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탄 사람이 대학교에 가면 흔히 생기는 일

조회수 2019. 3. 6. 12: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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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교부터 식사까지 쉬운 게 없다.
페루의 안데스산맥에 위치한 공중 도시 마추픽추

장애인들이 편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장벽을 제거하자는 배리어프리(Barrier-free) 운동은 일상 생활반경을 넘어 관광 등의 분야에도 퍼지고 있다. 잉카제국의 공중 도시 마추픽추가 드디어 배리어프리 여행지로 거듭난다. 배리어프리 전문 여행사 ‘휠더월드(Wheel the World)’는 올해부터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마추픽추 투어를 제공한다. 장애인들이 편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장벽을 제거하자는 배리어프리 운동은 일상 생활반경을 넘어 관광 등의 분야에도 퍼지고 있다. 그런데 여기, 대한민국에 해발 2,400m 마추픽추보다 더 다니기 힘든 곳이 있다. 바로 대학교다!

출처: ⓒ고함20
장애인들이 스스로 이용할 수 없도록 설계된 기물들

등교부터 하교까지 쉬운 게 없다

경기도에 위치한 A 대학은 셔틀버스와 마을버스 3개, 광역버스 5개, 시외버스 1개 노선이 드나들고 있지만, 이중 휠체어가 이용할 수 있는 버스는 단 한 대도 없다. 저상버스가 미비한 지방으로 갈수록 환경은 열악해진다. 힘겹게 통학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장벽은 곳곳에 널려있다. 복도에는 10cm가량의 문턱이 이동을 가로막는다. 또한 강의실의 일체형 책상 역시 휠체어가 접근 불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아주 일부의 강의실만이 장애인 배려 좌석을 두고 있다. 


자, 이 모든 고난과 역경을 노오력으로 이겨내어 수업을 마쳤다고 가정해보자. 끝이 아니다. 학생식당은 식권 발급이 오로지 전자 키오스크를 통해서 이뤄진다. 이 키오스크는 비장애인 성인의 신장을 기준으로 만들어졌다. 만약 터치스크린에 손이 닿지 않는다면 어떻게 식권을 구매할 수 있을까? A대학의 장애학생지원센터에 문의해봤다. 

출처: ⓒ고함20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어떨까요?”

장애학생지원센터는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비상벨을 눌러보라는 임시방편을 제안했다. 식권을 뽑는 매우 간단한 행위조차 매번 도움을 요청하라니. 상황을 방임하겠다는 것에 가깝다. 이렇게 장애인은 언제나 호혜와 도움을 바라야 하는 존재가 된다. 그런데 놀랍게도 A 대학은 교육부 소속기관 국립특수교육원의 장애학생 교육복지지원 실태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은 33개교 중 한 곳이다.

고가의 보조기기 직접 사라는 국가기관

매년 국립특수교육원에서는 “실효성 있는 실태평가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 나가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국가기관조차 학생 개인에게 부담을 미뤄버리기 급급해 보였다. 가장 최근에 발행된 2017년 지표 개정 연구 보고서에 의하면 고가의 보조기기가 대학 재정에 큰 무리가 되기 때문에 본인이 직접 구매하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현실성 있다고 한다. 국가의 체계적인 관리나 보조 없이 학생들에게 더 큰 노력만 강요되는 꼴이다.


무엇보다 이 보고서는 장애 학생 두 명의 검토를 받았다고 밝혔다. 단 두 명의 의견만으로도 충분한 것인지 의문이 남는다. 이처럼 실태평가는 학생의 입장을 촘촘하게 살피기보다는 대학교의 사정을 더 고려하고 있다. 결국, 대학 당국과 정부 기관의 안일함 때문에 제반 환경이 갖춰지지 않고 학생들의 부담만 늘고 있다. 

타인의 호혜, 개인의 노오력에 달린 장애인 학습권!?

현행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 31조의2 제1항에서는 “대학의 장은 해당 학교에 재학 중인 장애 학생의 교육 활동의 편의를 위한 수단을 적극적으로 강구하고 제공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장애 학생이 교육을 받는 과정에서 차별을 받거나 인권을 침해받을 경우 대학이 적극적으로 학습권 보장을 위해 나서도록 법률이 마련돼있다.


하지만 대학 당국의 적극적인 실천과 정부의 제대로 된 평가가 없다면 법은 유명무실한 휴짓조각일 뿐이다. 이대로라면 마추픽추에 대학을 짓는 쪽이 낫겠다. 해발 2,400m에 배리어프리 캠퍼스가 세워진다는 뉴스가 나오기 전에 한국의 대학들이 하루빨리 개선되길 바란다.

* 외부 필진 고함20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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