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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질된 '골목식당'에 폭발, 백종원의 이유 있는 분노

조회수 2019. 5. 25.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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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이 제일 심각해요, 제일."
“한번 입장 바꿔놓고 생각해보세요. 이게 얼마나 불공평한 세상인가. 여러분이 뭘 잘해서 전생에 뭘 잘했기 때문에 아니면 어떤 꿈을 꿨기 때문에 갑자기 뜬금없이 우리가 나타나서 뭐든지 다 먹여줘야 돼. 이렇게 세상이 불공평한 게 어디 있어.”

지난 5월 22일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의 백종원의 성토가 새삼스럽지는 않았다. 알다시피 백종원은 업계 최고의 전문가다. 그가 본격적으로 컨설팅에 나선다면 조언을 받겠다는 사람이 줄을 설 정도다. 그만큼 요식업자 사이에서 백종원의 조언은 가치가 크다. 그가 ‘맛있다’고 한 식당에는 손님들이 몰린다. 백종원의 입맛에 대한 신뢰는 일종의 트렌드가 됐다. 문화 현상이라 봐야 할 정도다.

백종원은 방송이라는 매체의 파급력, <골목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의 화제성, ‘백종원’이라는 브랜드의 가치가 얼마나 큰지 잘 알고 있기에 참다못해 불공평을 언급했다. 여수 꿈뜨락몰 청년 사장들의 태도에 답답함을 느꼈던 것이다. 친절히 숙제까지 던져주고 2주라는 충분한 시간을 줬는데도 청년 사장들은 아직 방향조차 제대로 잡지 못했다. 양식집을 제외하고 말이다.


백종원의 폭발은 충분히 이해됐다. 삶은 한정돼 있고 해야 할 일은 많다. 시간은 매번 부족하다. 백종원의 입장에서는 좀 더 절실한 사람들에게 할애해야 마땅한 시간을 빼앗겼다는 생각마저 들었을 것이다. 시청자들의 불만도 다르지 않다. 요식업을 하는 데 최소한의 기본을 갖춘 이들, 열정과 노력을 다해도 잘 풀리지 않는 이들을 섭외하라는 것. 시청자들은 백종원이 ‘인간 개조’나 ‘육성’하는 걸 원하는 게 아닐 거다. 


하지만 최근 <골목식당>은 기획·제작 측면에서 문제를 노출했다. 오래전부터 섭외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별다른 개선점이 없었다. <골목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이 단순히 웃고 즐기는 예능의 차원을 넘어 하나의 ‘권력’이 돼 버린 상황이라 더욱더 씁쓸하다.

“<골목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은 이걸 보고 여태까지 오픈했던 사람이 뭘 잘못했구나, 난 이걸 해야지, 저렇게 어렵게 하는데 함부로 식당 하면 안 되겠다, 그걸 보여주려고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말도 안 되는 준비도 안 돼 있고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들 잡아놓고 떠먹여 주고 짠하고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되어버렸어요. 이게 뭐야. 이번이 제일 심각해요, 제일.”

백종원의 저 말은 여수 꿈트락몰 사장들에게 한 따끔한 일침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제작진을 향한 지적이기도 했다. 방송이 거듭되면서 <골목식당>의 취지가 변질되고 있다는 걸 백종원이 모를 리 없다. 더 이상 <골목식당>은 ‘교과서’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여수 꿈뜨락몰 사장들의 잘못도 크지만, 애초에 ‘준비도 안 돼 있고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을 섭외한 건 바로 <골목식당>의 제작진이 아닌가.


물론, 제작진도 섭외에 있어 나름의 기준이 있을 테고 고충도 있을 것이다. 골목상권이 침체된 곳 가운데, 업종이 겹치지 않아야 하고 무엇보다 섭외에 응하는 곳을 찾아야 한다. 시청률을 고려한다면 스토리텔링의 여지가 있는 장소나 출연자가 더욱 좋다.

문제는 제작진의 기준과 백종원이나 시청자가 요구하는 기준이 일치하지 않고 있으며, 더구나 고충에 경도돼 기준이 자꾸만 도외시된다는 점이다. 최근 방송된 거제도 편이나 서샘 해미읍성 편도 그랬고, 여수 꿈뜨락몰은 백종원의 말처럼 (편집된 방송의 이야기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제일 심각하다. 제작진이 우선적으로 할 일은 스토리텔링을 통해 시청률을 높이는 게 아니라 시청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이쯤 되면 장소 및 솔루션 대상 선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는 게 아닐까. 왜 그곳을 골랐는지, 어떤 의사결정을 통해 그 식당을 선택했는지 설명하는 식으로 말이다. 시청자가 납득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고 논란을 미연에 방지할 필요가 있다. 앞서 인천 중구 신포시장 청년몰 편의 경우 지자체로부터 협찬을 받아 논란이 되지 않았나. 너무나 큰 불공평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전혀 준비되지 않은 이들에게 엄청난 지원을 해주는 악순환이 반복되면 곤란하다.


사실 어떤 식당을 섭외하든 누가 출연하든 방송은 만들어진다. 그러나 단순히 방송을 만드는 게 <골목식당>의 목표는 아니지 않은가? 무엇보다 정체성과 방향성을 찾는 데 집중해야 한다. 어느 선까지 솔루션의 대상에 포함할지, 어디까지 지원을 해줄 것인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골목상권을 살리려면 제대로, 백종원을 활용하려면 제대로 하라는 이야기다. 제작진이 백종원의 거듭된 경고를 제대로 이해했을까?

* 외부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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