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 만에 '비자림로 벌목 재개'하며 제주지사가 한 말

조회수 2019. 4. 1. 14:3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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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주장은 사실일까?
출처: ⓒ연합뉴스

2018년 8월 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로 선정됐던 비자림로의 나무들이 무참히 베어졌습니다. 제주도가 추진하는 도로 확장 공사 때문이었습니다. 제주 자연을 보전하겠다는 도민들과 여론의 반대로 잠시 중단됐던 공사는 지난 3월 23일부터 재개됐습니다. 하지만 비자림로 도로 확장 공사에 대한 여론은 여전히 찬반으로 나뉘어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출처: ⓒ유튜브 캡처
▲ 3월 25일 원희룡 지사는 유튜브 채널 ‘원더풀원희룡’을 통해 비자림로 공사 재개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이런 와중에 원희룡 제주지사는 지난 25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원더풀 원희룡’을 통해 ‘비자림에 없는 비자림로, 번지수가 잘못됐다’는 제목의 동영상을 올렸습니다.


제주지사가 본인이 추진하는 공사를 강행하기 위해 동영상을 통해 입장을 밝힐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과 다른 주장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팩트체크를 통해 원희룡 제주지사의 주장을 검증해봤습니다.

비자림로, 정체와 병목이 벌어지는 도로!?

원희룡 지사는 비자림로가 정체와 병목 현상 때문에 확장이 필요한 도로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이 주장은 사실과 다릅니다.


원 지사의 주장처럼 비자림로의 통행량이 늘어난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비자림로가 정체와 병목 현상이 빚어질 정도로 꽉 막히는 도로는 아닙니다. 


저는 비자림로 주변 마을에서 10년째 살고 있습니다. 비자림로를 반드시 이용할 수밖에 없는 곳입니다. 10년 동안 살면서 비자림로가 막히는 경우는 고사리철과 사고 발생 이외에는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고사리 시즌만 되면 비자림로 주변은 고사리를 캐기 위해 불법 주차를 하는 차량으로 몸살을 앓습니다. 만약 4차선 도로로 확장한다고 이런 현상이 없어질까요? 확장된 2차로에는 고사리를 캐려는 차량이 줄지어 서 있을 것 같습니다. 


사고가 나거나 겨울철 눈이 내리면 비자림로가 아니더라도 제주 어느 도로라도 막힙니다. 이런 상황을 제외하고 평소 비자림로의 평균 속도는 얼마나 될까요?

출처: ⓒKBS제주뉴스 캡처

비자림로 구간의 평균 통행 속도는 시속 50km를 넘습니다. 평균 속도가 50km라면 주행 속도는 60km 정도 됩니다. 거의 정체되지 않는 도로라고 봐야 합니다.


교통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제주는 작년부터 도로의 최고 속도를 10~20km씩 하향 조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제주지사가 막히지도 않는 도로를 정체와 병목 현상을 빚는다고 말하는 것은 과장에 불과합니다. 

비자림로는 아름다운 도로와 상관없다!?

원희룡 지사는 ‘비자림에 없는 비자림로’를 강조하면서 지금 확장 공사하는 곳은 전혀 비자림로와 상관이 없고, 아름다운 도로로 선정된 곳도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 2002년 건설교통부가 발간한 ‘아름다운 도로’ 책자에 소개된 ‘비자림로’

2002년 건설교통부가 발간한 ‘아름다운 도로’ 선정 책자입니다. 여기서 비자림로는 대상으로 선정됐습니다. 원희룡 지사의 주장처럼 비자림로는 단순히 비자림만을 지칭하지 않습니다. 책자에서 비자림로는 한라산 쪽에 있는 5·16도로 교차로부터 평대까지로 나와 있습니다.


원희룡 지사는 자연 보전을 외치는 사람들이 비자림을 파괴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며 번지수가 잘못됐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지금 비자림로는 지키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 아름다운 도로로 선종된 곳입니다. 오히려 원희룡 제주 지사가 번지수를 착각하고 있는 셈입니다.

벌채가 진행된 곳은 나무가 별로 없는 1구간!?

출처: ⓒ제주의소리
▲ 비자림로 공사 구간에서 가장 먼저 벌채가 시작된 곳은 3구간인 금백조로 입구 주변이다.

원희룡 지사는 벌채가 진행된 곳이 1구간이며, 이 구간은 나무가 별로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무참하게 나무가 베어진 곳은 1구간이 아니라 금백조로 입구 삼거리 쪽인 3구간입니다.


원 지사는 대천동 사거리에 있는 승마 체험장을 가리키며 나무가 별로 없어 괜찮다고 말합니다. 벌채가 정당하다는 논리를 펴기 위해서 공사 구간을 일부러 다르게 말하고 있는 겁니다. 


제주 지사가 유튜브를 통해 확장 공사의 정당성을 설명하며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는 건 가짜뉴스 생산과 다를 바 없는 행위입니다. 


물론, 저도 비자림로 확장 공사가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갓길이 없기 때문에 도보로 비자림로를 이용하거나 사고 발생 시 구급차의 진입 등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제주도는 도로 확장 공사를 이미 확정한 듯 나무를 무참히 베는 대신 갓길을 만들 정도로 벌목하며 삼나무 간벌이나 수종 교체 등을 차근차근 진행했다면 어땠을까요? 


원희룡 지사는 제주도지사 선거 전 중국 자본의 제주 난개발 투자를 강력하게 제재하고 제주 경관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하지만 원희룡 지사는 녹지그룹 드림타워와 영리병원을 허가해줬습니다. 


현재 제주도민들은 제주지사에게 소통을 원합니다. 하지만 원희룡 지사는 대면 소통 대신 유튜브로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원희룡 지사 하에 제주는 어떤 모습으로 변하게 될까요? 제주도민들이 걱정이 끊이지 않는 이유입니다.

* 외부 필진 아이엠피터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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