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도울 돈으로 딴 거 하라'는 식 논리의 허구성

조회수 2019. 6. 17. 15: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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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때리기와 다름없다.
출처: ⓒ구글 뉴스 검색 결과

정부에서 최근 북한에 94억 원 상당의 인도적 지원을 했다는 소식에 여러모로 불만인 분들이 있는 모양이다. 한 매체에서 페이스북에 관련 콘텐츠를 발행하며 “일단 우리나라 청년들부터 살려달라”는 요지의 코멘트를 달았다. 한 가지 다행인 일이라고 한다면 아직 야당 정치인들 가운데 저런 이야기를 하는 분이 아직 없는 것 같다.


물론 아무리 국가 예산의 용처라는 것이 부문별로 정해져 있다고 할지라도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에 가장 중요한 관념이 무엇인지에 따라 나랏돈이 사용되는 양태를 우리는 충분히 비판하거나 방향 전환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려면 우선 각자가 중요시하는 관념을 실현하기 위해 실제로 나랏돈은 어디에 얼마나 쓰이고 있는지 먼저 잘 알아 볼 필요가 있다. 

출처: ⓒ페이스북 캡처

우선, 구글에서 ‘문재인 정부 청년 정책’이라는 키워드로 가장 빠르게 검색된 청년 지원 대책은 아래와 같다.

#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34세 이하 청년에게 실질소득 1,000만 원 이상 지원(향후 3~4년 간)

# 중소기업의 청년 신규채용 시 지급되는 고용지원금을 1인당 연간 900만 원으로 확대

# 34세 이하 청년이 창업한 기업에는 5년간 법인·소득세를 100% 감면

# 중소기업 취업 청년 소득세 전액 면제

# 이를 통틀어 지난 2018년 3월 정부가 추진키로 한 청년일자리대책의 전체 예산 3.1조 원

물론 이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2019년부터 근로장려금 지급 확대를 추진하며 2019년 예산안 중 근로장려금 예산을 3.8조 원 수준으로 편성했다. 물론 이 3.8조 원이 모두 청년에게 돌아가지는 않겠지만, 부양가족이 없는 단독가구 지원금도 크게 증가하기 때문에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야 할 유인은 크게 증가한다. 실질적으로 소득이 낮은 일자리라 할지라도 정부가 소득을 보전해 주기 때문에 노동의 니즈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출처: ⓒ구글 뉴스 검색 결과

때문에 정부가 청년을 살리기 위해 투입한 금액은 북한에 인도적 지원 차원에서 보낸 금액 94억 원의 425.5배(42,550%)에 이르는 4조 원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4조 원과 4조 94억 원의 차이가 사람에 따라 클 수도 있고 작을 수도 있겠으나 4조 원을 쏟아붓는 사업을 나몰라라 하고 94억 원을 북한에 줄 바에 4조 94억원을 만들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사실 너무 게으르고 졸렬한 지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우리나라 경제를 원활히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북한과의 평화도 상당히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므로 그 94억 원도 나중에 평화가 가져올 경제적 이득(물론 명확히 산출할 수는 없겠지만)을 고려했을 시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것도 아니다. 때문에 국가가 사용하는 돈이 우리의 관념과 맞지 않는다고 해서 이를 헛돈이라고 치부하거나 더 중요한 무엇에 쓰라고 하는 것은 사실 허수아비를 때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사실 “4대강 할 돈으로 다른 일을 했었다면” 이라는 레토릭도 이런 허수아비 치기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 


왜 조금만이라도 살펴보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일을 굳이 때려보겠다고 나서서 일거리를 만드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우리나라 정도되는 예산은 그렇게 허투루 굴러가지 않는다. 물론 이해는 한다. 많은 사람이 정부 예산이 ‘인 데어 포켓’(in their pocket)되지 않거나 무엇인가 자신의 관념과 위배돼 보이는 곳에 쓰일 때 으레 정부가 혈세를 낭비한다고 열을 올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열 내기 전에 구글링부터 생활화하자 이거다. 

출처: ⓒ연합뉴스 캡처

물론 정부가 써야 할 돈을 쓰지 않아 일이 다소 꼬인 케이스도 있다. 지난 2011년 아덴만 여명 작전 당시 석해균 선장이 생사의 기로에서 헤맬 때 이국종 아주대학교 교수는 김지영 코디네이터와 다투면서까지 자신의 책임 하에 비용이 4억 원이 넘는 에어 엠뷸런스를 부르고 석 선장을 치료했다. 당시 MB 정권은 아덴만 여명 작전의 성공만을 선전했을 뿐 당시 삼호해운이 파산하며 미납된 치료비 1억 6,700만 원에 대해서는 나몰라라 했다. (그 뒤를 이은 최순실 정권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아주대학교 병원을 운영하는 대우학원은 이를 회계상 손실 처리했는데, 뒤늦게나마 미납 의료비를 국가에서 지불할 것을 검토하고 의결한 것은 문재인 정부였다. 2017년 10월 복지부는 아주대병원 측에 미납된 의료비를 정부 지출로 납부하는 방안을 검토했고, 동년 12월 26일 이낙연 총리가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일반예비비를 지출하기로 의결했다. 아덴만 여명 작전 이후 6년 만이었다. 도대체 누가 돈을 엉뚱한 데 쓰고 있다는 것인가? 허수아비 때리기는 이제 그만두도록 하자.

* 외부 필진 힝고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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