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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인데 왜 눈물이 나지" 강호동 울린 20년 팬의 말

조회수 2019. 7. 29. 12: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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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식당> 이 유독 빛났던 이유
- <강식당> 시즌2와 3는 평균 시청률 6~7%를 기록하며 시청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최고 시청률은 7.749%였다.

<신서유기>의 외전으로 출발한 <강식당>은 이제 어엿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단순히 방송용이라 할 수 없을 만큼 체계가 잡혔다. 메뉴가 다양해졌고, 음식의 퀄리티도 한층 높아졌다. 주방과 홀의 업무분장이 선명해 더 이상 혼선이 발생하지 않았다. 거기에 디저트까지 준비하면서 구색을 갖췄다.


무엇보다 시즌1에 비해 멤버들의 음식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콰트로 떡볶이’의 장인이자 <강식당>의 메인 셰프 안재현은 모든 면에서 나무랄 데 없었다.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요리에 매진하는 모습은 든든하기까지 했다. 새로 합류한 피오는 특유의 성실함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모양도 맛도 일품이었던 ‘김치밥이 피오씁니다’는 착실함의 산물이었다. 피오의 김치밥은 시즌 내내 업그레이드를 거듭했으며 한결같은 인기를 끌었다. 


홀을 책임지면서 디저트까지 담담했던 은지원과 민호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은지원은 친절하고 차분하게 손님들을 응대하는 한편 주방과의 원활한 소통을 이끌어냈다. 민호는 예술적 감각을 발휘해 디저트의 끝판왕이 됐다. 참 열심히 했고, 결과물도 훌륭했다. ‘만능 일꾼’ 이수근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 은지원이 “수근이 형이 없으면 이 식당은 끝나”라고 말할 만큼 절대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또, 피자를 배워서 합류한 조규현은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강식당>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렇듯 다른 멤버들의 지분도 컸지만, 역시 <강식당>의 주인공은 강호동이다. 물론 그는 (다른 멤버들에 비해) 요리를 잘하지 못하고, 주방에서 일머리도 없었다. 손도 느리고, 실수도 많이 했다. (그런데 말은 가장 많았다.) 실제로 사고를 가장 많이 치는 멤버이기도 했다. 일종의 천덕꾸러기 같은 면이 있었다. 그래서 보는 이를 답답하게 했다. 일부 시청자들은 그런 강호동의 모습에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강식당> 관련 기사에 달리는 부정적 댓글의 지분은 거의 강호동의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강호동이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고 말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설령 능숙하지 못할지라도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 오히려 그런 모습이 프로그램에서는 플러스 요인이 됐다. 강호동은 스스로 낮아짐으로써 주변 사람들을 높여준다. 안재현, 피오, 구현 등이 보다 주목받았던 건 어설픈 강호동이 있기 때문이다. 허점투성이 강호동이 있어서 그를 놀리는 은지원과 이수근의 캐릭터가 활기를 얻게 됐다. 결국 <강식당>의 예능적 재미는 강호동으로부터 파생되는 셈이다.

“강호동 씨만 보면 그냥 힘이 나요, 진짜로. 아프면 (아들이) 강호동 씨 나오는 프로그램 틀어주고 그랬어요.”

<강식당> 시즌2와 시즌3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을 꼽으라면 아무래도 강호동이 눈물을 흘렸던 장면이 아닐까? 강호동은 신메뉴 ‘강돼파(돼지 파스타)’의 시식평이 궁금해 홀로 나왔다가 한 손님을 만났다. 대전에서 아들과 함께 먼 길을 왔다는 여성 손님은 자신을 20년째 강호동의 팬이라고 소개한 뒤 “제가 한참 아팠었거든요. 그래서 1박 2일 보면서 병상에서 일어났어요. 제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강호동 씨) 만나는 거였거든요”라며 감격스러워했다.


그 사연을 들은 강호동은 먹먹함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만 보면 힘이 난다는 손님에게 “호동이 보이소. 호동이가 계속 기운 드릴게예”라며 손을 꼭 잡아줬다. 그리고 주방으로 돌아온 강호동은 눈시울을 붉혔고, “갱년기 아닌데…”라며 애써 눈물을 참다가 이내 오열하고 말았다. 무려 20년 동안 해바라기마냥 자신을 사랑해준 팬의 존재, 병마와 싸우는 고통 속에서 자신을 보면서 자그마한 위안을 얻었다는 팬의 사랑에 강호동은 온전한 마음의 치유를 얻었을 것이다. 

감사한 마음에 강호동은 음식값을 대신 지불하고 그 사실을 은지원에게 알렸다. 무슨 이유인지 몰라 의아해하는 은지원에겐 “아프셨다는데 우리 방송을 보고 몸이 좋아졌대. 알겠지?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식사가 끝난 후에는 가게 밖까지 나와서는 “와, 어머님이 호동이 칭찬을 하는데 난 왜 눈물이 나는지 몰라”라며 배웅했다. 팬을 아끼는 강호동의 진심을 잘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또, 강호동이라는 예능인의 역사와 가치를 깨닫게 하는 장면이기도 했다.


예능인 강호동의 성장은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유재석이 점점 더 빈틈없는 존재로 나아가고 있다면(오죽하면 별명이 ‘유느님’이겠는가), 강호동은 오히려 자신의 빈틈을 드러내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강한 카리스마로 분위기를 좌지우지하던 과거와 달리 더 이상 지배하려 하지 않고 군림하려 들지 않는다. 힘으로 이끌어 나가기보다 묵묵히 동생들을 격려하고 밀어주는 느긋함과 여유를 터득했다고 할까. 


나영석 PD의 예능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시끌벅적한 <강식당>이 의외의 편안함을 주는 까닭은 강호동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강호동이라는 존재가 주는 안정감은 <강식당>의 주춧돌이었고, 동생들의 짓궂은 장난과 농담을 몽땅 받아내는 푸근함은 <강식당>의 웃음 포인트였다. 쉰 살을 맞이했음에도 끊임없이 변화를 택한 강호동의 노력과 에너지는 <강식당>을 성장 드라마로 느끼게 만들기도 했다. 사람을 좋아하는 따뜻한 사람 강호동, 그가 있었기에 <강식당>이 빛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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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부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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