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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작품만 하던 천우희에게 한석규가 한 조언

<멜로가 체질>에서 빛을 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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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몰입을 그만해라.’

한석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영화 <우상>에 함께 출연한 천우희에게 그리 말했다고 밝혔다. 선뜻 이해되지 않았다. 이해를 돕기 위해 한석규의 이야기를 좀더 들어보자. “(천우희가) 몰입을 요구하는 캐릭터를 몇 년을 했다. 조금 더 밝고 몰입을 안 해도 되는 캐릭터와 장르, 덜 해도 되는 장르를 하라고 했다.”


고개가 끄덕여졌다. 한석규는 최근 몇 년 동안 과몰입을 한 채 쉼 없이 달려왔던 후배 천우희를 지켜보며 행여나 그가 지쳐 버리진 않을까 염려했던 것이다. 분명 한석규도 그 길을 걸어왔고 같은 시행착오를 겪어 왔을 것이다. 연기에도 휴식 같은 전환점이 필요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천우희에게 당분간은 몰입을 조금 덜 해도 되는 장르의 작품을 했으면 좋겠다는 애정 어린 조언을 건넸을 것이다.

영화 <써니>(2011)를 통해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이며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천우희는 이후 영화 <한공주>(2014), <카트>(2014), <해어화>(2016), <곡성>(2016)에 이어 <우상>(2019)까지 주로 무거운 장르와 캐릭터를 맡아 왔다. 중간에 출연했던 드라마 tvN <아르곤>(2017)에서도 (한석규의 말처럼) 상당한 몰입이 필요한 계약직 기자 이연화 역을 맡았다. 정말 천우희에겐 변화 혹은 터닝 포인트가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선배의 조언을 받아들였던 걸까. 천우희는 차기작으로 JTBC 금토 드라마 <멜로가 체질>을 선택했다. 제목만 봐도 밝은 느낌이 가득한 <멜로가 체질>은 30대 여성들의 고민, 연애, 일상 등을 코믹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1,6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극한직업>의 이병헌 감독이 연출·집필한 첫 정식 드라마이기도 하다. <극한직업>에서 거침없이 발휘된 이 감독의 코미디 감각이 드라마에서 어떻게 구현될지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천우희는 극중에서 무명 드라마 작가 임진주 역을 맡았다. 진주는 널뛰는 감정선과 정상에서 살짝 벗어난 정신세계의 소유자이다. 스타 작가 정혜정(백지원)이 아무리 혼내도 겁을 먹지 않고 되받아 치는 강단을 지녔고 방송가에서 성공 보증수표로 불리는 드라마 피디 손범수(안재홍)의 재수없음에 묘한 흥미를 느낀다. 진주의 무심한 표정과 말투는 묘한 생동감을 지니고 있는데 천우희는 난해한 캐릭터를 사랑스럽고 매력적으로 표현해 냈다. 

천우희는 방송 2회 만에 그동안 잘 보여주지 않았던 코믹하고 유쾌한 모습을 선보였고 시청자들을 진주라는 캐릭터에 매료시켰다. 이병헌 감독은 “뭘 해도 잘하는 배우임이 틀림없는데 가벼운 코믹 연기에 대한 소비가 거의 없기 때문에 무조건 욕심이 생겼다”면서 천우희를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또, “베테랑 배우에게 신선함을 느끼는 경우는 흔치 않은데 그 흔치 않은 경험을 하게 됐다”면서 천우희에 대해 극찬을 쏟아냈다.  


천우희가 극의 중심을 잡아 나가자 다른 배우들의 매력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멜로가 체질>에는 개성 있는 캐릭터들이 많다. 특히, 진주의 절친인 다큐멘터리 감독 이은정(전여빈), 워킹맘 황한주(한지은) 등 여성 인물들이 눈에 띤다. 전여빈과 한지은은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천우희와 함께 이병헌 감독 특유의 쫀득쫀득한 대사들을 맛깔스럽게 주고 받으며 ‘수다 블록버스터’를 구현해 내고 있다.


신선한 연출과 대사가 돋보인 <멜로가 체질>이지만, 정작 초반 성적표는 신통치가 않았다. 1회 1.790%(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로 출발했던 시청률은 2회에서 1.035%로 더 떨어졌다. 이병헌 감독을 필두로 천우희, 안재홍 등을 내세웠던 JTBC로서는 당혹스러울 수 있는 상황이다. tvN과 함께 새로운 드라마 왕국으로 자리잡은 JTBC에서 1% 시청률은 ‘으라라라 와이키키2’ 이후 처음이다.

아무래도 시청자들에게 <멜로가 체질>은 조금 낯선 드라마일 수 있다. 주인공과 서브가 나뉘어져 있지 않아 중심 스토리가 확연히 도드라지지 않고 전체 인물들이 균등한 비중으로 다뤄진다는 점은 시청자들의 집중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또, 과장된 캐릭터와 만화적인 상황 설정, 전반적으로 코믹한 분위기가 산만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연출도 기존 드라마의 익숙한 그것이 아니라 이질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러나 <멜로가 체질>은 tvN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처럼 ‘여성들의 서사’라는 최근의 트렌드가 반영돼 있다. 또, 2,30대 청춘들의 이야기를 심도 있게 담아내고 있으며 워킹맘의 고충도 녹여냈다.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시청자들의 호평이 쏟아지고 있는 만큼 <멜로가 체질>이 반등할 기회는 아직 남아 있다. 그 중심에 ‘그동안의 천우희를 잊으라’고 말하는 천우희가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 외부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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