그러나 감탄은 이내 의문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왜 얘들은 이 안에 살지? 저렇게 크고 식욕도 왕성한데.” 


ALERT 야생동물보호센터의 사자 관리사 디바인 마테사는 “이 사자들은 이미 사람들에게 길들여졌기 때문에 다시 야생으로 방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만약 이 사자들은 방사하게 되면 사람들과 갈등을 유발하게 될 것”이란 경고까지 덧붙였다. 사자가 사람을 죽일까 봐가 아니라 사람이 사자를 죽일까 봐 보호한다? 류승룡은 그 말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도대체 아프리카 사자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지난 50년간 사자의 서식지는 75%나 줄어들었다. 폭발적인 인구 증가로 인해 인간의 주거지역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인간이 사자의 보금자리를 조금씩 침범해 왔다는 뜻이다. 서식지를 거의 빼앗긴 사자들은 물과 먹이를 얻기 위해 마을 주변으로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인간이 키우고 있는 소를 잡아먹기 시작했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었다. 인간과 사자의 첨예한 갈등은 그렇게 시작됐다.


소가 유일한 수입원인 이들에게 사자는 가족들의 안위를 위협하는 위협적인 존재였고, 퇴치해야 할 혐오의 대상에 지나지 않았다. 가난한 사람들과 위험한 야생 동물이 공존하고 있는 상황, 결국 인간은 사자를 향해 적개심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독을 푸는 등의 방법으로 사자를 죽이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21년간 아프리카 사자 수는 절반으로 줄었는데, 그중 48%는 전문 사냥꾼이 아닌 주민들이 살해한 것이었다. 

한편, MBC <휴머니멀>의 또 다른 프레젠터 박신혜는 아프리카 케냐의 올페제타를 찾았다. 그곳에는 지구상에 단 두 마리만 남은 북부흰코뿔소 나진(30)과 파투(19)가 있었다. 불과 50년 전만 해도 북부흰코뿔소의 개체 수는 6천 마리가 넘었다. 그러나 남수단, 콩고 등에서 발생한 내전 등으로 인해 서식지 파괴가 이어졌고, 밀렵이 활개를 치면서 야생 생태계가 말살 수준에 이르렀다. 그에 따라 북부흰코뿔소는 직격탄을 맞았다.


밀렵꾼들이 코뿔소를 죽이는 건 오로지 뿔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코뿔소의 뿔이 암을 치료하고 발기부전 치료 약으로 효능이 있다고 믿었다. 그저 인간의 손톱이나 발톱처럼 각질에 불과한 코뿔소의 뿔에 대한 헛된 믿음이었다. 밀렵꾼들은 비싼 값에 거래되는 코뿔소 뿔을 뿌리까지 최대한 얻기 위해 코뿔소를 기절시키고 얼굴까지 베어갔다. 마치 상아를 얻기 위해 코끼리의 얼굴을 도려냈던 아프리카 보츠와나의 밀렵꾼들처럼 말이다.

“돈과 권력을 향한 인간의 탐욕과 부패가 이 코뿔소들의 멸종을 불러왔습니다. 이 멸종이야말로 생태계에서 인간의 존재를 반영하는 거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자와 코뿔소뿐일까. 그 외에도 많은 종의 동물들이 지구상에서 사라지고 있다. 그것도 무서운 속도로. 히말라야 산맥 기슭에 서식하는 레서판다는 야생 개체 수가 약 10,000마리에 불과하고, 아마존강 돌고래(분홍돌고래)는 약 1,000마리 정도가 남아 있다. 아시아 코끼리는 약 50,000마리, 수마트란 오랑오탄은 약 1,400마리, 마운틴 고릴라는 약 1,000마리가 생존해 있고, 바키타 돌고래는 이제 단 10마리밖에 남아 있지 않다. 

호주 퀸즐랜드대와 야생동물보호협회(WCS) 등에 따르면 지구상의 동물 중 1,237종이 서식지 90% 이상에서 멸종 위기에 직면했다. 그런가 하면 산양의 일종으로 커다란 뿔을 가졌던 피레네 아이벡스는 2000년에 멸종됐으며, 양쯔강 돌고래는 2007년, 베트남 자바코뿔소는 2009년, 아메리카 동부 퓨마는 2018년에 각각 지구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 모든 것이 인간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아니, 가장 큰 책임이 바로 인간에게 있다.


지구의 지배자로 군림하는 인간의 뼈저린 반성이 없다면 동물과의 공존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그사이에 우리는 더 많은 동물을 잃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동물들을 보호하기 위해 땀을 흘리고, 동물과의 공존을 위해 애쓰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짐바브웨의 사자들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고, 북부흰코뿔소의 멸종을 막기 위한 마지막 방법인 IVF(체외인공수정) 프로젝트가 가동 중이다.  


또, 지금 이 순간에도 생드언 차일러트는 학대받는 코끼리를 구조하기 위해 태국 전역을 누비고 있고, 킬햄 박사는 본인의 뒤를 이어 곰을 지켜줄 후계자를 찾고 있다. 팀 번즈는 돌고래 사냥철이 되면 다시 일본 타이지 마을을 찾아와 감시할 것이고, 도미닉 미젤라 구조팀장은 매일 2~3마리의 야생동물을 꾸준히 구조하고 있다. 마이크 체이스 박사는 보츠와나 밀렵 현황을 담은 보고서를 학계에 발표해 경각심을 불어넣고 있다.

과연 인간과 동물의 공존은 가능할까? <휴머니멀>은 끊임없이 같은 질문을 우리에게 던졌다. 그 답은 무엇일까. <휴머니멀>은 동물들이 처해 있는 끔찍한 현실을 보여주고, 불편한 진실을 상기시키면서도 한편으로 희망을 이야기했다. 탐욕과 이기심으로 가득한 인간의 존재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면서도 변화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지금 이대로라면 쉽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공존이 불가능하진 않다는 것이었다.


제인 구달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먼저 자연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전제하면서 “야생동물에 대한 동정, 사랑, 존경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제인 구달은 자신이 희망을 품는 근거는 “어려운 공존의 문제를 불굴의 의지로 노력하는 사람들”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이 문제는 불굴의 의지를 가진 사람들과 더불어 인류가 함께 풀어나가야 하는 숙제일 수밖에 없다. <휴머니멀>에 프레젠터로 참여했던 유해진의 말을 전하는 것으로 글을 마친다. 

“이번 다큐의 의미가 저는 사실은 큰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것보다, 한 번쯤 이 다큐를 보고 ‘(인간과 동물이) 같이 살아가야 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는 것에 대해서 한 번쯤 생각하시는 그런 계기가 된다면 아마 그런 게 첫 스텝이 되지 않을까. 조금씩 노력하다 보면 그래도 많이 가까이 (동물과) 같이 살아가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외부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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