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여성 배우들의 승리라 불리는 '이 드라마'

조회수 2019. 1. 30. 19:0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사실, 모든 배우가 훌륭하다.
“다섯 배우에 정난 누나까지 6명의 배우가 완전체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 ‘SKY 캐슬’ 조재윤 “최종회 대본에 배우들 기립박수..끝까지 재밌다”, 스포츠한국

김정난, 염정아, 김서형, 이태란, 윤세아, 오나라. 캐슬에서 가장 정상적인 아빠였던 우양우를 연기한 조재윤은 ‘JTBC <SKY 캐슬>은 여성 배우들의 이야기’라고 정의했다. 그의 말이 전적으로 옳다. 최고의 연기를 펼친 여성 배우들이 없었다면 <SKY 캐슬>애초에 성립할 수 없는 드라마였다.


섬세한 감정 연기로 첫 포문을 연 김정란이 없었다면, 완벽한 연기로 드라마 전체를 책임졌던 염정아가 없었다면, 압도적인 카리마스와 신들린 퍼포먼스를 펼쳐 보였던 김서형이 없었다면, 우아하고 기품있는 캐릭터를 똑소리 나게 연기했던 윤세아가 없었다면, 밝고 쾌활한 에너지로 시청자들에게 숨구멍을 열어줬던 오나라가 없었다면, <SKY 캐슬>의 시청률과 인기, 재미는 지금보다 훨씬 낮았을지 모른다. 

<SKY 캐슬>의 여성 배우들이 더욱더 남다르게 다가왔던 건 그들이 40대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나이대의 여성 배우가 맡을 수 있는 역할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게다가 극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는 역할에서 배제되는 게 현실이다. <SKY 캐슬>에서도 ‘엄마’라는 역할을 부여받았지만, 캐릭터가 단면적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드라마의 전면에서 극의 흐름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김서형은 “40대 여배우가 이렇게 한 번에 많이 보이는 작품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모르겠다. 포스터부터 여성 다섯 명만 나오니 거기에 대한 궁금증은 있었을 것 같다”(‘SKY캐슬’ 김서형 “염정아와 대립신, 찍을때마다 숨막혀”, 엑스포츠뉴스)며 <SKY 캐슬>의 의의와 성공 요인을 설명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배우(의 연기에)는 한계가 없다. 오로지 배역에 한계가 있을 뿐이다. 

전면에 나선 건 여성 배우였으나 남성 배우들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감초 역할을 자처하며 잔뜩 무거웠던 캐슬의 분위기를 풀어줬던 조재윤의 활약이야 말할 것도 없다. 정준호의 재발견은 <SKY 캐슬>의 큰 수확이다. 냉정하게 말하면 배우로서의 이미지가 뚜렷하지 않은 그에게 큰 기대가 없었기 때문에 이 반전은 훨씬 더 강렬하게 다가왔다. 정준호가 열연한 ‘지질한’ 중년 남성 강준상은 상징적인 캐릭터로 남을 듯하다.


또, 욕망의 화신 차민혁을 연기한 김병철의 연기는 어떠했는가. 마지막까지 피라미드 최상층에 대한 헛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자신이 내던진 컵라면의 잔해를 물티슈로 닦아내던 그의 모습은 애잔하기까지 했다. 김병철은 미워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를 미워할 수 없게 만들 만큼 탁월한 연기를 펼쳐 보였다. 그런가 하면 정의롭고 올곧기만 해서 다소 뻔한 캐릭터였던 황치영 역을 소화한 최원영의 단단한 연기도 돋보였다. 

<SKY 캐슬>의 배우들을 이야기하면서 이른바 ‘캐슬 키즈’들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젠 ‘혜나’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한 김보라의 ‘되바라진’ 연기는 놀라울 정도였다. 염정아·김서형과의 기 싸움에서도 전혀 밀리는 기색이 없었다. 그 당찬 에너지에 시청자들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역시 ‘예서’라는 이름이 친숙한 김혜윤은 정말 히스테릭한 입시생이라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몰입도 있는 연기를 보여줬다. 

“피라미드에서는 미라가 맨 꼭대기에 있는 게 아니라 요기, 요기에 있대. 요기가 제일 좋은 거지. 중간이 최고야.”
“그러게. 그렇게 가고 싶으면 할머니가 가시지 그랬어요.”

정형화된 연기의 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놀았던’ 두 명의 배우, 이유진과 이지원은 ‘SKY 캐슬’의 미래이자 연예계의 미래다. 어른들의 우문에 현답으로 응수하는 직관력을 지닌 우수한 역을 연기한 이유진의 순수함은 사랑스럽기만 했다. ‘(사랑스러운) 팩트 폭격기’로 맹활약한 강예빈을 찰떡같이 연기한 이지원은 눈빛과 발성, 억양 등 모든 면에서 신선하고 훌륭했다. 

조재윤은 “이 친구는 타고났다. 아예 배우로 태어난 사람 같다. 걔 연기를 보고 있으면 ‘최고다’는 말이 나온다”며 이지원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앞으로 이지원이 배우로서 어떻게 성장해 가는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그리고 쌍둥이 형제 차서준·차기준 역을 연기한 김동희와 조병규, 황우주 역의 찬희도 캐릭터에 딱 맞는 연기로 힘을 보탰다.


매회 최고 시청률(23.216%)을 경신하고 있는 <SKY 캐슬>도 이제 마지막 한 회가 남았다. 이 경탄스러운 배우들의 연기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고작 한 회밖에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아쉽고 또 아쉽기만 하다. 재발견에 이어 발굴까지 <SKY 캐슬>이 수확한 배우들이 앞으로 훨훨 날아가길 기대한다. 또, <SKY 캐슬>을 계기로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이 더 많은 기회를 부여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 외부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님의 기고 글입니다.

<직썰 추천기사>

10억 받고 굴뚝 살기 vs 그냥 살기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