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아재와 진보청년의 차이

조회수 2019. 11. 12. 14:1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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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을 증오하고 두려워하는 진보아재들과 자유한국당이 그저 우습기만한 청년들

청년들은 정치에서 자기들이 소외당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장년층은 청년들이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진보아재들은 왜 서초동 집회에 청년들이 나오지 않았는지 의아해하고 청년들은 서초동집회가 왜 그렇게 비장한지 이해하지 못합니다. 소위 민주진보진영으로 불리는 큰 진영 안에서 세대간의 단절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 차이는 어디서 생겨났을까요?


범진보진영에서 청년들과 중장년의 생각을 가르는 중요한 차이가 자유한국당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입니다. 40대 이상 소위 ‘진보아재’들은 자유한국당을 불구대천의 원수로 바라봅니다. 그들은 자유한국당으로 대표되는 극우정치세력을 증오하고 경멸합니다. 그런데, 그 증오의 마음 한편에서는 두려움이라는 감정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언제고 저들이 다시 발호하여 다음 총선 혹은 다음 대선에서 이긴 다음에 우리를 핍박할지 모른다는 공포가 있는 거죠.


20~30대들은 다릅니다. 그들의 눈에 자유한국당을 그냥 우스운 사람들, 바보 같은 집단 정도로 봅니다. 그냥 맨날 이상한 소리만 하는 개그맨 같은 존재로 바라보는 거죠. 개그맨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없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자유한국당을 비웃긴 하지만 무서워하지는 않는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엄혹했던 시절을 직접 경험한 사람들은 과거의 경험에 비춰 현실의 자유한국당의 위협을 과장해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대로 덜 겪어본 젊은 세대는 현실의 자유한국당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을 바라보는 이런 시각의 차이가 또 다른 결정적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진보아재들의 관점에서 보면 자유한국당과의 싸움은 한발짝도 물러설 수 없는 사생결단의 전쟁입니다. 어떻게든 그들이 재집권하는 걸 막아내는 것이 시대적 과제이자 자신들의 사명이라고 생각하니까요. 그분들에게 정치에서 그것보다 더 중요한 과제는 없습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정치는 항상 비장하고 엄숙할 수밖에 없죠.


그런데요. 사람이 꿈을 꾸려면 머리에 잉여력이 있어야 됩니다. 새로운 가치에 관심을 갖고 받아들이려면 머리에 빈공간이 있어야 된다는 거죠. 진보아재들은 구세력과 싸움에 몰두하느라 다른 걸 생각할 여유가 없습니다.


20~30대는 다릅니다. 청년들에게 자유한국당은 그저 우스운 존재입니다. 저런 이상한 사람들이 집권한다는 게 상상이 잘 안가기도 하고요. 젊은 사람들이 보기에 진보아재들의 정치는 너무 비장하고 엄숙합니다. 한마디로 노잼이에요. 그래서 젊은 사람들은 ‘언제까지 바보들이랑 싸울거야?라고 묻습니다. 언제까지 늑대가 온다고 외치기만 할거냐. 이제는 좀 다른 이야기를 하자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실질적 공정을 어떻게 이뤄낼 것이냐, 기후변화, 성평등, 동물권, 기타 소수자 문제 등등. 새로운 진보적 가치들을 더 적극적으로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중장년들이 보기엔 이해가 잘 안될 거예요. 뭔 뚱딴지 같은 소리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재미있는 것은 정치 이외의 영역에서 중장년 분들한테 저런 것들에 대해 물어보면 대체로 긍정적인 답변을 합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정치적 아젠다로 들어오는 순간 진보아재들은 반발을 일으킵니다. 지금 자유한국당 놈들이 호시탐탐 재집권을 노리는 이 시국에 그게 무슨 한가한 소리냐. 그런 건 나중에 하자 그러죠. 그런 것들이 '우리편'에 공격이 들어올 빌미가 될까 걱정도 합니다. 쉽게 말하면 표 떨어져 나가는 소리라는 거죠.


그런데요. 젊은사람들이 실제로 표를 행사하고 정치에 참여하는데 저런 것들이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됐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낡은 세력과의 싸움보다 다음 시대의 가치들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대가 등장한 겁니다.


민주당이나 한국당이나 똑같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죠. 요즘에는 정의당이나 민주당이나 똑같다는 말도 많이 들립니다. 저는 이 말이 일정부분 맞기도 하고 일정부분은 오해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진보의 가치를 뭐라고 상정하느냐에 따라 얘기가 달라집니다. 한국에서 소위 전통적 진보의 가치는 복지의 확대, 대북 유화정책, 정치적 민주화 같은 것들이죠. 이런 기준으로 구분하면 자유한국당과 민주당은 일정한 변별력을 갖습니다. 그게 진짜 '진보'냐 아니냐를 따지자면 이야기가 복잡해지지만, 이걸 기준으로 구분하면 두 세력 사이에 구분되는 지점이 있다는 건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전에는 없었던, 혹은 있긴 있었지만 기성정치에서 외면 받았던 진보의 가치들을 기준으로 보면 자유한국당과 민주당의 차이는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심지어 민주당과 정의당도 비슷해 보여요. 이건 젊은 사람들을 대표할 현실정치세력이 부재하다는 뜻입니다.


정리하면, 진보아재들은 청년들이 요즘 무슨 생각을 하는지 좀 이해할 필요가 있고 청년들도 진보아재들이 왜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차이가 꼭 세대로만 가를 수 있는 차이는 아닐 거예요. 정치적 스팩트럼의 차이일수도 있고 어떤 경험의 차이일수도 있어요. 또 세대를 넘어서 정반대의 생각을 가진 분들도 있어요. 세대 간에 편을 가르거나 어느 쪽을 비난하려고 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엄밀하지는 못하지만, 대체적으로 구별되는 생각의 차이에 대해 알고 나면 서로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영상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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