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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수출 규제’ 따른 반도체 소재 국산화, 무조건 좋을까

어떻게 현 상황을 ‘혁신’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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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의 스마트 운동화

여기에 아디다스 운동화와 나이키 운동화가 있다. 아디다스는 액상폴리머수지를 3D 프린팅 기술에 접목한 카본이라는 회사와 협업해 스피드팩토리를 구축, 이곳에서 고속 생산해 낸 운동화를 선보였다. 나이키의 경우 신발 밑창에 센서 및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도입해 신체 조건 및 주변 환경에 맞춰 신발 끈이 자동으로 조여지는 스마트 운동화를 만들었다. 두 회사 모두 일종의 혁신을 도입한 것인데 과연 어떤 혁신 이 기업 가치에 더 도움이 될 것인가?


판단은 쉽지 않다. 그렇다면 한 가지 정보를 추가해보자. 아디다스는 생산 공정을 혁신해 제조원가를 기존 25~27만 원에서 켤레 당 1/3 수준으로 낮췄다. 그리고 나이키의 스마트 신발은 한화로 약 78만 원 가량이다. 이제 다시 판단해 보자. 과연 어떤 혁신이 기업 가치에 더 도움이 될까? 


추가된 정보로 보자면 얼핏 아디다스가 더 나은 혁신을 도입한 것 같다. 원가를 절감하고 기업이익을 향상시킬 만한 가능성을 창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문제에 정답은 없다. 제조업의 혁신에서 상품(End-user product, 이하 ‘비싼 혁신’) 자체를 혁신하는 것과 생산 공정(Manufacturing Process, 이하 ‘싼 혁신’)을 혁신하는 것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나이키는 전자를, 아디다스는 후자를 선택했다. 여기에는 아디다스의 이전 영업이익률이 나이키보다 뒤떨어졌던 상황(나이키 13.9% vs 아디다스 6.5%)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결국 각자의 상황을 고려해 혁신의 종류를 선택한 것이다.

아디다스의 스피드팩토리

모든 혁신에 동일한 명제를 적용하긴 어렵겠지만, 이렇게 제품 자체에 대한 혁신은 공정에 대한 혁신보다 비싸다. 때문에 제대로 된 생산 프로세스를 미처 갖추지 못한 채로 제품 혁신에 나설 경우 의외의 어려움을 겪을 수 있게 된다. 나는 전기자동차 제조업체 테슬라(Tesla)가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 유래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빠르고 오래 달릴 수 있는 전기차’라는 혁신적인 제품에 집중한 나머지 상대적으로 싼 혁신에 대해서는 소홀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말이다.


때문에 과학기술분석잡지 MIT 테크놀로지 리뷰(MIT Technology Review) 등에 등장하는 혁신적인 사례들을 볼 때 투자자는 기업의 혁신이 과연 어느 지점에서 어떠한 비용을 얼마나 지출해 이뤄지고 있는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비싼 혁신은 그 비용에 걸맞게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멋진 물건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기업가치의 증분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은 싼 혁신일 수도 있다. 반면 싼 혁신은 경쟁자가 따라잡기 쉬기 때문에 그 수명이 짧을 수도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문재인 대통령

출처ⓒ연합뉴스

이번엔 일본 수출 규제로 이목이 쏠린 반도체 업계를 생각해보자. <일본 반도체 패전>, <일본 전자 반도체 대붕괴의 교훈>의 저자 유노가미 다카시 미세가공연구소 소장은 일본이 비싼 혁신에만 관심을 기울였기 때문에 한국에게 반도체 생산 우위를 상실했을 것으로 분석한다. 한국의 대기업들이 특정 시점에서 품질의 향상을 일부 포기하더라도 비용을 절감하는 쪽으로 눈을 돌린 것과는 달리 경제성을 무시한 채 계속 수율에만 집착했던 엘피다 등은 반도체 비즈니스 사이클이 하락하는 시점에 도달하게 되면 결국 패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비용의 절감과 공정의 효율화로 대변되는 싼 혁신은 무엇을 통해 가능할까? 혹자는 국내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의 자산을 빼앗거나 가혹한 쥐어짜기를 통해 이를 달성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실제로 그런 측면이 일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비용의 절감과 공정의 효율화는 해당 기업 자체가 글로벌 밸류체인에 탑승해야 가능하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반도체의 지배자로 등극할 수 있었던 것은 많은 자본을 투자해 세계 각국에서 가장 좋은 소재와 장비를 구입했기 때문이다.

일본의 한국 수출 규제 품목

출처ⓒKBS 뉴스 캡처

때문에 현재 일본과의 갈등으로 인해 어려움에 직면한 우리 반도체 업계에 요구되는 것은 완전한 수직계열화와 국산화가 아니다. 반도체 하나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공정에 필요한 소재는 대략 수백 가지에 이르는데 이를 전부 국산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물론 일본의 횡포로 인해 다소 국산화가 앞당겨질 수는 있다. 그렇다고 여태까지 대기업들이 노력을 기울여왔던 싼 혁신의 과정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 


즉 혁신의 비용을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투입할 것인지는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선택해야지 정부의 압력이 결정요인이 되는 것은 시장경제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뜻이다.

* 외부 필진 힝고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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