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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 빛난 ‘일로 만난 사이’에서 아쉬운 한 가지

본격 노동 힐링 예능을 표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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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유재석이 한 무리의 노동자들과 마주쳤었다. 그들은 고된 일을 마치고 식당에 모여 앉아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막걸리가 놓여 있었고 거친 손은 서둘러 술잔을 움켜쥐었다. 온몸에 묵직하게 새겨진 하루의 피로를 한 잔의 술로 씻어내는 노동자들의 모습은 감동스러웠다. 그렇게 일과를 마감하는 그들의 의식을 지켜보던 유재석의 눈빛도 꽤나 인상적이었다.


그때 어렴풋이 짐작했다. 만약 유재석이 새로운 예능을 하게 된다면 그런 이야기를 하게 되지 않을까? 신기하게도 예상이 맞아떨어졌다. 거리에서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삶을 탐구하던 유재석은 좀 더 내밀한 공간으로 들어가 보고 싶어졌던 모양이다. 누군가가 땀 흘려 일하는 곳, 고되지만 보람 있는 곳, 수많은 사람의 인생이 담겨 있는 곳, 다름 아니라 일터 말이다. 


유재석은 정말 일터로 향했다. 그것도 가장 고된 노동이 요구되는 현장을 찾아갔다. 힘들고 어려운 만큼 일손이 부족한 곳이기도 했다. 고양이라도 앉혀놔야 할 정도라는 푸념이 나올 만큼 상황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였을까. 유재석은 혼자 가지 않았다. 자신과 (여러 가지 이유에서) 가장 잘 맞는 사람들을 대동했다. 이 프로그램이 바로 노동 힐링 예능, tvN <일로 만난 사이>다.  


첫 회에선 ‘국민 남매’로 묶인 이효리와 그의 남편 이상순과 함께 제주도의 한 녹차 밭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일로 만난’ 유재석과 이효리는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에게 버팀목이 돼 주었다. 묵묵히 자기 일을 해내는 이상순의 활약도 돋보였다. 오랫동안 방치돼 숲처럼 우거진 녹차 밭이 사람의 손길을 거쳐 덕분에 점차 제 모습을 찾아갔다. 그 변화를 지켜보는 게 참 좋았다. 

2회에선 MBC <무한도전>에서 연탄을 함께 날랐던 든든한 일꾼 차승원이 소환됐다. (차승원의 말처럼) 늘 ‘힘든’ 일로 만난 사이답게 두 사람은 고난도의 노동 현장에 투입됐다. 그들은 전라남도 무안의 고구마밭에서 땀을 한 바가지 쏟아냈다. 바닷가에서 미네랄이 풍부한 해수를 퍼담고 민물에 희석시킨 그 물을 밭에 듬뿍 뿌리고 고구마를 수확해 분류하는 작업까지 도맡았다.


차승원은 특유의 유쾌함으로 유재석을 들었다 놨다. 형들과 있을 때 더욱 빛나는 유재석도 경쾌하게 장단을 맞춰 나갔다. 고구마밭 사장님의 재치 넘치는 입담도 빛났다. 천하의 유재석을 쥐락펴락할 정도로 위트가 있었다. 첫 회에선 이효리의 구박이 그랬던 것처럼, 2회에선 차승원과의 찰떡 호흡, 호랑이 사장님의 장난기 가득한 잔소리가 예능적 재미를 끌어냈다.  


알다시피 유재석은 버라이어티에 최적화돼 있고 집단 토크에 능하다. <무한도전>과 KBS <해피투게더>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공교롭게도 전자는 종영했고 후자는 시청률 하락으로 허덕이고 있다. 이런 시점에 유재석은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일로 만난 사이>는 그동안 유재석이 했던 작품들과 결이 상당히 달라 보이지만, 사실 그의 장점을 집약시킨 프로그램이다.  


<일로 만난 사이>는 노동의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감정들과 일을 마친 후에 찾아오는 뿌듯함, 그리고 일당을 ‘좋은 일’에 사용하는 만족감 등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유재석이 포함되자 상당히 입체적인 그림이 완성됐다. 그가 지인들과의 관계를 통해 보여주는 모습들은 버라이어티 쇼에 가깝고 중간중간 나누는 재미있거나 진중한 대화들은 ‘유재석 쇼’를 생각하게 한다. 

아직 <일로 만난 사이>는 미완이다. (총 8부작으로 아마도 첫 시즌일 것이다.) 노동을 예능에 접목시켰다는 점만으로도 흥미롭고 획일화된 예능 판에서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박수받아 마땅하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가령,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그것이다. 이를테면 ‘일터와 그곳의 노동자들’이 잘 보이지 않고 ‘일터에 온 유재석과 그 지인’만 돋보인다는 게 의외라는 이야기다. 


투머치토커이자 국민 MC 유재석이라면 섬세하고 살뜰한 유재석이라면 그곳의 노동자들에게 말을 걸지 않았을 리 없는데 그런 장면들은 일절 포착되지 않았다. 일이 너무 고되 그럴 틈조차 없었던 것일까? 쿨하게 일하기로 한 기획 의도 때문일까? 앞으로 <일로 만난 사이>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알 수 없지만, 현재로선 ‘유재석과 지인들의 야외 버라이어티 토크’를 지향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구도라면 계속해서 (유재석 주변의) 유명한 지인들이 나와야 하고 포커스가 그들에게 맞춰질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노동하고 땀 흘리는 연예인도 좋지만, 노동하고 땀 흘리는 노동자들의 모습도 담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그 가교 역할을 누구보다 잘할 수 있는 사람이 유재석 아닌가? <일로 만난 사이>가 <체험 삶의 현장> 예능 버전으로 그치는 건 아무래도 조금 아쉽다.

* 외부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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