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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결혼' 반대에서 입장 바꾼 오바마,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

조회수 2019. 11. 20. 19: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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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동성결혼 법제화, 사회적 합의 필요하다."
출처: ⓒ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1.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08년 대선 캠페인 때까지도 동성결혼에 공식적으로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이 공식적인 입장은 첫 번째 임기 때까지 이어졌다. 그러다 2012년 두 번째 대선을 앞두고 “동성 커플도 결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분명하게, 공식적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물론, 오바마 대통령이 마냥 반대만 한 건 아니다. 그는 2008년 캠페인에서부터 ‘시민결합’에는 찬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동성결혼에는 반대하면서도, ‘크리스천으로서 동성결혼에 반대하는 게 잘못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봐야 한다’는 식으로 미묘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2.


오바마 대통령이 4년 만에 입장을 선회한 이유는 승부처가 될 만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의 경우 2004년 이래 동성결혼 지지자 비율은 매년 2.5%씩 늘어났다. 2012년에는 지지/반대가 비등했다. 


한국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여전히 60% 정도가 동성결혼에 반대한다. 찬성은 35% 정도로 차이가 뚜렷하다. 또한 개신교계가 주축이 돼 시위, 서명운동 등을 통해 동성결혼에 극렬히 반대하고 있다. 정치권에도 강한 압박을 넣고 있다.


그러니까 사실 문재인 대통령이 ‘동성결혼에 반대한다’고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일는지도 모른다는 얘기. 숫자상으로는 말이다.

출처: ⓒ연합뉴스
‘국민과의 대화’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

3.


물론, 여기서 얘기가 끝나면 곤란하다. 


성소수자는 차별받아서는 안 되지만, 동성결혼 허용에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모범답안이지만, 너무 모범답안이라 재미가 없다. 물론, 성소수자는 차별해야 한다는 황교안이 제1야당 대표인 마당에 의미가 없다고 격하할 필요까진 없다고 본다. 


문제는 사회적 합의를 어떻게 이룰 것이냐 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아마도) 택한 방식은 우선 사법부에 대한 대통령의 임명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전 두 정부에 비해 진보적인 법관을 대법원, 헌법재판소 등에 임명하고 있다. 이로써 쟁점이 끝내 법원으로 갔을 때 보다 진보적인 결정을 끌어낼 것이다. 


하지만 이걸로 충분하다고 볼 순 없다. 이건 비교적 안전한 방식이지만, 결국 쟁점을 법원까지 가져가는 과정에서 갈등이 그만큼 더 커질 것이다. 정치 쟁점을 사법부에 맡겨버리는 정치의 사법화를 가속화할 것이다. 


물론, 대통령이 국민 다수의 뜻을 배격하고 동성결혼 합법화를 밀어붙일 수는 없다. 대통령은 답을 내리고 국민들을 억지로 이끄는 존재가 아니다. 아무리 선거로 권한을 위임받았다 해도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오바마가 그랬듯 시민결합 등의 형태로 우회하는 것을 생각할 만하다. 결혼이란 이름은 아니더라도, 동거인으로서 법적 권리를 보장하는 식으로 말이다. 대통령은 갈등의 조율자로서, 어떤 방향키를 잡는 역할 정도는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건 ‘누구도 만족하지 않을’ 답안지다. 하지만 그런 게 정치 아닌가. 양자가 타협할 수 있는 적당한 조율점을 찾는 것. 지겨울 정도로 계속해서 조금씩 변화를 추동하는 것 말이다.

4.


여기에서 흥미로운 점이 또 하나 있다. 미국에서의 급격한 여론 변화 얘기다. 


놀라운 것은 이게 단순히 부동층이 움직인 결과가 아니라 동성결혼에 반대하던 사람들이 ‘생각을 바꾼’ 결과이기도 했다는 것이다. 사실 평등의 측면뿐 아니라 자유의 측면에서도 동성결혼은 찬성하는 게 맞다. 보수적인 견해를 따르더라도 반대할 이유가 부족하다. 


한국에서도 생각보다는 여론을 바꾸기 쉬운 쟁점일지도 모른다. 


낙관적으로 보이지 않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높은 반대율과 개신교계의 극렬한 반대 시위 이 두 가지가 뒤섞여서 혼선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라면 어떨까? 60%가 동성결혼에 반대한다 해도, 개중 상당수는 그저 관성적으로 그게 통념이니까 반대할 수도 있다. 그런데 개신교계가 극렬하게 반대하고 미디어의 조망을 받다 보니 마치 그 60%가 모두 극렬한 반대층인 것처럼 혼선을 일으키는 것일 수도 있다. 


또 흥미로운 몇 가지 수치가 있다. 하나는 성소수자라 해서 취업 등에서 차별을 받아선 안 된다는 의견이 8~90% 정도로 절대다수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동정이든 공감이든, 어쨌든 인간적으로 보는 시선이 분명 다수라는 것일까. 둘째는 동성애가 양육, 환경의 영향으로 후천적으로 생긴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50% 정도로 다수라는 것이다. 오해가 여전히 뿌리 깊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풀어갈 수 있는 대화의 여지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부분은 사실 보수가 좋아하는(?) ‘팩트’의 문제이기도 하다. 


동성결혼은 평등의 측면은 물론 자유의 측면에서도 반대해선 안 될 이슈다. ‘결혼은 남녀의 것’이라는 보수적 세계관이 그리 강력하거나 설득력 있는 종류의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에서조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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