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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예능 감독 맡은 서장훈이 웃음기 '싹' 빼고 한 말

조회수 2020. 1. 13. 12:3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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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칠 거면 하지 않았다."

한때 ‘겨울 스포츠의 꽃’으로 불렸던 농구는 한동안 침체기에 놓여 있었다. 아마추어·실업 농구의 최강자를 가리던 농구대잔치는 그야말로 농구의 황금기였다. 연세대와 고려대의 라이벌전은 수많은 농구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1997년 KBL(한국프로농구연맹)이 출범한 후에도 농구의 인기는 이어졌다. ‘허-동-택(허재-강동희-김유택) 트리오’를 비롯한 수많은 스타가 코트를 화려하게 수놓았다.


황금기는 지나가기 마련이다. 암흑기가 찾아왔다. 관중은 급감했고, 시청률도 바닥으로 떨어졌다. 스타의 부재, 경기력 저하 등 이유를 찾자면 끝도 없었다. 2017~2018시즌에는 경기당 평균 관중이 2,000명대(2,796명)로 떨어졌는데, 이는 20년 만의 일이었다. 2018~2019시즌에는 중계마저 중단될 정도로 외면을 받았고, 결국 평균 관중 2,570명으로 최저점을 찍었다. 


그러나 2019~2020시즌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현재까지 남자 프로농구 평균 관중 수는 3,283명으로 반등했다. 시청률도 반등(75경기 기준 평균 시청률 0.174%, 지난 시즌 동일 시점 평균 시청률은 0.114%)했고, 포털사이트 중계 시청자 수와 영상 조회 수도 3배가량 급증했다. 아직 여러모로 부족하지만, 농구 인기의 부활을 위한 단초가 마련됐다고 조심스럽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반전에는 KBL의 공격적인 마케팅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KBS2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 출연해 신들린 ‘먹방’을 선보였던 현주엽 감독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농구는 몰라도 현주엽과 LG 세이커스는 안다는 농구 팬들이 많아졌다. 실제로 LG 세이커스는 원정 관중이 50% 가까이 늘어났다. (2,688명→3,898명) 방송을 통한 홍보 효과가 관중 증가로 이어진 것이다. 이제 그 바통을 서장훈이 이어받았다.  

“장난칠 거면 하지 않았다. 내가 (농구계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이것이라 생각했다.” (오마이뉴스, ‘호랑이 감독’ 서장훈의 단호함, “웃기는 것 많이 안 나온다”)

지난 10일 SBS <진짜 농구, 핸섬타이거즈>(이하 <핸섬타이거즈>)가 방송됐다. 농구 코트에서 벌어지는 진정성 있는 이야기, 그러니까 ‘리얼 농구’를 보여주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한마디로 농구 예능이다. 서장훈이 감독을 맡고, 이상윤, 서지석, 김승현, 줄리엔강, 쇼리, 강경준, 문수인, 이태선, 차은우, 유선호 등이 선수로 출연했다. 중학교 농구부 출신 레드벨벳 조이는 매니저 역할로 참여했다.


서장훈이 ‘굳이’ 농구로 예능을 시작한 까닭은 무엇일까. 그건 현주엽이 ‘굳이’ 방송에 나와 먹방을 보여줬던 이유도 맞닿아 있다. 프로 농구의 부흥이다. 서장훈은 9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다소 침체에 빠진 한국 농구에) 제가 기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게(그런 생각을 한 게) 1년 반 정도 전부터였고, 이번에 이렇게 감사하게 농구를 다루는 예능에 감독으로 임하게 됐다”고 밝혔다.


물론 예능의 탈을 쓰고 있지만, <핸섬타이거즈> 첫 회는 웃음기가 쫙 빠져 있었다. “저희 프로그램은 웃기는 거 많이 안 나온다. 다큐멘터리에 가깝다”던 서장훈의 말은 사실이었다. 시작부터 휘문중학교 선수들과 맞대결을 펼치게 된 핸섬타이거즈 선수들은 당황했지만, 점차 손발을 맞춰가며 농구 실력을 발휘해 나갔다. 결국 66대 88로 대패하긴 했으나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감독 서장훈의 박수도 여러 차례 끌어냈다.

연예계의 대표적인 ‘농구 마니아’ 이상윤과 서지석은 어김없이 존재감을 발휘했고, 줄리엔강도 탱크처럼 골밑을 완벽히 장악했다. 득점포를 가동한 모델 문수인은 곧바로 에이스로 등극했는데, 마치 선수 출신처럼 빛나는 활약을 펼쳤다. 차은우는 쉬운 득점 찬수를 여러 차례 놓치긴 했지만, 번뜩이는 플레이로 서장훈에게 칭찬을 받았다. 이태선과 유선호도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주며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경기가 끝난 후 서장훈은 “리얼로 여러분의 실력을 보고 싶었는데 기대 이상 이상”이라며 만족스러워했다. ‘핸섬타이거즈’는 신구의 조화가 돋보였고, 선수들 개개인의 실력도 충분히 갖춰져 있었다. 게다가 잠재력도 충분해 앞으로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 기대감을 품게 했다. 무엇보다 농구를 대하는 출연자들의 태도가 진지해 보였다. “이걸(농구)로 장난치는 걸 하고 싶지 않았다”던 서장훈의 진정성도 엿보였다. 


물론, <핸섬타이거즈>는 예능적으로 특별한 부분은 없었다. 과거 방송됐던 KBS2 <우리동네 예체능> 농구 편을 보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새로운 멤버를 영입하긴 했지만, 출연자의 상당수는 당시와 많이 겹쳤다. 현역에서 물러난 스포츠의 전설들을 모아 조기 축구에 도전한 JTBC <뭉쳐야 산다>에 비하면 (예능적) 신선함도 떨어졌다. 서장훈의 감독 데뷔는 안정환의 감독 데뷔를 떠올리게 할 만큼 닮아 있었다.  


그러나 <핸섬타이거즈>는 예능적인 재미보다 전문성에 좀 더 무게를 둬 차별화하는 데 성공했다. 또, 출연자들의 진지한 눈빛과 그들이 흘리는 땀을 통해 농구라는 스포츠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도록 도왔다. 다만, 결혼을 앞둔 김승현이 예비 신부 장정윤 작가와 함께 등장해 ‘콩트’를 하는 내용은 다소 불필요하다 느껴졌다. 


<뭉쳐야 찬다>를 필두로 KBS2 <씨름의 희열>, KBS2 <날아라 슛돌이-뉴 비기닝>, tvN <RUN> 등 최근 스포츠 예능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핸섬타이거즈>의 등장에 농구 팬들의 관심을 끌어내고 있다. <핸섬타이거즈> 첫 회 시청률은 3.2%(1부)와 3.4%(2부)로 순조롭게 출발했다. ‘핸섬타이거즈’는 막강한 아마추어 최강팀들과의 대결에서 승리를 챙길 수 있을까? 과연 서장훈은 농구 인기를 부흥시킬 수 있을까?

* 외부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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