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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하는 것 없이도 재밌다 소문난 '이 예능'

조회수 2019. 7. 30. 14:2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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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클럽'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옛 친구는 그 시절을 소환한다. 중학교 친구라면 중학교 시절로, 고등학교 친구라면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가는 기분이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지만,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는 종종 일어나는 일이다. 놀랍게도 당시에 사용했던 말투를 사용하게 되고, 더 나아가 심리 상태까지 변하게 된다.


JTBC <캠핑클럽>에서 14년 만에 완전체로 다시 만난 핑클 멤버들도 마찬가지였다. 이효리·이진·옥주현·성유리, 서로 어색한 사이라고 알려졌던 그들은 금세 그 시절을 떠오르게 했다. 1세대 아이돌로 힘들고 어려운 시절을 함께 보냈고,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던 그때로 말이다.  


떨어져 있던 시간이 길었지만 어색함은 없었다. 걱정을 많이 했는데 쉽사리 잠이 들었다는 옥주현의 말처럼 말이다. 시간이 한참 흘렀는데도 그 시절의 핑클로 되돌아간 것처럼 편안한 모습을 보여준 핑클 멤버들은 그 자체로 여러 감정을 느끼게 했다. 팬들의 마음은 오죽했을까.  


그걸 잘 알고 있는 <캠핑클럽>은 별다른 일을 하지 않는다. 무언가를 끄집어내야 한다는 연출은 미뤄두고 물러서서 지켜봤다. 핑클의 멤버들도 마찬가지다. 애써 어떤 ‘행위’를 하지 않고, 굳이 어떤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려 하지 않는다. (이효리와 이진이 아침부터 카누 데이트를 한 걸 제외하면 말이다.) 

<캠핑클럽> 2회 시청률은 4.608%로 1회 4.186%에 비해 상승했다.

핑클 멤버들은 ‘핑카’를 타고 전국을 누볐다. 충남 공주에서 만난 그들은 첫 번째 정박지인 진안의 용담 섬바위로 향했고, 다음 날에는 경주의 화랑의 언덕으로 이동했다. 그 사이에 자신들의 옛 앨범들을 꺼내 듣고 이런저런 수다를 떨며 과거를 회상했다. 정박지에선 저녁 식사를 준비하며 모닥불 앞에 둘러앉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함께 잠이 들었다. 90년대에 유행했던 노래들을 들으며 흥에 겨워했고 휴게소에 들러 음식을 먹으며 별스럽지 않은 대화를 나눴다. 


그런데 이 자연스러움 속에서 흥미로운 발견을 하게 된다. <캠핑클럽>이 단지 과거의 핑클을 회상하는 데 몰두하지 않는다는 사실 말이다. 그 시절을 공유하는 핑클의 멤버들은 당시의 관계를 복원해 보여주기도 했지만, 차차 현실 속 자신들의 정체성을 드러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캠핑클럽>은 핑클 멤버들이 과거와 비교해서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이진은 “내가 너무 막혀있었지? 미국 가서 많이 열렸어”라고 농담을 던지고 이효리는 “나는 좀 닫았어”라고 재치 있게 받아친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이제) 우리 완충이 됐겠다”며 함께 웃었다. 경주로 가는 길에 들른 휴게소에서 이효리는 예전보다 관심의 범위가 좁아지고 있다고 고백하고 성유리는 나는 이제야 사람과 세상에 대한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며 달라진 자신을 털어놓았다. 멤버들은 예전에는 외부 세계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성유리의 변화에 고개를 끄덕였다. 

‘루비’의 가사를 두고 ‘남자친구가 바람피운 이야기’라며 지금 같았으면 뺨을 날렸을 거라고 성토하는 장면은 상징적이기까지 하다. “애들이 참 수동적이야”, “그때 이미지가 우리랑 안 맞았어”라고 말하는 핑클 멤버들은 과거의 자신들을 객관화하고 지금의 나를 편안하게 드러낸다. 그리고 명확하게 선을 긋는다. 자신들을 ‘국민 요정’으로서’만’ 소환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그건 우리랑 맞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다. 


<캠핑클럽>은 핑클 멤버들의 그 시절을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우리는 방송을 보면서 그 옛날에 핑클 멤버들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었는지 상상할 수 있다. 이효리는 <효리네 민박>과 달리 동생들과 함께 있으니 자연스레 리더의 기질을 보여줬다. 이진은 여전히 엉뚱했을 테고 지금처럼 할 말은 꼭 하는 성격이었지 싶다. 옥주현은 ‘센’ 이미지와 달리 의외로 말수가 적었고 성유리는 멤버들의 애정을 받았던 막내였음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이 조금 달라 보이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효리, 이진, 옥주현, 성유리가 개인으로서 보여주는 모습과 핑클 멤버로서 간직한 아이덴티티는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관계 속에서, 각기 다른 위치에서 다른 정체성을 보이는 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그들은 예전과 달리 한결 넉넉하고 풍성한 40대 전후의 시기를 살아가고 있다. 이렇듯 <캠핑클럽>은 과거의 핑클을 발굴하는 동시에 지금의 핑클 멤버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 외부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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