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마 기자 어록,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세 가지

조회수 2019. 8. 21. 10:4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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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11일 복직 후 첫 출근 발언

* 아랫글은 이용마 기자가 2017년 12월 11일 복직 후 첫 출근에서 한 7분 발언이다. 한국의 모든 기자가 새겨야 할 주옥같은 말이다. 여기에 옮겨서 기록한다.  


(편집자 주: 2019년 8월 21일 암 투병 중이던 이용마 MBC 기자가 별세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엠비씨의 선후배 그리고 동료 여러분 정말 반갑습니다. 이제 조합원 동지 여러분이라는 표현 대신에 선후배, 동료, 그리고 엠비씨 구성원 여러분, 이 표현을 앞으로 써야 될 것 같아요. 우리 모두가 이제 하나가 되는 그런 시대가 열렸어요.


2012년 3월에 해고되던 그날 이후로 단 한 번도 오늘이 올 것을 의심해 본 적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정정당당한 싸움을 했고요. 정의를 대변해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꿈이 오늘 실현되었습니다. 한 번도 의심해 본 적이 없는 일인데, 오늘 이렇게 막상 현실이 되고 보니까 정말 꿈 같습니다. 


깨어나고 싶지 않은 꿈! 그런 꿈 자다가 꾸어본 적 많죠? 정말 다시 깨고 싶지 않은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습니다.

며칠 전에요. 병상에서 물끄러미 벽을 쳐다보고 있었어요. 그때 제 눈에 벽에 걸려 있던 달력이 들어왔습니다. 올해 끝을 장식하는 12월이 보이더라고요. 그런데 그 12월의 삘간 날짜가 두 개가 있어요. 하나는 성탄절이고요. 하나는 다음주 수요일 12월 20일입니다. 원래 대통령 선거가 예정됐던 날이죠. 그걸 보면서 그 순간(웃음) 몸서리가 쳐졌습니다.


야! 이게 예정대로 다음주에 대선이 치러진다면 우리에게 아직도 멀었겠구나. 정말 몸서리가 쳐졌습니다. 


그 어렵고 힘든 시절을 우리 함께 싸워서 이겨냈고요. 결국 이 자리에 우리가 모일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 우리 잊지 맙시다. 오늘 우리가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은요. 작년 엄동설한을 무릅쓰고서 나와주었던 촛불 시민들의 위대한 항쟁, 과연 그게 없었다면 오늘 우리가 이 자리에 서 있을 수 있었을까요? 


아마 아직도 우리는 암담함 속에 패배감 속에 젖어서 어찌해야 할 지를 모르고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 촛불시민들의 항쟁, 그분들을 결코 잊지 않아야 할 겁니다. 앞으로 우리의 뉴스와 시사, 교양, 드리마, 모든 방송 프로그램에서 그분들의 목소리가 담길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또 하나가 있습니다. 2012년 우린 170일 파업을 했습니다. 무려 6개월 가까운 파업을 했습니다. 그때 기성언론, 주류언론, 우리 문제 어떻게 다뤘습니까? 철저히 무시했습니다. 파업 100일이 지나도요, 엠비씨가 파업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국민들이 상당수였습니다. 우리의 당시 비통한 심정, 억울한 심정 하소연할 데가 없었습니다. 


아마 지금도 자신들의 억울한 목소리를 아무리 외쳐대도 이 사회에 반영되지 못해서 고통받고 있는 사회적 약자들이 우리 주변에 많이 있을 겁니다. 과거 우리의 모습을 상기하면서 그분들의 목소리를 우리가 담아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겁니다. 


언론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지만, 동시에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끊임없이 대변해주는 것일 겁니다. 그 노력 또한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또 있습니다.


여러분 주변을 돌아보십시오. 여러분들의 동료들입니다. 39일 파업, 170일 파업, 그리고 72일 파업, 무려 1년 가까이를 길거리에서 함께 허비하면서 싸웠던 동지들이 우리 바로 옆에 있습니다. 이제 우리 엠비씨 구성원들은 단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바로 내 옆에 가장 믿을 만한 동지가 있다는 것, 우리가 살아가면서 이보다 더 든든한 것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그렇지 않습니까, 여러분?(박수) 


집합적 지혜라는 게 이렇게 위대하구나 하는 걸 보여줄 수 있는 회사가 되었으면 합니다.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요? 나 혼자 잘 나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지혜를 함께 빌릴 수 있는 그런 공동체 사회를 만들어 나가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 정말 고맙습니다. 이 꿈같은 현실이 영원히 지속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

* 외부 필진 김주완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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