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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PD와 유재석, 떼어놓으면 안 되는 이유

조회수 2019. 12. 2.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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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은 김태호 PD의 뮤즈다.

미국의 사실주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는 도시를 배경으로 현대인들의 고독과 단절을 가장 정직하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뉴욕의 밤 늦은 레스토랑의 쓸쓸한 정취가 짙게 표현된 <밤샘하는 사람들>은 그의 역작이다. 호퍼의 실제 삶은 매우 안정된 환경 속에서 큰 부침 없이 평온했지만, 그는 고립된 인물의 소외감과 불안감을 놀랍도록 적확히 포착해 냈다.


흥미로운 사실은 그가 평생 단 한 명의 여성, 자신의 아내 조 호퍼(Josepine N. Hopper)만을 여성 모델로 썼다는 것이다. 호퍼는 조를 통해 세상 속 여성들의 다양한 모습들을 표현했고, 반대로 조는 수 십 년간 호퍼의 모델로서 수많은 상황과 역할을 연기했다. 호퍼의 마지막 작품 <두 코미디언>은 자신과 평생을 함께 한 동반자인 조에 대한 경의와 감사의 마음을 담고 있다. 


달리 말하면 조는 호퍼의 영원한 뮤즈(Muse)였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예술과 학문의 신 뮤즈는 예술과 학문의 신인데, 이를 좀더 현대적인 의미로 이해하면 아티스트에게 영감을 불어넣어 주는 활력소와 같은 존재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연예계에도 이런 관계가 있다. 이를테면 나영석 PD와 이서진, 혹은 나 PD와 강호동의 관계를 떠올리면 좋을 것이다.

김태호 PD와 유재석도 빼놓을 수 없다. 두 사람의 끈끈한 인연은 2006년 MBC <무(모)한 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말 무모했던 시절, 모두들 실패라고 외쳤던 시절을 거쳐 최고의 예능으로 우뚝 서기까지 두 사람의 공헌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여러 풍파를 겪으면서도 웃음과 감동, 재미와 사회적 메시지까지 갖춘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건 김 PD와 유재석의 힘이었다.


김태호 PD가 번뜩이는 천재성을 토대로 다양한 기획들을 제시할 수 있었던 건 어떤 역할도 기꺼이 수행해 내는 유재석이라는 안정감 있는 뮤즈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유재석은 김 PD의 기획력에 힘입어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자신의 보폭을 넓혀갈 수 있었다. <무한도전>이 추격전, 가요제, 스포츠 등 다양한 장르로 뻗어나갈 수 있었던 건 두 동반자의 굳건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휴식기를 가졌던 김태호 PD가 다시 복귀하면서 유재석을 찾아갔을 때 많은 사람이 우려를 나타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김 PD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뮤즈를 소환한 셈이니 말이다. 관건은 두 사람의 관계 자체가 아니라 그 관계에서 만들어지는 결과물일 텐데, MBC <놀면 뭐하니?>는 뭇사람들의 선입견을 뛰어넘는 훌륭한 과실을 맺고 있다. 


‘위플래쉬’를 통해 유재석의 빈약한 드럼 비트가 어떻게 멋드러진 음악으로 탄생하는지를 담아내며 대중음악계 아티스트 간의 협업을 보여줬다면, ‘뽕포유’에서는 유재석을 트로트 신인 가수 ‘유산슬’로 데뷔시키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이제 유산슬은 팬미팅까지 열며 하나의 캐릭터로서 생명력을 갖게 됐다. 궁극적으로 김태호 PD는 트로트 중흥이라는 과제를 수행중이기도 하다.

사실 김태호 PD가 뮤즈인 유재석을 통해 얻는 영감은 조금 짓궂은 구석이 있다. 김 PD는 MBC <섹션TV 연예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유재석 악성 개인팬 아니냐”는 루머에 “악성은 아니고 극성”이라 대답하면서 “당황스럽겠죠. (...) 귀엽기도 하고 얼하기도 하고 다양한 표정들이 나오는 것 같아서 재밌더라고요”라며 유재석 몰래 계속해서 다양한 기획들을 쏟아내는 까닭을 설명했다.


말은 이렇게 해도 김태호 PD에게 유재석은 변함없는 최고의 뮤즈가 틀림없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40회에서 전화 통화로 깜짝 출연한 김 PD는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스타로 주저없이 유재석을 꼽았다. “제가 2001년도에 입사해서 항상 응원하고 격려가 됐던 건 유재석의 프로그램”이었는 그는 앞으로도 함께 일하고 싶은 스타 역시 유재석이라 대답했다. 


김태호 PD와 유재석은 우리 시대의 예능을 이끌어 나가는 두 거목이 틀림없다. 자신의 위치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한다는 점에서 두 사람은 참 많이 닮아 있다. 그런 두 사람을 지켜 보고 있노라면 예순, 칠순을 넘어 평생을 함께 하는 PD와 MC의 모습이 불가능한 꿈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에릭 호퍼가 평생 자신의 아내만을 모델로 삼았듯 김 PD와 유재석도 그런 동반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 외부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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