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변심에 경악한 백종원, '골목식당'에 진짜 필요한 것

조회수 2019. 12. 27. 11:48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중요한 건 '시스템'이다.
“그럴 리가 없는데…”

12월 25일 방송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긴급점검을 하기 위해 거제도 지세포항을 찾았다. 여러 장소 중 왜 이곳이었을까? SNS에 거제도 솔루션 식당들에 대한 불만 섞인 후기들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제작진 입장에선 그냥 지나칠 수 없었을 것이다. 김성주와 정인선은 조심스럽게 후기들을 읽어나갔다.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코다리찜집의 경우는 밥의 양이 적고, 심지어 덜 익은 코다리가 나왔다는 후기가 있었다. 김밥집은 멍게무침의 가격이 기존 200g에 5,000원에서 500g에 20,000원으로 뛰었다는 얘기가 있었다. 놀란 백종원은 급히 전화를 걸어 당시(7월~9월) 멍게의 시세를 확인해 보라고 지시했다. 아직 방송에 나오지 않아 속단할 수 없지만, 솔루션을 받았던 때와 달라진 듯한 모습이었다. 


백종원의 믿음과 달리 가장 심각했던 건 도시락집이었다. ‘거미새 라면’(거제도 미역 새우 라면)은 맛이 달라졌고, 거제도 톳이 들어간 ‘TOT 김밥’은 톳의 양이 제각각이었다. 톳이 적게 들어간 것은 정상적인 김밥에 비해 톳의 양이 절반에도 못 미쳤다. 달라진 건 맛이나 재료의 양뿐만이 아니었다. 손님들을 대하는 사장님의 태도 역시 180도 달라져 있었다.


도시락집 사장님은 ‘김밥 한 줄은 카드 판매 힘들어요!’, ‘결제 금액 만원 이하 현금 결제해 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 등 일정 금액 이하의 경우 현금 결제를 유도하는 안내문을 붙여 놓았고(긴급점검 당시에는 해당 안내문은 없었다), ‘1인 1라면’이라는 원칙을 만들었다. 백종원은 “말이 돼? 심하네”라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게 맞아요? 이 국물 맛이 맞냐고요? 난 이런 라면 가르쳐 준 적이 없어요. 초심을 다 잃어버린 거예요, 지금. 손님이 막 넘쳐나니까. 난 진심으로 했는데. 제일 실망감을 주네.”

긴급점검을 통해 초심을 잃어버린 거제도 솔루션 식당들의 실태를 확인한 백종원은 당황했다. 신뢰했기에 실망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물론, 사장님의 변론을 들어봐야 좀 더 구체적인 사정을 알 수 있겠지만, 예고편이 ‘낚시’가 아닌 이상에야.


반면,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다’라는 모멸적인 이야기까지 들었지만, 1년 동안 달라진 모습을 일관되게 유지한 포방터 시장의 홍탁집 아들은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또, 손님의 소중함을 깨닫고 초심을 유지할 수 있었던 돈가스집 사장님 부부의 이야기도 감동을 주긴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당장 돈을 버는 것보다 손님들에게 보답하는 길을 선택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 제작진은 홍탁집 아들과 돈가스집 사장님 사이에 거제도 지세포항 긴급점검을 배치하며 효과를 극대화했다. 물론, 잘못을 지적하기 위함이지만, 조금은 노골적인 처사였다. 결국, 비난의 화살은 여과 없이 사장님들을 향할 것이다. 자극적인 예고편도 이를 도울 것이다. 도시락집 사장님은 반론권 없이 일주일 동안 욕을 먹게 됐다. 설령 그가 잘못했다고 하더라도 가혹한 일이다. 


비난은 쉽다. 또, 초심을 지키는 건 어렵다. 홍탁집 아들의 경우에는 백종원과 메신저를 통해 매일 정해진 시각마다 보고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홍탁집 아들의 의지도 큰 요인이었겠지만, 이런 시스템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물론, 돈가스집 사장님은 ‘예외적 존재’다.  


거제도 지세포항의 식당 사장님들이 초심을 잃은 건 안타까운 일이다. 현재 상황에서 제작진이 해야 할 일은 비난의 타깃을 세울 게 아니라 긴급점검을 해도 문제가 없을(혹은 적을)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일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돈가스집 사장님 같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잠시만 방심하면 무너질 홍탁집 아들에 가깝다. 

긴급점검은 프로그램의 화제성이나 시청률을 위해서는 좋은 소재일지 모르겠으나 곰곰이 생각하면 도끼로 제 발등 찍는 격일 수 있다. 어차피 변질될 식당들에 솔루션을 하는 게 무슨 의미냐는 허무감이 팽배해지고, 급기야 사람을 믿지 못하고 불신만 난무하게 될 수 있다. 제작진이 신이 아닌 이상 초심을 끝까지 지킬 사장님만 뽑을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하루빨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가령, 솔루션을 받기로 한 식당들에게 일정한 조건을 내걸어 관리하는 건 충분히 가능한 방법이다. 홍탁집 아들처럼 일정기간 동안 보고 체계를 만든다든지 프로그램 홈페이지에 가게 별로 손님들의 후기를 받고 취합해 상시적으로 점검에 나선다든지 말이다. 어찌 됐든 백종원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이를 방송을 통해 모두 공개한다는 조항을 넣어 일종의 안전장치를 만드는 것도 고민해볼 만 하다. 


그렇게 되면 제작진의 수고로움이 더 커지겠지만,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이미 사회적으로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걸 고려해야 한다. 지금처럼 사장님들의 깨지기 쉬운 선의에 모든 걸 맡겼다면 앞으로는 지속가능한 시스템 구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 외부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님의 기고 글입니다.

<직썰 추천기사>

상파 연예대상 시상식이 기대되지 않는 이유

전쟁 포로 마취 없이 생체실험한 일본 731부대

직썰을 앱으로 만나세요.
(안드로이드 버전)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