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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고통주고 부모 괴롭히는 '공부가 머니?', 의도가 뭐니?

조회수 2019. 8. 31.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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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말이 무엇일까?

MBC 예능 프로그램 <공부가 머니?>는 신동엽과 선혜윤 PD 부부가 의기투합했다는 이유로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두 사람은 2006년 MBC <신동엽의 러브하우스> 이후 15년 만에 함께 프로그램을 맡게 됐는데 결혼 이후에는 처음이라 주목받을 만 했다. 그러나 <공부가 머니?>가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더 큰 이유는 역시 ‘교육법 관련 팁’ 때문 아니었을까? 


JTBC <SKY 캐슬> 김주영(김서형)의 실존 모델인 전 서울대 입학사정관 진동섭 씨가 출연한다는 소식은 수많은 학부모들의 시선을 집중시킬 수밖에 없었다. 1회 시청률 4.6%는 자녀의 교육 문제로 고심하고 갈등하고 있는 학부모들의 열의와 맞닿아 있는 숫자였다. <공부가 머니?>는 시청자들에게 뭔가 대단한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를 하게 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공부가 머니?>는 기획 의도와 프로그램의 방향성, 심지어 교육에 대한 고민도 부족한 엉성한 프로그램이었다. 어김없이 (넓은 의미의) 연예인 부부와 자녀들의 모습을 담아냈다는 것도 아쉬웠다. 섭외의 용이성과 화제성 및 파급력을 고려한 선택이었겠지만, 많은 시청자가 공감하기에 현실감은 확연히 떨어졌다. 애당초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들이 아닌가. 

첫 회에 출연했던 임호네 가족은 충격적이었다. 고작 9살(14개), 7살(10개), 6살(10개)에 불과한 어린 삼남매가 다니는 학원의 수만 34개였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그게 대치동에서는 다반사라고 한다. 소문은 익히 들어 왔지만, 실상을 확인하게 되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들의 엄마인 윤정희 씨는 자신은 다른 대치동 엄마들에 비하면 겉핥기 수준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저 많은 학원에 다녀야 하는 아이들의 삶은 피폐할 대로 피폐해져 있었다. 방과 후 학원에 다녀온 후에도 집에서 끝없이 몰려오는 방문교사들과 학습지 전쟁을 벌여야 했다. 숙제가 쌓여 밤늦은 시각까지 잠들 수 없었는데 어떤 날은 12시가 훌쩍 넘어서야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이걸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이들의 놀 권리는커녕 인권조차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전문가들의 솔루션은 표피적인 것에 그쳤다. <공부가 머니?>라는 중의적인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결국 ‘성적은 올리고 교육비는 절감하는’ 솔루션이 제공될 뿐이었다. 그러나 초점은 역시 성적이었다. 가령, 토요일에 하던 숲체험은 역사체험으로 대체됐는데 그 이유는 단순 휴식 시간이기 때문이었다. 유일하게 아이가 숨 쉴 틈인 놀이와 취미마저 학습화시켜 버렸다. 

2회에서는 이봉주, 김미순 부부와 첫째 우석이의 일상이 공개됐다. 열성적인 엄마 김미순 씨는 아이를 성균관대학교에 보내고 싶어 했다. 그러기 위해선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떨어진 성적을 끌어올려야 했다. 김미순 씨는 우석이에게 종합 학원에 다닐 것을 권유했지만, 우석이는 완강히 거부했다. 엄마의 말이라면 무엇이든 잘 따랐지만, 유독 학원에 대해서는 강경했다.


기본적으로 우석이는 ‘착한’ 아이였다. 부모의 뜻을 거스르지 않고 순순히 따르는 순종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말이 없고 혼자 있는 걸 편안해하는 내성적인 편이었다. 자신감도 떨어져 있었으며 전체적으로 어눌해 보이기도 했다. 우석이는 IQ 검사 결과 135로 상위 1%의 지능을 갖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뇌가 계획한 것을 몸이 처리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는 진단이 나왔다. 


부모의 책임이 컸다. 김미순 씨는 아이가 편할 거로 생각해 일거수일투족을 챙기고 케어했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우석이의 행동은 더뎌졌다. 이봉주의 양육 방식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우석이는 생각하고 판단할 자신만의 시간 없이 엄마가 지시를 따르기 바빴다. 우석이는 점점 더 수동적인 아이가 돼 갔다. 부모는 충격을 받았지만, 사실 자업자득에 가까운 결과가 아닌가?  

전문가들은 우석이의 공부 습관에 대한 솔루션도 제시했다. 학교 공부 위주로 자기주도 학습을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밖에 되는 과목부터 시작하고 좋아하는 수학은 좀 더 매진할 것을 조언했고 야간 자율학습을 시키는 게 낫다는 의견도 있었다. 타이머 학습법, 작심 3일 공부법도 제시됐다. 선행학습을 두고 충돌을 보였던 1회와 달리 전반적으로 일치된 양상이었다.


그러나 공부 메커니즘이 없는 우석이가 갑자기 자기주도 학습을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또, 아쉬웠던 점은 상담 과정에서 우석이가 배제돼 있었다는 점이다. 이 아쉬움은 앞선 의문과도 맞닿아 있다. 결국 전문가와 부모만의 상담을 통해 찾은 솔루션이었고 그 해답은 자기주도 학습조차 부모에 의해 이뤄지게 됐다. 여전히 우석이가 혼자 고민하고 판단할 수 있는 나이라는 걸 간과한 것이다.  


<공부가 머니?>가 보여주고 싶은 이야기는 도대체 무엇일까? 공부가 결국 ‘머니’와 연결된다는 걸 강조하려는 것일까? 결국 정답은 대치동 엄마들의 노하우라는 얘기를 반복하려는 것일까?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해 보인다. <공부가 머니?>는 행복한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결코 아니다. 어쩌면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들마저 괴롭히는 프로그램일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열패감이든 희망 고문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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