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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담비’ 지병수 할아버지가 건네는 뭉클한 위로

‘나도 저렇게 늙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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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건 무엇일까. 또, 늙는다는 건 어떤 것일까. 노년을 어떻게 준비할 것이고, 늙음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고민은 계속됐지만, 명쾌한 답을 찾기는 어려웠다. 그러던 중 김혜자를 만났다. 얼마 전 종영한 JTBC 월화 드라마 <눈이 부시게>의 혜자(김혜자/한지민)는 우리에게 ‘등가교환의 법칙’을 가르쳐 줬고,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고 몰입해야 한다고 조언해 줬다. 삶의 진리를 일깨웠다. 


잠시나마 시야가 확 트이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세상은 금세 미세먼지로 가득 찼고, 코로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고통스럽고 괴로웠다. 지난 몇 달 동안 온갖 추잡한 사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 추억함이 마음속에 침투한 걸까. 시야는 금세 닫혔고, 덩달아 삶마저 시무룩해졌다. 그때 또 한 명의 인물이 등장해 사람들의 마음에 휴식 같은 위로를 건넸다.

“내가 미쳤어 / 정말 미쳤어 / 너무 미워서 떠나 버렸어.”

지병수 할아버지. 지난 3월 24일 KBS1 <전국노래자랑>의 무대 위에 오른 그는 손담비의 ‘미쳤어’를 자신의 노래인 양 능숙하게 불렀다. 예상치 못했던 선곡이었으나 망설임은 보이지 않았다. 목소리에는 활력이 가득했고, 노래에는 리듬감이 넘쳤다. 게다가 지병수 할아버지는 손담비의 댄스를 자신만의 춤사위로 재현했다. 현장에 있던 관객들은 순식간에 지병수 할아버지에게 매료됐다. 그만큼 유쾌하고 즐거운 무대였다. 


2008년 히트곡인 ‘미쳤어’로 포문을 열었던 지병수 할아버지는 90년대 댄스곡의 시작과 끝을 알렸던 나미의 <인디안 인형처럼>과 박진영의 <허니>까지 열창한 후 무대를 유유히 내려갔다. 그리고 얼마 뒤, 유튜브에서 지병수 할아버지가 ‘미쳤어’를 부르는 장면이 편집된 영상이 화제가 됐다. 순식간에 불어나기 시작한 조회수는 200만을 넘어섰다. 손담비도 화답의 댄스로 지병수 할아버지에게 감사를 전했다.

지병수 할아버지에겐 ‘할담비’라는 별명이 붙여졌다. 여러 언론이 장안의 화제가 된 ‘할담비’를 앞다퉈 인터뷰했다. 방송 출연도 이어졌다. 당장 26일에는 MBC <오늘밤 김제동>에 출연했는데, 지병수 할아버지는 신곡으로 채연의 <흔들려>를 선보였다. 남다른 흥과 춤솜씨는 여전히 일품이었다. 급기야 29일 방송된 KBS2 <연예가중계>에서는 손담비와 함께 <미쳤어> 콜라보 무대를 펼쳤다. 꿈을 이룬 것이다. 


처음에는 유쾌한 해프닝이라 생각했다. 77세의 할아버지가 ‘어울리지 않게’ 손담비의 <미쳤어>를 부르며 춤을 추는 게 재미있었다. 그저 가볍게 웃어넘길 에피소드쯤으로 여겼다. 그런데 뭔가 달랐다. 알 수 없는 묵직한 울림이 있었다.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조금이나마 감이 잡혔다. 지병수 할아버지가 보여준 건 단순한 노래와 춤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삶을 보여줬고, 인생을 살아가는 태도를 우리 앞에 드러내 보였다.

“제가 밝은 건 마음을 다 비워서 그렇다.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제가 기초생활수급자인데 받아봐야 50만원 조금 넘게 나온다. 옛날에 도장을 잘못 찍어서 아파트 두 채 날아가서 지금 월세 산다. 이 나이에 월세 살면서도 한 번도 ‘끙~’ 이렇게 안 살았다. 주머니에 1000원만 있어도, 이거 1000원으로 만족하고 살자. 다른 때 (돈이) 좀 생기겠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그의 이야기를 듣고 나자 좀 더 분명해졌다. 지병수 할아버지도 인생의 곡절이 있었다. 과거 사업에 여러 차례 실패했고, 지금은 기초생활수급자로 살아가고 있었다. 어쩌면 긍정하기 힘든 상황일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지병수 할아버지는 누구보다 밝게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고 있었고, 현재의 자신에 몰입하고 있었다. 이상하리만치 유쾌했던 ‘할담비’, 그 하회탈 얼굴의 비밀은 긍정적인 마음에 있었다. 

여전히 산다는 건 어렵다. 늙는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할담비’를 보면서 많은 깨달음을 얻는다. ‘이렇게 늙어갈 수도 있구나’, ‘나도 저렇게 늙어가고 싶다’. 또, 스스로 되묻게 된다. 과연 70대가 된 나는 ‘할담비’와 같이 인생을 긍정하며 살 수 있을까? 밝고 유쾌하게 하루를 살아갈 수 있을까? 눈비가 내리고, 때론 태풍이 엄습해 모든 것을 앗아가 버렸을 때 나는 또다시 내일을 준비할 수 있을까.


웃음과 위로가 필요한 순간 ‘할담비’의 등장이 큰 힘이 됐다. 또, 삶의 이정표가 절실한 순간에 그의 존재가 큰 버팀목이 된다. 아무쪼록 지병수 할아버지가 지금처럼 늘 건강히, 행복하게 사시길 바란다. 덕분에 사건사고 많은 3월을 잘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 

* 외부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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