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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그거, 남자는 죄가 없는 법이잖아”

낙태죄 합헌 결정이 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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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며느라기>로 ‘며느리’들이 결혼 생활에서 받게 되는 불합리한 요구들, 시댁과의 왜곡된 권력 관계, 며느리라는 위치의 약자성에 대해 사실적으로 그려내 큰 호응을 얻었던 수신지 작가가 차기작 <GONE>으로 돌아왔다.

“낙태죄 그거, 남자는 죄가 없는 법이잖아.”

출처ⓒ웹툰 <GONE>

<GONE>의 배경은 낙태죄가 합헌 결정을 받은 한국 사회다. 헌법재판소는 합헌 결정에 이어 ‘낙태에 대한 형벌 조항이 실효가 없는 현실을 반영해 낙태한 임부와 의사를 적극적으로 처벌하라’는 주문을 내린다. 이로 인해 모자보건법의 낙태죄 관련 조항 제정 이후 모든 한국 국적 가임기 여성들은 IAT(Induced Abortion Test) 검사를 통해 낙태 여부를 판별 받아야 하고, 낙태 경험이 있다는 검사 결과가 검출될 경우 실형에 처한다.


이러한 배경에서 여성 주인공들은 저마다의 위기를 맞닥뜨린다. 친정어머니에게 아이를 맡기는 워킹맘 민형은 어머니가 과거 아들 출산을 위해 여아를 낙태한 것을 알게 된다. 민형은 감옥에 가게 될 어머니보다 당장 아이를 맡길 곳을 걱정하는 자신의 모습에 고뇌한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도 남성들(함께 낙태를 결정한 친정아버지와 민형의 남편)의 고뇌는 보이지 않는다. 


결혼하되 아이를 갖지 않는 ‘딩크족’ 민아는 계획하지 않았던 임신을 하게 되고, 임신으로 인해 앞으로의 커리어와 인생 계획이 망가질 것을 염려한다. 그러나 자신과는 달리 아무런 걱정 없이 기뻐하는 남편을 보면서 괴리감을 느낀다.  


남자친구의 아이를 임신한 대학생 샛별은 아이를 낳는다면 대학도, 가족과의 삶도, 자신의 장래 희망도 포기해야 한다. 그 반면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삶을 책임지겠다는 남자친구의 말을 들으며 불합리함을 느낀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들

출처ⓒ웹툰 <GONE>

국가는 오랜 세월 동안 여성의 재생산권을 계획적으로 통제해왔다. 인구 증가가 사회 문제였던 시대에는 정부 차원에서 낙태와 불임시술을 장려해왔고, 장애인에게 강제로 불임시술을 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급격한 출생률 저하가 문제로 떠오르자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낙태죄를 통해 여성의 몸을 통제했고, 수많은 여성을 안전하지 못한 불법 낙태 시술의 길로 내몰았다.  


이 모든 과정에서 태아의 아버지인 남성의 역할은 흐려졌다. 세상의 모든 낙태한 여성이 ‘동정녀 마리아’도 아닌데, 국가도 사회도 여성에게만 책임을 물었다. 그 속에서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자신의 몸과 미래에 대해 스스로 결정할 여성의 권리는, 작품의 제목인 ‘GONE’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작품 밖의 한국에서는 낙태죄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고 법 개정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아직 여성의 안전한 임신중절 권리는 확보되지 않은 과도기적 상태다. 또한 낙태에 대한 책임이 여성에게만 주어졌듯이 현재 한국 사회에서는 태어난 아이의 양육에 대한 책임도 여성에게만 주어져 있다. 작품에서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진 데 대한 걱정을 아이 엄마인 민형만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GONE>의 세계는 우리에게 마냥 멀지 않게 느껴진다.

* 외부 필진 고함20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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