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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진·이승기의 '리틀 포레스트' 보다 나영석이 생각난 이유

조회수 2019. 8. 15. 15: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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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진과 이승기, 나영석 없이 성공할 수 있을까?

이서진과 이승기가 예능에서 만났다. 이처럼 SBS <리틀 포레스트>(연출 김정욱, 박소현)는 흥미로운 조합을 성사시켰다. (두 사람은 SBS <집사부일체>에서 사부와 제자로 잠시 만난 적이 있지만, 하나의 프로그램을 함께 이끌어 나가는 건 처음이다.) 이서진과 이승기가 예능에서 많이 소비된 측면이 있으나 함께 출연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그림을 기대하게 한다.


그런데 두 사람이 만난 역사적인(?) 순간에 부재중인 한 명의 이름이 떠오른다. 나영석 PD 말이다. 이서진은 tvN <삼시세끼>, <꽃보다 할배>, <윤식당> 등을 통해 만능 예능인으로 자리매김했고 명실상부 나영석 PD의 페르소나로 자리매김했다. 이승기는 나 PD가 연출했던 KBS2 <1박 2일>에서 남다른 예능감을 발휘했고 tvN <꽃보다 누나> 등에 출연하며 예능인으로 성장했다.  


이처럼 나영석 PD와 유독 인연이 깊었던 두 사람이었던 만큼 나 PD의 부재는 예상 밖이고 심지어 낯설기까지 했다. 물론, 그래서 신선하기도 하다. 참신한 건 그뿐만이 아니다. 아직 미혼인 두 사람이 다른 장르도 아닌 ‘육아 예능’에서 의기투합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이승기는 아직 막내 이미지가 강하고 이서진도 누군가(할배 혹은 윤사장님)를 모시고 보필하는 캐릭터의 잔상이 진하게 남아 있다.  


그런 두 사람이 아이들을 돌본다? 그림이 쉽게 그려지지 않는다. <리틀 포레스트>는 그 지점을 절묘하게 파고들었다. 또, 예능에선 낯선 얼굴인 배우 정소민을 섭외해 많은 사람의 또 다른 호기심을 자극했다. 정소민은 조카인 열무(태명)를 보살피는 등 평소 아이들을 좋아하고 육아에 관심이 많았기에 적절한 캐스팅으로 보였다. 여기에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박나래를 투입해 예능의 구색을 갖췄다. 

“애들이 뛰어놀 데가 정말 없구나. 숲속이나 자연에 풀어놓으면 자기들끼리 관계 형성하면서 놀고 이런 게 생길 거 같은데…” (이승기)

<리틀 포레스트>는 캐스팅 면에선 준수한 평가를 받았다. 예외성과 안전성을 모두 고려한 영리한 섭외라는 평. 문제는 프로그램 자체가 지닌 힘이고 관건은 그 힘으로 얼마나 많은 시청자를 효과적으로 설득하느냐일 것이다. 그러나 육아 예능 자체는 너무도 익숙한 포맷이다.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만으로도 충분하다 여겨질 정도니까.


물론, <리틀 포레스트>는 출연자들이 미혼이라는 점을 차별화 요소로 제시하지만, 최근 방영을 시작한 KBS2 <아이를 위한 나라는 있다> 역시 김구라를 제외한 서장훈과 김민종은 미혼이다. <리틀 포레스트>만의 무기는 무엇일까? 그건 한마디로 ‘친환경 돌봄 하우스’, 도심 속에 갇힌 아이들에게 자연을 되돌려주자는 기획 의도일 것이다.  


이는 마음껏 뛰어놀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서도, 그런 아이들이 안쓰러운 부모들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프로젝트다. 또, 아이와 1:1로 매칭돼 육아를 담당하는 게 아니라 집단 돌봄 시스템이라는 점도 차이다. 찍박골 내에서 아이들은 이서진, 이승기, 정소민, 박나래의 케어를 받으며 함께 어울리고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어갈 것이다. 다만, 1박 2일이라는 짧은 시간은 성장이라는 테마를 본격적으로 드러내기에 제한적이다. 

첫 회만 놓고 보면 아쉬움이 많았다. 편집은 다소 느슨했고 분위기도 산만했다. 굳이 정소민의 집을 찾아가야 했는지도 의문이다. 마치 <집사부일체>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실제로 김정욱 PD는 <집사부일체>를 공동 연출했다.) 출연자들이 육아를 위해 어떤 준비를 했는지 보여주는 것도 좋지만, 본론까지 가는 시간이 길어 지루하게 느껴졌다. (아무리 16부작이라고 해도) 결국 편집이 올드했다는 이야기다.


'자연+육아’를 표방했지만, 전체적인 완성도는 물론 개별적인 매력도 부족했다. 자연이 주는 힐링은 <삼시세끼>나 JTBC <캠핑클럽>에 비할 바가 아니었고 가장 큰 정체성인 육아 예능으로서의 밀도도 한참 부족했다. 무엇보다 들려줄 이야기가 너무 많은 듯 보였는데 그리되니 시청자의 입장에선 집중할 수 있는 이야기가 없었다. 차라리 “아이들이 주인공이 됐으면 좋겠다”는 이서진의 조언이 반영됐다면 어땠을까?  


<리틀 포레스트> 제작진은 “기존의 육아 예능과는 결이 다르다”고 자신만만하게 선전포고했다. 어찌 됐든 자연과 육아를 묶어낸 건 새로운 시도가 분명하다. 그러나 아직 <리틀 포레스트>만의 차별화된 장점은 도드라지지 않았다. 어수선했던 1회는 그렇다 치더라도 본격적인 돌봄이 시작된 2회에서도 신선한 무엇을 찾기 어려웠다는 점은 애석하다. ‘육아는 고되다’는 만고의 진리를 되새겼을 뿐이었다. 여전히 아이들은 해맑고 예뻤지만. 


이제 시청자들은 토, 일에 이어 월요일까지 연달아 육아 예능을 지켜봐야 한다. 피로감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첫 회 시청률 5.1%, 6.8%(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했던 <리틀 포레스트>는 2회에서 3.5%, 5.0%로 대폭 하락했다. <리틀 포레스트>는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 나영석의 부재 속에 이뤄진 이서진과 이승기의 만남이 결국 나영석 PD가 얼마나 예능을 잘 만드는지 간접적으로 확인하는 결과로 귀결되지 않길 바란다.

* 외부 필진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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