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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지사 1심 판결에 대한 여러 의문점

조회수 2019. 1. 31. 11:0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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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판결 내용을 살펴봤다.
출처: ⓒ연합뉴스
김경수 경남도지사

1월 30일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관련해 업무방해 및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 후 소셜미디어에서 돌아다니는 김경수 경남도지사 1심 선고 판결 내용을 읽어봤다. 언론은 법원이 대단한 물증을 제시해서 김경수 지사의 방어를 무력화시킨 것처럼 이야기해놨던데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타이핑본만 읽고 작성한 견해이므로 사실과 다를 수 있으며 누락된 정보가 있을 수 있다. 아무튼 법원의 유죄판결에는 여전히 의문점이 많다. 

# ‘킹크랩’ 시연을 김경수 지사가 봤다는 판단

재판부는 2016년 11월 김경수 지사가 매크로 프로그램 ‘킹크랩’ 시연을 봤다고 판단했다. 판결에 적힌 그 근거는 이렇다. 11월 9일 김경수 지사가 느릅나무출판사에 방문해서 ‘드루킹’ 김동원 및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회원들과 만났다는 사실과, 당일 오후 20시 7분부터 20시 23분까지 약 16분간 네이버 로그상 댓글 조작 시연으로 보이는 행위가 반복됐다는 점, 그리고 동년 11월 4일부터 7일까지 유사한 행위가 반복됐다는 점 등을 들어 해당 행위가 11월 9일 김경수 방문에 맞춰 연습된 것이며 11월 9일 김경수 지사는 매크로 프로그램 ‘킹크랩’ 시연을 봤고, 때문에 김경수 지사가 킹크랩을 인식했다고 간주한다는 판단을 했다.


타이핑 과정에서 빠진 것일 수도 있겠으나 여기서 의문이 든다. 김경수 지사가 당일 20시 7분 이후에도 계속 느릅나무에 머물렀는지, 머물렀다면 그 증빙은 있는지, 머물렀다 할지라도 같이 시연을 본 건 맞는지, 매크로를 작동한 행위가 과연 작업인지 시연인지 테스트인지가 모두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결정됐다는 것이다. 단순히 방문 일자와 로그 기록 일자가 같았다고 해서 킹크랩 시연을 ‘봤다’라고 판단하는 게 가능한가? 


결국, 재판부는 드루킹 측의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을 봤다”라는 진술이 11월 9일의 16분 간의 매크로 작동 로그 사실에 비춰 볼 때 사실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그렇다면 만약 내가 어떤 편의점에 11월 9일에 방문했고, 내가 방문한 시간쯤 그 편의점에서 물건이 하나 사라졌다고 치자. 그런데 주인이 내가 그 물건을 훔쳤다고 주장한다면 나는 자동으로 절도범이 되는 것인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판단이다.

출처: ⓒ연합뉴스
김경수 지사 재판을 맡은 성창호 판사

# 온라인 정보 보고 건에 대한 판단

김경수 지사는 드루킹 일당이 텔레그램으로 ‘킹크랩’과 관련한 온라인 동향 보고를 여러 차례 전송했다고 인정했지만, 이를 일일이 확인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김경수 지사가 정보 보고를 충실히 확인했다고 판단했다. 그 근거로 2016년 12월 28일 자에 킹크랩 완성도는 98%에 달했다고 전달한 점, 드루킹이 경공모 전략기획팀에 ‘김 지사 반응이 긍정적이다’라고 한 점, 그리고 김 지사의 ‘고맙습니다’ 말한 캡처 이미지를 들었다.


역시나 판결 내용이 누락됐을 수 있기 때문에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김경수 지사의 그 좋았던 반응이 킹크랩 완성도와 관련한 정보 보고에 대한 반응으로 명확하게 1:1 매칭이 되는지, 그리고 그 좋았다는 반응이 명확하게 반복돼 이뤄졌는지 재판부가 설명하지 않았으며, 정보 보고는 총 48건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그중 1회만 ‘고맙습니다’라는 답변이 전달됐다는 상황으로 미루어 김 지사가 킹크랩에 대해 충분히 인식했다고 판단한 것 역시 이해하기 어렵다.


이를테면 금융계 종사자들은 증권회사 애널리스트로부터 하루에도 수십 건의 카카오톡이나 문자를 받는데 이 중 특정 주식의 중요한 내부 정보가 포함된 내용이 1월 30일에 전송됐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내가 2월경 해당 전문가에게 ‘그동안 이래저래 많이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메시지를 보냈고, 그 사람이 동료들에게 이 사람이 나에게 고마워한다고 이야기했으면 나는 내부정보 이용자가 되는 것인가? 증거끼리 매칭이 안 되는데 말이다. 이게 어떻게 ‘매일’ 확인했다는 증거가 되는지 모르겠다.

출처: ⓒ연합뉴스
'드루킹' 김동원씨

# 드루킹과의 텔레그램 대화방 삭제의 건

재판부는 드루킹 사건이 점화된 후인 2018년 2월 9일경 김경수 지사가 드루킹과의 텔레그램 대화방을 삭제한 것으로 미루어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드루킹이 하루에도 수백 건이 넘는 정보를 전송했고 그중에 악성 정보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김경수 입장에서는 불확실했을 텐데, 이를 삭제한 것만으로 ‘인식’의 문제를 확정할 수 있는가? 말 그대로 네가 네 발 저렸으니 네가 도둑이라는 논리는 아닐까?

# 이익을 얻는 측과 공동정범 간의 관계

재판부는 드루킹 일당이 댓글 조작을 하면 이득을 보는 측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이고, ‘킹크랩’ 개발 및 운영에서 자금이 다대하게 투입될 수밖에 없었다는 점 등을 들어 김경수의 동의나 허락 없이 자발적으로 범행하기에는 어렵다는 판단을 했다. 그런데 자금이 많이 드는 것과 김경수의 허락이 대체 무슨 논리적 인과가 있는지 재판부의 설명이 납득되지 않는다. 그럼 킹크랩 개발에서 생각보다 돈이 적게 들었다는 사실이 입증되면 재판부의 판단은 뒤집어지는 것인가?

출처: ⓒ연합뉴스

# 뉴스기사 URL과 직접 관여 여부에 대한 판단

재판부는 김경수 지사가 드루킹 일당에게 11건의 기사를 보낸 점, 그중 문재인 대통령에게 불리한 기사가 있었다는 점 등을 들어 직접 댓글 조작에 관여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는 김경수 지사가 킹크랩 존재 여부에 대해 알았다는 것을 전제한 판단이므로 앞단의 ‘인식’ 여부가 아리송하면 이것 또한 아리송해지는 것이다. 드루킹은 큰 지지자 모임의 회원이었고 김경수 지사 입장에서는 홍보를 위해 전달했을 가능성도 충분한데, 킹크랩 존재를 알았다고 전제한 뒤 이를 댓글 조작 관여로 판단해 버리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게다가 김경수 지사가 드루킹에게 보냈다는 기사 11건 내역을 보면 포털사이트 기사가 아닌 것도 있고 댓글이 아예 없는 것도 있으며 드루킹 일당이 작업한 흔적 없는 기사도 있다. 재판부 말처럼 김경수 지사가 깊숙이 개입했다면 이 기사들에서는 댓글 난리가 나야 한다. 그런데도 이렇게 조용한 기사들도 있다는 것은 오히려 단순 홍보성 전달이라는 김경수 지사 측 주장의 신빙성을 높여주는 증거로 볼 수도 있는 것 아닐까? 왜 피고에게 유리한 정황은 무시당했을까? 형사재판의 원칙은 어디로 실종됐을까?

# 석연치 않게 양형 기준보다 높은 형량

장애업무방해죄의 형량은 6개월~1년 6개월가량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김경수 지사가 드루킹과 1년 반 가까이 교류하며 8만 건에 달하는 댓글 조작 전체에 관여한 것처럼 말하며 양형 기준보다도 높은 형량 2년을 선고했다. 이는 무슨 의미일까? 댓글 조작 전체를 김경수 지사가 지시한 것처럼 판결한 이유는 무엇일까? 홍준표의 경우 현직 광역단체장인 점을 고려해 법정구속을 하지 않았는데 김경수 지사의 경우 법정구속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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