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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경 의원님, 페미니스트 청년은 청년도 아닌가요?

바른미래당, 누구 맘대로 ‘청년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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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 페이스북

‘페미 코인’, 페미니즘을 통해 유명해지거나 돈을 버는 것을 비꼬는 말이다. 가격이 폭락한 비트코인처럼 페미니즘 열풍도 언젠가 폭삭 망하게 될 것이란 함의도 엿보인다. 그 전망에 설득력이 있다고 판단해서일까, 슬그머니 ‘안티 페미 코인’을 채굴하기 시작한 이들이 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1월 10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남성 중심 사회는) 아주 옛날이야기로, 지금은 적용되지 않는다”라며 “요즘은 군대 등에 따라 남성이 역차별을 받는다”라고 주장했다. 근거는 2017년 신규 공무원 비율(남성 43%, 여성 57%)이다. 


1월 23일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이 개최한 <워마드를 해부한다> 토론회에서도 비슷한 주장이 이어졌다. 그는 “이 시대 최고의 약자는 청년 남성”이라며 “여성우대 법안을 모조리 조사해 효력 시한을 두겠다”라고 말했다. “20~30대 남성들은 일자리가 없어 경제적 억압을 받고 있는데, 남녀 차별 가해자 프레임이 씌워져 사회적 억압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누구 맘대로 ‘청년정당’?

그의 말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청년’이다. 바미당은 요즘 ‘청년의 대안 정당’으로 발돋움하려 하고 있다. 젊은 당내 인사들을 주요 당직에 배치하고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 사건 등에 대해선 청년을 키워드로 당론을 폈다. 하 의원은 1월 3일 “우리 당이 정체성을 찾는 노력을 하는데, 다수는 20~30대 청년을 대변하는 정당이 돼야 한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누가 청년인가? 하 의원의 말에 따르면 청년은 ‘여성 우대 정책’에 분노하고 ‘군대 역차별’ 때문에 공무원 시험에서 낙방한다고 생각하며, 남녀 차별의 가해자로 몰린 이들이다. 결국 ‘여성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남성만이 청년인 셈이다. 


절반가량이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 생각한다는 20대 여성은 하 의원이 말하는 ‘청년’에 포함되지 않는 듯하다. 말은 바로 해야 한다. 바미당은 ‘청년의 대안 정당’이 아니라 ‘안티 페미니스트의 대안 정당’으로 거듭나는 중이다.

조사 주체는 각각 조선일보(2007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2018년)

출처ⓒ고함20

위험한 ‘안티 페미 코인’ 정치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

출처ⓒ연합뉴스

청년과 안티 페미니스트를 함부로 동일시하는 것만 문제가 아니다. 안티 페미니즘을 정치적 의제화하려는 시도는 더 위험하다. 시도 바탕에 깔린 현실 인식, 즉 가부장제는 옛날에 사라졌고 이젠 남성이 역차별받는다는 생각부터 틀렸기 때문이다. 틀린 현실 인식에서 나온 해결방안, 즉 ‘여성우대 법안 효력 정지’ 역시 틀린 정책일 수밖에 없다.


공공부문 신규 임용자 비율이란 단 하나의 통계만으로 한국을 ‘남성 역차별 사회’라 주장하는 논리적 비약을 차치하더라도, 그의 주장엔 여전히 큰 맹점이 있다. 하 의원은 공공부문 신규 임용에서 여성이 남성을 앞지른 이유를 아무런 논증도 없이 ‘군대 역차별’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 차이가 군대 때문이라기엔, 공무원 임용 결과가 ‘남풍’이던 이전 세대의 남성들 역시도 징병 대상이었지 않은가. 


오히려 이 현상은 만연한 여성차별의 결과로 보는 것이 더 합당하다. 공무원과 교사를 흔히 ‘여자 직업으로는 최고’라고 한다. 여성이란 이유로 공무원에 더 적성이나 능력이 있을 리 없다. 여성들이 유독 공공부문 일자리를 추천받는 이유는 승진에서 그나마 성차별이 적고 경력단절을 겪을 가능성도 작기 때문이다. 


취업 시장에서의 성차별도 이 경향을 심화하는 데 한몫한다. 킨텍스, 가스안전공사, 하나은행, KB국민은행, 신한은행, IBK투자증권, 작년 성차별 채용비리 사실이 드러난 기관 및 기업이다. 이들은 채용 과정에서 점수를 조작하거나 성별에 따라 다른 커트라인을 적용하는 등의 ‘꼼수’로 여성 지원자들을 떨어트리고 남성 지원자들을 채용했다. 작년 10월엔 성차별 채용 의혹이 제기된 삼성과 한화 금융 계열사들을 상대로 정부가 근로 감독에 나서자 18곳 중 6곳이 채용 서류를 무단 폐기해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이쯤 되면 여성이라는 이유로 취업 시장에서 밀려난 청년 여성들이 공공부문 일자리로 몰리는 건 당연해 보인다. 공공부문에서 여성이 두각을 드러내는 이유는 다른 모든 부문에서 여성이 더 극심하게 차별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 의원이 가져오지 않은 나머지 모든 자료와 통계가 가리키는 것은 한국 사회가 아직도 여전히 심각한 ‘여성차별 사회’라는 명징한 사실이다. 


하 의원이 말하는 ‘여성 우대 법안’은 무엇일까. 아마 양성평등 채용제와 같이 성차별을 시정하기 위해 도입된 정책들을 지칭하는 말 아닐까. 혹시 그는 알까? 2010년을 기점으로 공무원 양성평등 채용할당제로 ‘우대’받은 사람은 여성보다 남성이 더 많다는 사실 말이다. (공무원 양성평등채용, 남성이 여성보다 혜택본다, 아시아경제

청년 남성의 대안정당은 가능할까

바미당이 이러한 행보를 보이는 이유는 뭘까. 아마 문재인 정부에 대한 20대 남성 지지율 하락을 ‘성 평등 기조’에 따른 반발심으로 해석하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청년 남성을 주요 지지층으로 동원해보겠다는 심산이고 또 안티 페미니즘을 통해 청년 남성을 결집시킬 수 있으리란 계산이다.


안티 페미니즘이 아니어도 청년 남성을 대변할 방법은 분명히 있다. 그러나 정당씩이나 되는 곳이 아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나 볼 수 있는 조악한 주장을 그대로 받아 적는 지금으로선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 지적으로도, 실천적으로도 게으른 정치는 해악이다.

출처ⓒ파이낸셜뉴스 캡처

하 의원이 짚어낸 20대 남성의 문제들 가운데 유일하게 유의미한 것이 있다. 징병제다. 징병제 당사자라 할 수 있는 청년 남성의 대안 정당은 필요하다. 바미당이 그 역할을 잘 해낸다면 한국 사회는 한층 더 좋은 사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하 의원이 1월 17일 터트린 ‘병사 휴대전화 사용 비판’ 논란은 바미당의 ‘남성 청년의 대안 정당’ 발돋움마저 어려울 것을 시사한다. 군 복무 중인 병사들의 휴대전화 사용이 모든 부대로 확대되는 것에 대해 그는 “(병사들이) 저녁과 주말은 폰 게임으로 날밤을 샐 것”이며 “학부모는 군부모가 돼서 학교에 오듯 군대에 항의방문을 올 것”이라 주장했다. 여성을 배제하면서라도 청년 남성을 대변하겠다는 바미당의 의지가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 외부 필진 고함20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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