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법무부 장관, 아들은 수사 대상 기업 법무실 직원

조회수 2019. 6. 24. 10:5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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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실언으로 아들 부정채용 의혹이 불거졌다.
출처: ⓒ연합뉴스
숙명여대에서 특강 중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6월 20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숙명여대 특강에서 ‘아들이 학점 3점 미만, 토익은 800점 정도로 스펙은 없지만 큰 기업에 최종 합격했다’고 말하면서 특혜 채용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관련 기사: 황교안 ‘스펙 없이 큰 기업 합격 청년’ 스토리 “그 청년 우리 아들”)


해당 발언이 문제가 되자 황 대표는 페이스북에 “1학년 때 점수가 좋지 않았던 아들은 그 후 학점 3.29, 토익은 925점으로 취업하계 됐다”며 말을 수정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3월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딸 등 특혜 채용 의혹을 제기했던 KT새노조는 황 대표 아들 인사 특혜 의혹의 진상규명을 요구했습니다. 


KT새노조는 민영화 이후 벌어진 대규모 정리해고와 비정규직화, 정경유착 등을 비판하며 2011년 7월에 노조입니다.

1. KT 마케팅 직군 입사 후 1년 만에 법무팀 이동

출처: ⓒKT새노조
▲ 황 대표의 아들 입사 당시 채용공고. 법무 관련 직군은 없다.

KT새노조에 따르면 황 대표의 아들은 2011년 하반기 공채에서 마케팅 직군에 지원해 합격했습니다. 이후 황 대표의 아들은 2012년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후 1년 만에 사내 법무실로 이동합니다. 


기업 법무실은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나 경력자를 우선적으로 채용합니다. 특히 변호사가 많아지면서 KT와 같은 대기업 법무실은 웬만한 스펙이나 경럭이 없으면 취업 자체가 어렵습니다. 


황 대표의 아들은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등 법과 관련된 배경지식을 갖고 있더라도 변호사 자격증이나 법조계 근무 경력이 없다는 점을 비춰보면 파격적인 인사이동이었습니다.

2. 아버지는 법무부 장관, 아들은 수사 대상 기업 직원

출처: ⓒ연합뉴스
▲ 2013년 3월 11일 황교안 신임 법무부 장관 취임식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지난 3월 KT새노조의 특혜 채용 지적에 대해 “황 대표의 아들이 사내 법무팀으로 이동한 것은 2013년 1월이고 황 대표가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한 것은 2013년 3월(11일)이다”라며 “공직을 통한 어떠한 부당한 영향력 행사도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반박했습니다. 


2019년 1월 한겨레는 황 대표가 박근혜 정부 출범 전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 측을 도와왔다는 정황을 보도했습니다. 한겨레는 황 대표가 2012년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부터 박근혜의 공약을 자문하는 등 최순실과 인연이 있다고 보도했지만, 황 대표는 최순실을 모른다고 부인했습니다. 


2012년 12월 박근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차기 정부 주요 의사의 하마평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황 대표의 아들은 KT 법무실로 인사 이동을 하고 아버지는 박근혜 정부의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했습니다. 


2013년 2월 참여연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상 업무상 배임 등으로 이석채 KT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검찰은 KT 본사와 계열사 임직원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습니다. 


이뿐 아니라 2013년 11월에는 KT가 개발에 3,000억 원이 든 인성위성을 홍콩 업체에 단돈 5억 원에 팔았다는 황당한 사건이 드러났습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이 회장을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이에 대해 KT새노조는 “KT 이석채 회장 등이 당시에 배임 등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점이고 아버지는 수사를 하는 쪽에, 아들은 수사를 받는 기업의 법무실에 있는 기이한 구도가 만들어졌다”며 “기업윤리로 볼 때도 매우 부적절한 일이다”라고 전했습니다. 

3. 기소조차 되지 않은 ‘특혜 채용 의혹’ 김성태 의원

출처: ⓒ머니투데이 캡처
▲ 지난 3월 검찰 조사에서 서유열 전 KT사장은 직원을 부정 채용한 사실이 있다고 혐의를 인정했다.

지난 3월 서유열 전 KT 사장은 검찰 조사에서 “부정 채용한 사실이 있다”며 특혜 채용 의혹을 인정했습니다. 검찰이 확인한 KT 부정 채용 사례만 9건이었습니다.


KT의 조직적인 부정 채용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지만, 딸 특혜채용 의혹이 불거진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기소되고 있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황 대표의 아들 인사특혜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황 대표는 “아들 일화로 보다 가깝게 다가가려고 얘기한 것이다”라고 해명했지만, 김성태 의원 딸과 의혹과 더불어 ‘아버지가 곧 스펙이다’라는 말이 나오게 하는 등 취업준비생들에게 분노를 넘어 박탈감을 느끼게 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모든 사실관계가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이런 의혹들로 동시대에 사는 청년들에게 좌절감을 심어주지 않아야 합니다. 검찰은 딸의 부정채용 의혹과 관련해 김성태 의원에 대한 수사와 기소는 물론, 황 대표 또한 조사할 필요가 있습니다.

* 외부 필진 아이엠피터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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