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철마다 '험지 타령'이 쏟아지는 이유

조회수 2019. 11. 14. 1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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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가라, 험지!"
출처: ⓒ영화 <친구> 캡처

미국에도 ‘험지’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유권자 분포에 따라 특정 정당에 유리한 지역구는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 험지는 지역주의와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기에 권장할만한 개념은 아닙니다. 시민사회가 성숙해지면서 점점 사라지는 개념이라지만, 여전히 지역주의는 살아있고 많은 정치인이 이를 선거에 활용합니다. 내년 총선에서도 북풍과 지역주의는 기승을 부릴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의 험지]

▶ 대구·경북 - 박정희·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적 텃밭
▶ 강원도 -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곳으로 보수 정당이 강세를 보인 지역
▶ 경상남도 –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가 많은 창원층을 제외하고는 자유한국당 강세
▶부산 - 지역주의가 서서히 무너지고 있는 지역이지만 여전히 자유한국당 강세
▶ 서울 강남 3구 -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부촌으로 자유한국당 지지 성향 높음
[자유한국당의 험지]

▶ 호남 - 5·18 광주민주화운동 발생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텃밭
▶ 서울 강북 지역 - 강남에 비해 상대적으로 노동자 비중이 높아 민주당 강세

꼭 지역이 아니더라도 현역 의원이 다른 당 소속이거나 유권자 비중 등을 고려해 주관에 따라 ‘험지’라 표현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출처: ⓒtvN

총선 시기가 되면 각 정당 중진 의원 및 대선 주자급 인지도를 가진 인물들에게는 ‘험지 출마’가 요구됩니다. 당을 위해서 험지로 나가 싸우는 대신 기존 텃밭은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부족한 신인 정치인들에게 양보하라는 것입니다. ‘인적 쇄신’의 수단이 되는 겁니다.


이때, 험지로 나가는 정치인에게는 혁신 등의 긍정적인 이미지는 물론, 당선이라도 된다면 존재감은 더욱 부각됩니다. 반대로 낙선이라도 한다면 정치 커리어에 큰 상처를 입을 수도 있습니다. 이맘때가 되면 정치인들이 “네가 가라, 험지”를 입에 올리는 이유입니다.

[자유한국당의 “네가 가라 험지”]

▶ 김태흠 의원 “영남권·강남 3구 등 3선 이상 중진 의원들은 용퇴하거나 험지 출마하라.”
▶ 초·재선 의원들 “지도부·중진 등 자기희생하라.”
▶ 홍준표 전 대표 “황교안·김병준, 서울 강북 등으로 나가 당 압승하게 하라.”
▶ 김무성 의원 “황교안·김병준·김태호 등 수도권(험지)로 오게 해야 한다.”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이 선호하는 지역구는 대구·경북 지역일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부겸 의원(대구 수성갑)이 존재하지만, 이 지역은 큰 변수가 없을 경우 자유한국당 소속으로 무난하게 당선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대선 후보급 인물인 황교안·홍준표·김병준 등은 모두 현직 국회의원이 아니기에 내년 총선을 통해 국회 입성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대선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험지 출마를 통해 당선되면 당 안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지만 낙선되면? 대권은 물 건너갑니다.  


비박 수장인 김무성 의원은 다시금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그의 현 지역구인 부산 영도는 이언주 무소속 의원이 출마할 것으로 보이고 있습니다. 이 의원의 고향은 부산 영도입니다.  


6선인 김무성 의원은 중진 용퇴론과 함께 험지 출마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당에서 친박계에 비해 힘이 약한 비박계는 공천 과정에서도 상대적으로 큰 힘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이 점을 고려해 그가 나름대로 희생을 한 모양새입니다. 

출처: ⓒMBC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사정은 어떨까요? 민주당은 과거 정부 부처 등에서 일했던, 각 분야의 전문성 있는 인사들을 영입해 험지를 공략하겠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현역 의원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아 대중의 큰 관심은 못 받는 상황입니다. 험지 공략을 위해선 어느 정도 인지도 있는 인물이 필요합니다.


민주당의 경우 먼저 누가 이번 선거를 진두지휘할지부터 결정해야 합니다. 현재로서는 이낙연 국무총리의 이름이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 이 총리의 거취가 결정 난 후 험지 출마에 대한 논의가 불이 붙을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일부 언론은 차기 대통령 지지율 1위의 이 총리와 ‘선거의 마스터’ 이해찬 대표가 총선 지휘권을 두고 기 싸움을 하고 있다고 보도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이 총리가 2선에서 총선을 지원하거나 이 대표와 함께 공동 선대위원장을 맡는 방법도 있습니다. 


‘험난한 땅’을 뜻하는 험지. 험지에 대한 갈등은 총선 후보등록 시기까지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만큼 “네가 가라, 하와이”라는 영화 <친구>의 대사는 앞으로 더 자주 울려 퍼질 예정입니다.

* 외부 필진 보헤미안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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