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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예술대상 넘어 시청자 펑펑 울렸던 김혜자의 대상 소감

감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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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TV에서 방송하는 시상식을 시청했다. 상을 주고받는 일은 본래 즐겁고 행복한 일이지만, 최근 방송사가 주최하는 연말 시상식은 그 성격이 종무식에 가까웠다. 그 기준이 연기가 아니라 출석 여부에 따라 상에 결정되거나 출연한 배우들을 챙겨주다 보니 공동수상이 남발돼 상의 권위도 추락했다. 그 외의 여러 영화제도 공정성에 시비가 생길 만큼 신뢰가 떨어져 막상 지켜볼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러나 JTBC에서 방영되는 백상예술대상은 예외였다. TV 부문과 영화 부문으로 구성돼 종합적이라는 인상을 줄뿐더러 TV 부문의 경우에는 지상파 3사와 종편, 케이블을 통합해 그 권위가 매우 높다. 상의 권위가 높기는 영화 부문도 마찬가지다. 대종상이 여러모로 망가지면서 상대적으로 그 위상이 더 높아졌다. 또, 공동수상 없이 부문별로 한 명에게만 상을 주기 때문에 상의 무게도 각별하다.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지난 5월 1일 열린 제55회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대상의 주인공은 김혜자였다. JTBC ‘눈이 부시게’에서 보여준 그의 연기를 보면 당연한 수상이었다. 김혜자는 한지민과 2인 1역을 맡아 20대 혜자와 알츠하이머에 걸린 할머니 혜자를 그러내 수많은 시청자를 웃고 울렸다.


TV 부문 남자최우수연기상을 tvN ‘미스터 션샤인’의 이병헌이, 여자최우수연기상을 JTBC ‘SKY 캐슬’의 염정아가 수상하면서 대상의 윤곽은 좀 더 명확해졌다. 김혜자가 남아 있었다. 물론 2016년 KBS2 ‘태양의 후예’, 2018년 tvN ‘비밀의 숲’의 경우처럼 작품이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TV 드라마 작품상을 tvN ‘나의 아저씨’가 받은 만큼 ‘미스터 션샤인’과 ‘SKY 캐슬’, ‘눈이 부시게’가 유력한 후보였다.  


이윽고 시상자 하지원의 입이 열렸다. 긴장되는 순간, 김혜자의 이름이 불렸다. 카메라에 담긴 그의 얼굴에는 놀람과 감격이 뒤섞여 있었다. 무대에 오른 김혜자는 “우리는 위로가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다”며 수상 소감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는 작품 속에서 시청자들을 좋아해 줬던 대사를 다시 한번 들려주고 싶었다며 종잇조각을 꺼내 들었다. 다 외우지 못해 대본을 찢어 왔다는 그의 말조차 자연스러웠다. 

“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때론 행복했습니다.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래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새벽에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 부는 달콤한 바람, 해 질 무렵 우려 나오는 노을의 냄새, 어느 한순간도 눈부신 날이 없었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이 모든 걸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엄마였고, 누이였고, 딸이었고, 나였을 그대에게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혜자는 상기된 표정으로 내레이션을 읊어 나갔다. 시처럼 아름다웠던, 울림을 주는 대사였다. 당시 받았던 감동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중간에 대사를 잊었을 때는 “어떡해!”를 연발하기도 했는데, 그 모습마저도 감동을 더했다. 배우들은 기립한 채 수상소감을 듣고 있었다. 김혜수, 한지민, 염정아, 김민정 등 후배 배우들은 눈물을 흘렸다. 시청자들의 마음도 그와 같지 않았을까?  

“향기야, 너는 그 어떤 누구보다 완벽한 나의 파트너였어.”

김혜자의 수상이 꼭 받고 싶었던 선물이었다면, 정우성의 수상은 예상치 못했던 선물이었다. 시상자 문소리의 호명에 그조차도 얼어붙었다. 눈썹을 올리며 ‘이게 무슨 일이지?’라고 되묻는 듯 보였다. 성큼성큼 무대 위로 오른 정우성은 “온당치 않은 일이 벌어졌습니다”라며 수상 소감을 이어갔다.


정우성은 “너무 빨리 받게 된 게 아닌가 싶다”며 겸손해했지만, 오히려 너무 늦게 받았다고 생각할 정도로 배우로서 정우성은 그동안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었다. 얼굴에 가린 연기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영화 ‘증인’에서 정우성은 살인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아 지우(김향기)와 소통하는 변호사 수호 역을 맡아 진정성 있는 연기를 펼쳤다. 항간에 착한 영화는 흥행할 수 없다는 공식을 뒤엎으며 순익분기점을 넘기기도 했다.  


무대 아래에서 자신의 수상을 눈물을 흘리며 지켜보고 있던 김향기에게 진심을 담은 한마디로 건네기도 했다. 김향기는 또 한 번 눈물을 쏟아냈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영화는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대의 그림자에 밝은 햇살이 비춰서 앞으로 영화라는 거울이 일상의 아름다움을 담을 수 있는 시대가 오길 바랍니다.”  


김혜자와 정우성, 백상예술대상이 선택한, 그리고 대중이 선택한 두 배우는 충분히 대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했다. 상의 무게를 견디고, 그 상을 오히려 빛낼 만큼의 역량을 갖추고 있었다. 그런 만큼 그들의 수상 소감도 현장의 배우들은 물론 TV를 지켜보고 있던 시청자들에게도 잊지 못할 큰 감동으로 전달됐다. 시대를 비추는 배우, 그들의 존재 자체가 큰 위로가 됐던 하루였다. 

* 외부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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