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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하숙’으로 증명된 나영석 PD의 건재함

어쩌면 그는 로맨티스트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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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건 별로 없었다. 그래도 좋았다.’

tvN <스페인 하숙>에 대한 나의 시청 소감이다. 물론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배경으로 불특정 순례자들을 대상으로 하숙을 제공한다는 설정은 흥미로웠다. 또, 만재도 안에만 머물렀던 차승원과 유해진이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소통을 나누는 장면들은 재미있고 따뜻했다. 여기에 배정남이 합류하면서 새로운 조합이 만들어진 것도 색달랐다. 이처럼 새로운 점이 분명 있었지만, 기본적인 틀은 변함없이 유지됐다.  


여기저기에서 비판이 제기됐다. 나영석 PD의 예능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 매번 반복되는 콘셉트가 지겹다는 지적이 있었다. 실제로 나 PD의 예능을 구성하는 대표적인 요소는 요리와 여행일 것이다. tvN <삼시세끼>, <꽃보다> 시리즈, <윤식당>, <신서유기>, <숲속의 작은 집>,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커피 프렌즈> 등은 그 두 가지 요소 중 하나를 취하거나 조합하거나 변주했다. ‘나 PD의 프로그램은 거기서 거기’라는 말은 사실 틀린 말이 아니다. 


문제는 나 PD의 성공이 수없이 카피됐고 그 복제품(의 복제품)들이 시중에 널리게 됐다는 점이다. TV를 틀면 비슷한 콘셉트의 프로그램들이 난무했고 리모컨을 아무리 돌려도 그 속에서 쉽사리 벗어날 수 없었다. 일종의 피로감이 형성되는 상황에서 나영석 PD가 <스페인 하숙>을 들고나왔다. 일부 언론들은 일부 시청자들의 불만을 접수하고 그 언짢음을 <스페인 하숙>에 대한 비판으로 쏟아냈다. 

<스페인 하숙>은 첫 회 7.591%(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로 시작해 지난 10회 10.08%로 마무리됐다.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렸고 7회에서는 11.687%까지 찍었다. 앞서 방송된 <커피프렌즈>에 비해 2배가량 높은 시청률을 꾸준히 기록했다. ‘화제성이 낮았다’는 평가는 사실일지언정 공정하지는 않다. 시청률을 끌어 올려줄 연예인 게스트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다시 말해서 나영석 PD의 예능 세계는 건재했다.


분명 요리와 여행은 나영석 PD의 예능을 구성하는 요소가 틀림없다. 그러나 거기에만 매몰돼 나 PD를 비판하는 건 겉핥기식에 불과하다. 앞서 언급한 두 가지는 외적인 요소일 뿐이다. 대중이 나 PD의 예능에 지속적으로 호응하는 까닭은 내적인 요소에 기인한다. 그건 ‘좋은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의 언행을 통해 힐링이라는 전면적인 위로를 건네는 것, 그것이 나 PD 예능의 핵심적인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나영석 PD는 출연자 섭외에 상당히 공을 들인다. 그가 카메라 앞으로 불러들이는 사람들은 (설령 의외의 인물일지라도) 기본적으로 평판이 좋다. 그 평판은 ‘선함’에 가까운데 그래서 대중들이 쉽게 애정을 줄 수 있다. 감정이입을 하는 데에도 수월하다. 또, 방송을 통해 그런 캐릭터를 강화해 시청자에게 전달한다. 사람을 알아보는 눈과 캐릭터를 잡아내는 능력은 재능이라고밖에 달리 설명할 방도가 없다. 그건 나 PD가 기본적으로 좋은 사람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삼시세끼> 시리즈에 출연했던 이서진, 옥택연, 김광규, 에릭, 윤균상, 차승원, 유해진, 손호준, 남주혁 등을 통해 나 PD의 사람 보는 눈이 얼마나 정확한지 알 수 있다. 또, <꽃보다> 시리즈에서 시대의 어른이라 할 수 있는 이순재를 비롯해 신구, 박근형, 백일섭, 김용건을 섭외한 것이나 <윤식당>에서 윤여정을 필두로 신구, 이서진과 정유미, 박서준을 매칭시킨 건 나 PD의 탁월한 감각을 가늠케 한다. 그는 단순히 방송을 제작한 게 아니라 우리에게 좋은 사람들을 소개해 준 것이다.

<스페인 하숙>도 마찬가지다. <삼시세끼>를 통해 ‘좋은 사람’으로 기억된 차승원과 유해진, 두 사람이 순례자들을 만났을 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하게 했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이었다. 차승원은 성심성의를 다한 최고의 음식으로, 유해진은 배려와 애정이 가득한 최고의 서비스로 환대를 건넸다. 배정남은 최고의 보조를 통해 ‘좋은 사람들’의 대열에 합류했다. 


<스페인 하숙>을 시청하면서 우리는 ‘좋은 사람들’이 제공하는 지극한 환대를 지켜보며 감동에 빠져들고, 때로는 그 환대를 받는 순례자들의 입장이 돼 감격하기도 한다. 이처럼 나영석 PD의 예능은 시청자들에게 자신이 좋은 사람이 된 것 같은 생각이 들게 만든다. 설령 그것이 착각이라 할지라도 잠깐이나마 그런 생각들을 품는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따뜻하고 행복한 일인가. 아마도 나 PD의 예능이 주는 순기능이란 그런 것 아닐까.  


나영석 PD는 38명의 순례자에게 최고의 환대를 건네며 그들의 삶에 소소한 행복을 전했던 <스페인 하숙>을 통해 자신의 예능 세계를 더욱 공고히 했다. 혹자들은 그 유사함을 지적하며 비판하지만, 오히려 나 PD의 예능은 그 완성도가 더욱 높아졌다. 그는 세상을 ‘좋은 사람들’로 가득 채우고 싶은 로맨티스트인지도 모르겠다. 그 낭만적인 바람을 어찌 지지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래서일까. 또 다른 하숙집에서 ‘차배진’을 다시 만나길 희망한다. 시즌2는 필수다.

* 외부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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