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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준생의 절박함을 '쇼'에 올려 전시한 '슈퍼인턴'

조회수 2019. 4. 8. 19: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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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없이 다루는 타인의 이야기는 위선에 불과하다.
출처: ⓒMnet ‘슈퍼인턴’ 캡처

Mnet의 인턴 서바이벌 ‘슈퍼인턴’이 3월 14일 막을 내렸다. 6천여 명의 지원자 중 최종 1인이 선정되어 JYP에 정직원으로 입사하는 기회를 얻었다. 시청률은 초반 0.3~0.4%를 오가는 등 저조한 성적을 거두며 마무리했다. 기획 단계서부터 부족했던 시청자에 대한 공감 능력과 프로그램 제재인 취업 시장에 대한 이해 부족이 요인으로 작용했을지도 모른다. 


박진영 JYP엔터 CCO(크리에이티브 총괄 책임자)는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개인의 능력만 보고 채용하는 ‘공정함’으로 청년에게 위로를 주고 싶다 밝혔다. 그러나 그 ‘공정성’이 정말 이해와 공감을 바탕으로 나온 공정성인지 의구심이 든다. 작금에 청춘에게 공정성을 빌미로 개인 능력을 갖추도록 ‘노오력’을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이는 결국 개인의 능력 탓, 열정 탓으로 돌아가게 된다.  

인턴마저 ‘금턴’이 된 한국

출처: ⓒ연합뉴스
박수환 뉴스컴 대표

약 두 달 전 홍보 대행사 ‘뉴스컴’의 박수환 대표가 고위 언론인에게 금품 수수 및 기사, 인사 청탁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가 언론인을 대신해 대기업을 상대로 자행한 여타 청탁 중 ‘인턴’ 청탁이 돋보인다. 한국에서는 고위직에 제공되는 뇌물 카테고리에 ‘인턴채용 청탁’이 들어가 있다는 점이 충격이었다. 한국 청년 고용 시장이 얼마나 경직되어 있는지 체감되는 사건이다.


근래에 정규직 전환이 되는 인턴은 소위 ‘금턴’(금과 인턴의 합성어)으로 불린다. 대개 정규직 전환용이 아닌 일시적 채용 형태인(관련 경험 및 실무 체험) ‘체험용’ 인턴 모집이 흔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체험용 인턴조차 지원자들이 대거 몰려 취준생들은 인턴으로서 경험과 스펙을 쌓기 위해서도 경쟁을 하는 현실이다. 


‘쓰버’라는 용어도 취준생 사이에서 자주 언급된다. ‘쓰다 버린다’의 준말로 인턴을 채용해 급하게 손이 필요한 곳에 실무를 배정시키다 기간이 만료되면 그대로 버린다는 의미다. 대개의 기업은 신입사원 채용 과정 중간에 인턴 전형을 넣고 있다. 서류와 필기, 실무평가 등을 평가한 후 인턴과정을 통해 다시 한번 지원자들을 시험하고 최종면접을 진행하는 식이다. 지원자들은 짧게는 4주, 길게는 수개월 동안 치열한 인턴 기간을 보내지만, 탈락할 경우 입사가 물거품으로 돌아가 깊은 좌절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다시 취준생으로 돌아가는 ‘무한 루프’를 반복하며 탈진에 이른다.

절박함을 ‘쇼’에 올려 전시하는 Mnet

출처: ⓒMnet

‘슈퍼인턴’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프로그램 취지로 ‘취업난 해결을 위한 Mnet의 프로젝트’, ‘열정 넘치는 슈퍼인턴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걸었다. 수정이 필요하다. 스펙, 나이 무관하게 열정만 있다면 취업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했지만, 현실은 출연자 간 경쟁 구도를 만들어 ‘쇼’로 소비한 것에 불과하다. ‘슈퍼인턴’은 청년들의 극심한 취업난에서 프로그램 아이템을 발췌해 방송으로 가공했을 뿐이다. 


인턴 전원이 채용되지 않는 경우 인턴 근무 과정 동안 서로 간의 경쟁은 불가피하다. 현실에서도 겪는 치열한 경쟁을 TV에서까지 간접 경험하고 싶은 취준생은 없을 것이다. 결국 이 프로그램은 취업 경쟁에서 무관한 사람만이 즐길 수 있는, 애초의 기획 의도에서 어긋났다. 


과연 프로그램 기획·제작 과정에서 제작진들의 청년실업 상황에 대한 이해가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 충분한 이해가 있었으면 감히 인턴 경쟁 콘텐츠를 제작하지 않았을 것이다. 취준생을 포함해 대중들은 경쟁·서바이벌 방송을 시청하는데 피로감을 느낀 지 오래다. 대신 홀로 숲속에 들어가 자급자족하며 사는 콘텐츠에 관심을 보낸다. 본인들의 삶에서 이미 각박한 서바이벌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차원에서 ‘슈퍼인턴’은 콘텐츠 차별성도 떨어지지만, 타인의 절박함을 화면에 전시한, 참으로 잔인한 프로그램이었다.

‘슈퍼인턴’이 남긴 것은 무엇인가

이 프로그램을 끝으로 남은 것은 대략 세 가지 정도가 있다. JYP는 인재 채용에 ‘공정성’을 추구한다는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했고, Mnet은 소소한 화제성을 가져갔고, 일부 시청자는 엔터테인먼트 업계 시스템에 대한 궁금증 해소했다. 특히 JYP는 방송을 통해 인재 발굴에 성공한 것도 있지만, 자사가 업계 중 가장 혁신적이고 공정하다는 이미지를 확보해 큰 이득을 챙겼다. 그렇다면 정작 프로그램의 주체이자 대상인 취준생에게는 무엇이 남았을까 생각해보았다. ‘두 번 생채기 난 마음’이 아닐까 싶다.

출처: ⓒ동아일보

한국의 청년들은 매일을 보이지 않는 취업의 문을 바라보며 힘겹게 ‘노오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청년실업은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기엔 사회 구조적 문제가 많이 얽혀있다. 단순히 스펙, 나이, 학벌, 연령 다 안 본다고 공정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개인이 ‘능력’이라는 것을 쌓으려면 최소한의 경제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 가족으로부터 지원 없이 스스로 생계비를 버는 청년들은 상대적으로 부가 뒷받침되는 이들보다 능력을 쌓을 시간과 심적 여유가 없다. 이는 개인의 탓이 아니라 양극화된 부의 분배 탓이다. 문제는 이런 딜레마를 겪는 청년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공정성은 기회와 과정이 공정하다고 해결될 간단한 일이 아니다. 


안타깝게도 ‘슈퍼인턴’은 깊은 상황적 맥락에 대한 이해 없이 표면적인 ‘공정성’만 내거는 한국 사회 모습을 투영했다. 자신이 속하지 않은 집단(취준생)의 이야기라도 그에 대한 스토리를 엮으려면 ‘공감’은 기본이다. 공감 없이 다루는 타인의 이야기는 위선에 불과하다.

* 외부 필진 고함20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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