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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보면 당장 달리고 싶게 만든다는 ‘이 예능’

새로운 포맷의 예능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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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린다는 것은 나에게 있어 유익한 운동인 동시에 유효한 메타포이기도 하다. 나는 매일매일 달리면서 또는 마라톤 경기를 거듭하면서 목표 달성의 기준치를 조금씩 높여가며 그것을 달성하는 데 따라 나 자신의 향상을 도모해 나갔다. 적어도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두고, 그 목표의 달성을 위해 매일매일 노력해왔다.” (무라카미 하루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지성에게 달리기는 일상이다. 10년 전부터 그는 달려왔다. 러너(runner) 지성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새벽 5시 무렵이다. 사람들이 아직 잠들어 있는 시각, 지성은 거리를 달리며 ‘자발적 고독’을 느낀다. 연예인으로 오랜 세월을 살았을 그에게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은 채 오롯이 혼자일 수 있는 시간은 새벽뿐이었을 것이다. “새벽녘에 아무도 없는 거리를 뛰면서 내 발자국 소리를 들었을 때 그 기쁨”을 지성은 좋아한다.


지성에게 달리기는 무엇일까? 그는 “너무 힘든데 조금 더 내달릴 때 나의 고통과 함께 느껴지는 소리들”을 통해 삶의 고뇌에서 벗어났고,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법을 배웠을 것이다. 지성은 달리기가 “마치 인생의 소리처럼 항상 힘을 줬다”고 고백했다. 달리기는 때로는 극복이었고, 때로는 위로였다. “뛰다가 한계치에 다다랐을 때 심장이 벅차오르면 좋고, 숨이 차오르면 오히려 더 좋다”고 말하는 지성은 진정한 러너이다.


이쯤되면 tvN <RUN>의 러닝 크루 리더로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새해를 맞아 tvN은 신규 예능을 선보였다. 출연진이 러닝 크루가 돼 국내외 러닝 스팟을 달리는 즐거움을 담은 <RUN>이 그 첫 주자로 지난 2일 방송됐다. 다시 정리하자면 <RUN>은 ‘달리기 예능’인 셈이다. 기존의 먹방, 요리, 여행 등 뻔한 소재들을 벗어나 ‘달리기’라는 참신한 이야깃거리를 끄집어낸 것만으로도 신선하고 흥미롭다.

지성과 함께 러닝 크루를 이룰 멤버들은 배우 강기영, 황희, 이태선으로 꾸려졌다. 조금은 낯선 이름들이다. 게다가 SBS <미추리 8-1000>에 출연했던 강기영을 제외하면 다들 예능과 거리가 멀다. 이제 ‘예능스럽지 않은 예능’이 더 이상 낯설지는 않지만, 과연 이들을 통해 어떤 재미를 끌어낼지 궁금했다. 첫 회만 놓고 보면, 각각의 캐릭터가 빠르게 자리잡으며 큰 걱정을 덜었다. 함께 달리며 땀을 흘리기 때문인지 금세 친해지기도 했다.


바른 생활 사나이이자 예쁘고 고운 단어를 골라 쓰는 지성은 맏형이자 멘토 역할을 맡았다. 출연했던 드라마에서의 캐릭터들과 큰 차이가 없는 강기영은 쾌활하고 장난기 가득한 모습으로 분위기 메이커가 됐다. 가장 열정적인 캐릭터라 할 수 있는 황희는 진심으로 달리기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막내로 형들의 예쁨을 독차지하는 이태선의 경우에는 앞으로의 성장 쪽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이들 네 사람은 자신들을 ‘런티스트’라 이름 붙였다.  


피렌체 국제 마라톤 풀코스 출전을 목표로 삼은 네 사람은 이탈리아 밀라노로 건너갔다. 밀라노에서 출발해 피렌체로 들어가는 42.195km의 대장정에 참여하기로 한 것이다. <RUN>은 다른 예능들과 마찬가지로 밀라노의 이국적인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런데 좀 색달랐던 건, 지성의 권유(이자 지시)로 새벽녘, 그것도 달리는 러너의 시선으로 밀라노를 담았다는 것이었다. 시간과 시선이 달라지자 다른 광경들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아침이면 전세계에서 몰려온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 없는 밀라노의 공간들이 한없이 고요했고, 그 고요함 속에서 건축물과 공간 자체가 주는 웅장함은 극대화됐다. 그건 새벽 러닝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었고, 새벽 러닝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각이었다. <RUN>은 이 장면으로 수많은 시청자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 아직 방안에 틀어박혀 있던 예비 러너들에게 달리기에 대한 열망을 가져보라고 설득하기에 충분했다.

<RUN>은 최근 확산되는 러닝 문화를 예능으로 끌어들였다. 달리기는 큰돈이 들지 않고, 장소 등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른 스포츠에 비해 확고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또, 즉각적인 만족감을 주고 큰 효용감을 준다는 점에서 2030세대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또, 앱을 통해 크루를 결성하는 점조직 문화는 동호회와 같이 보다 친목적인 관계 맺기와 달리 ‘쿨하다’는 점에서 2030세대의 입맛에 부합한다.


물론 무장적 달리기만 하면 방송이 어려울 터다. 때문에 출연자들은 <RUN>은 ‘여행’이라는 카테고리의 하위 범주에 ‘달리기’를 넣어 이질감을 줄였고, 국내외 아름다운 풍경들 속에 자연스럽게 러닝을 녹여내 몰입도를 높였다. 게다가 무려 지성을 예능에서 볼 수 있다는 이점까지 포함시켰으니 제법 영리한 선택들을 한 셈이다. 달리기를 통해 성장해 가는 출연자들을 통해 감동까지 보여줄 요량이니 카드도 다양한 편이다. 


결국 <RUN>이 지향해야 할 목표는 진정성이다. ‘러닝’이라는 문화적 트렌드를 예능 속에 담기로 한 만큼 기존에 러닝을 즐기고 있는 ‘러너’들에게 어필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아직까지 러너가 아닌 시청자들에게 달리기의 매력을 설명해야 한다. 왜 굳이 힘들게 뛰어야 하는지, 우리가 달리기를 통해 깨닫고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전달해야 한다. 그런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으면 <RUN>의 달리기는 공허할 뿐이다.  


그런데 조곤조곤 달리기의 즐거움과 힘에 대해 얘기하는 지성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으며, 러닝머신 위를 힘차게 달리고 거리를 활보하는 지성의 건강한 에너지를 보고 나자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 명의 크루가 거친 숨을 몰아 쉬면서도 서로를 의지하며 앞으로 달려나가는 모습을 보고 난 뒤 오랜만에 러닝머신에 올랐다. 그들이 달리는 모습이 자극이 됐던 모양이다. 아마도 그런 시청자들이 꽤나 많을 것이다. 다음에는 거리로 나가볼 생각이다.

* 외부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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