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오르니 불법체류자가 '한탕' 벌로 온다?

조회수 2019. 2. 1. 12: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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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높은 한국서 큰돈 벌자"(?)

* 고함20은 기성언론을 향한 비판의 날을 세우고자 한다. 한 주간 언론에서 쏟아진, 왜곡된 정보와 편견 등을 담고 있는 유감스러운 기사를 파헤치고 지적한다.

한국경제 뉴스 캡처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개중엔 모든 사회 문제의 원인을 최저임금 인상으로 돌리는 이른바 ‘만물 최저임금 탓’ 기사도 있다. 한국경제 1월 22일 자 1면을 장식한 ‘최저임금 급등이 부른 ‘사상 최대’ 불법체류자’와 관련 기사인 ‘“최저임금 높은 한국서 큰돈 벌자”…관광비자 입국해 불법취업 속출’이 그렇다.


이런 기사 대부분은 최저임금 정책의 허점을 비판하는 게 아니라 최저임금 인상 자체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만 조성한다. 특히나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된 대상이 불법체류자와 같이 사회적 약자인 경우, 결국 혐오의 화살은 가장 취약한 곳으로 돌아간다.

추측성 보도, 혹은 칼럼

한국경제는 1월 22일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불법체류자가 전년 대비 41% 늘어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불법체류를 한두 가지 원인 탓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 말 그대로 사회와 안전망 바깥 ‘불법’ 인구의 실태와 규모는 추산에 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난민 이슈가 불거지면 불체자의 급증은 난민 이슈 때문이 되고 최저임금 인상이 논란이 되면 그것이 원인으로 호도된다. 법무부에서도 이번 통계를 두고 ‘지난해에는 평창올림픽 개최 등으로 외국인 입국이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언론 보도를 반박한 만큼 여러 견해가 분분한 문제다.


기사와 가짜뉴스의 차이는 ‘팩트’에 있다. 그리고 팩트는 검증 가능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이 불법 체류자를 유인했다고 우려하는 산업계와 학계의 목소리가 있다는 게 ‘팩트’일 뿐 실제로 최저임금 인상이 불법 체류자 급증의 직접적인 원인인지는 검증할 수 없다. 또한 기사엔 ‘최저임금이 높아져서 한국을 찾았다’는 당사자의 목소리조차 담겨 있지 않다. 브로커들의 광고 문구에 ‘최저임금’이 실렸다는 언급뿐이다. 그런데도 기사는 불법체류자가 증가한 원인이 최저임금 때문이라고 생각하게끔 유도하고 있다. 이와 같은 기사는 ‘추측성 보도’, 좋게 봐야 주관과 주장을 담은 ‘칼럼’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 기사에 달린 포털사이트 댓글 캡처

불법체류자는 ‘한탕족’?

최저임금 인상이 실제로 ‘실패한 정책’인지와 별개로 많은 언론이 이를 두고 약자끼리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국내 취약 계층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해당 기사의 문구처럼 자영업자와 아르바이트생, 자국 노동자와 이주 노동자 간 이른바 ‘을 간의 싸움’이 조성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약자는 최저임금 인상을 비판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한다.


한국경제는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는 불법체류 노동자를 두고 ‘단기 체류(1년 미만) 자격으로 들어왔다가 취업에 뛰어드는 ‘한탕족’’이라고 표현했다. 이는 이주노동자의 현실을 완전히 단편적으로 왜곡하는 처사다. 노동의 이주와 불법체류 문제는 시장 왜곡과 자본주의의 신(新)식민화, 국제적 경제구조의 붕괴 등 거시적인 흐름을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다. 단순히 말하자면 3D 업종을 비롯해 열악한 노동을 자처하며 국경을 넘은 다수에게 필요한 것은 ‘밥’이지 ‘일확천금의 한탕’이 아니다. 


특히나 개발도상국에 대한 우월의식과 인종차별이 만연한 한국에서 불법체류자를 보도할 때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언론 보도는 사회 구성원의 인식 틀을 만들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비(非)한국인의 이미지는 불법체류자이든, 이주노동자이든, 이민자이든 뭉뚱그려져 부정적인 낙인이 찍혀있는 형국이다. 누구의 발언인지조차 검증할 수 없는 “최저임금 높은 한국서 큰돈 벌자”라는 헤드라인과 ‘한탕족’이라는 프레임은 소수자인 불법체류자와 더불어 한국에 사는 모든 비한국인에 대한 혐오를 조성할 여지가 다분하다. 이런 안일한 단어 선택은 언론의 영향력을 재고하지 않은 처사다.

사시 위에 언론 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창달. 한국경제의 사시(회사의 기본 방침)다. 이와 같은 관점에선 이번 최저임금 인상은 경제 교란이자 정부의 지나친 시장 개입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사시 위에 언론의 본분이 있다. 언론은 사회 통합에 기여해야 하며 공정해야 한다. 약자 혐오를 조성하는 논조와 추측성 보도는 분열을 조장할뿐더러 공정하지 못하다.


최저임금 인상이 한국 경제에 끼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건 사실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의 다양한 보도와 비판, 혹은 전망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를 위해선 더 짜임새 있는 취재와 탄탄한 검증이 필요하다. 단순히 공포감만 조성하는 기사는 ‘이주노동자 때문에 홍역이 창궐한다’는 식의 가짜뉴스와 다르지 않다.

* 외부 필진 고함20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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