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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축구 선수의 싸움이 그라운드 밖에서도 계속되는 이유

조회수 2019. 7. 14. 13: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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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qual Pay!"(동일 임금)
출처: ⓒUSWNT
미국 여자축구 국가대표팀이 통산 네 번째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다.

이제 미국에서 축구는 ‘여자애들이나 하는 것’이란 수식이 붙을지 모르겠다. 7월 7일 프랑스 리옹에서 치러진 2019 여자 월드컵 결승전에서 미국이 네덜란드를 2 대 0으로 승리하며 네 번째 우승 트로피를 가져갔다. 반면, 남자 대표팀은 결승에 진출한 경험이 없다. 지난 월드컵에서는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사람들은 이제 미국엔 ‘축구’와 ‘남자 축구’가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여자 대표팀과 남자 대표팀 간의 임금 격차는 8억 6천만 원(730,000달러)에 달한다. 당연히 세계랭킹 1위인 여자대표팀이 더 많이 받겠지? 그게 아니라 남자대표팀이 8억 6천만 원을 더 받는다.


지난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에 미국 여자축구 국가대표팀 선수 28명은 임금, 근로조건 및 팀에 대한 지원과 투자에 관한 부당한 차별을 받았다며 미 축구연맹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연맹은 성차별 혐의를 부정했고 “총 수익의 차이를 기반으로 임금이 책정됐다”는 변명을 내놓았다. 하지만 여자 대표팀의 티켓 판매 수익은 지난 3년간 5,080만 달러를 기록, 남자팀의 4,990만 달러를 앞질렀다. 2017년 여자대표팀이 5백만 달러의 흑자를 낸 것에 비해 남자대표팀은 같은 해에 1백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냉혹한 자본주의의 논리마저 성차별을 이기지 못한 것이다. 사실이 밝혀지자 연맹은 두 팀이 각각 다른 규정의 단체협약을 맺었기 때문에 임금 차이가 발생했다며 입장을 수정했다.

출처: ⓒsoccer.com
여자선수들은 더 많은 경기를 뛰고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도 남자선수보다 적은 임금을 받는다.

이뿐만이 아니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여자팀은 연평균 22경기를 출장했는데, 남자팀은 17경기를 하는 데 그쳤다. 그런데도 경기 당 임금은 여자팀이 4,950달러, 남자팀은 13,166달러로 8,216달러가 차이 난다. 남자선수들은 여자선수보다 적게 일하고 적은 수익을 내고도 심지어 월드컵 예선에서 탈락해도 3배의 임금을 받는다.


성차별에 맞서 싸우는 여성들은 미국 대표팀뿐만이 아니다. 노르웨이 국가대표 아다 헤르게버그는 여성 최초로 발롱도르 상을 받은 자리에서 사회자로부터 트워킹을 출 수 있냐는 질문을 받았다. 남자선수라면 받지 않을 질문이다. 그는 남자선수와 동등한 운동 환경이 갖춰질 때까지 노르웨이를 대표하지 않겠다며 이번 월드컵에 출전을 거부했다. 덴마크 대표팀은 선수 전원이 월드컵을 보이콧한 상태다.

출처: ⓒGetty Images
브라질 축구 선수 시씨는 1999년 여자월드컵에서 골든부츠상을 받았다.

축구계 성차별은 대륙을 넘나든다. 남아메리카에는 축구 강국들이 밀집해있지만, 성별을 바꾸면 완전히 달라진다. 아르헨티나 대표팀은 협회에서 감독을 선임해주지 않아 그라운드가 아닌 집회에 나가야 했다. 브라질은 80년대까지 여성의 축구를 법으로 금지했다. 아직도 대표팀에 지급되는 임금은 없다. 브라질 축구 에이스 시씨는 결국 고국을 떠나 미국에서 코치 경력을 이어나가고 있다. 전 세계 여자 유소년 축구 선수의 절반은 미국에서 활동한다. 그만큼 여성에게 축구 인프라가 불균형을 이룬다는 뜻이다.


그라운드 위에서, 남자 선수들은 오직 그들의 국가를 대표할 뿐이다. 여성 선수들은 그들의 성별을 대표해서 그라운드 바깥의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대표팀 주장 메간 라피노는 이 법적 싸움이 미국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 싸움은 우리의 더 나은 환경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전 세계의 여성 선수들과 미래의 후배 선수들을 위한 것이다. 나는 그들이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 싸우고 절대 포기하지 않길 바란다”며 소송의 목적을 밝혔다. 결승전이 끝나고 FIFA 회장 인판티노가 우승 트로피를 수여 하러 스타드 드 리옹에 입장하자 57,900명의 관중은 일제히 “Equal Pay!”(동일 임금)를 외쳤다.

* 외부 필진 고함20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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