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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비어로 알밥을 만들었다’는’ 알함브라의 결말

해피 엔딩도, 새드 엔딩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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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마법은, 과학기술이 아닌 사람에 대한 믿음입니다.”

유진우(현빈)는 게임 속의 버그를 찾아다니며 제거했다. 그런 후 홀연히 사라졌다. 현실 속의 사람들은 그가 해외에서 도피 생활을 하고 있을 거라 믿고 있다. 버그가 없어진 게임은 1년 후 정식으로 출시됐고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정희주(박신혜)는 돌아오지 않는 진우를 기다리며 눈물 속의 나날을 보냈다. 그는 진우가 언젠가는 돌아올 거라는 기대와 희망을 잃지 않았다.


드라마는 그렇게 끝을 맺었다. 게임 속에서 여전히 활동하는 유진우의 실루엣을 보여주면서 말이다. 해피 엔딩도, 새드 엔딩도 아니었다. 이를 두고 ‘열린 결말’이라고 하는 모양이지만, 적어도 시청자들이 기대하고 원했던 끝맺음은 아니었다. 


‘이번에는 다르겠지…’ 


tvN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이야기다.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 게임을 드라마의 소재로 가져온 파격이 놀라웠다. 컴퓨터 그래픽(CG)도 만족스러웠다. 배경이 된 스페인 그라나다의 매력이 시청자들을 홀렸고 현빈과 박신혜의 열연도 한몫했다. 

획기적인 소재, 창의적인 발상, 흥미로운 전개. 모든 게 좋았다. 그런데 무엇이 문제였을까? 시간이 갈수록 불안감이 고개를 들었다. 의심이 강해졌다. 이야기가 탄력을 받아야 할 시점에 흐름이 자꾸만 늘어졌다. 그때까지만 해도 의도적인 숨 고르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후반부로 갈수록 뎌딘 진행에 불만만 쌓여갔다.


주구장창 회상신만 반복됐다. 드라마의 1/3이 플래시백(flashback)이라 여겨질 정도였다. 게다가 드라마의 몰입을 툭툭 끊어 먹는 PPL(제품 간접 광고)은 너무 노골적이었다. 송재정 작가는 “12회인가 PPL 홍수가 났다. 13회부터는 들어갈 데가 없어서 그때 많이 몰아넣었다”고 변명했지만, 마지막 회는 주인공인 현빈보다 PPL 음료가 더 기억에 남을 정도였다.  


현빈과 PPL의 주객전도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역시 엔딩이었다. 만약 드라마의 여러 의문에 대한 체계적인 대답이 제시되는 개연성 있는 엔딩, 유진우와 정희주의 로맨스를 드러내는 감동적인 엔딩이 시청자들의 고된 여정을 반겨줬다면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다르게 기억됐을 것이다. 그런데 엔딩은 개연성도 없고 감동도 없었다. 


송재정 작가는 ‘버그’라는 답으로 일관했다. 게임 속 캐릭터인 엠마(정희주)가 보고 있는 상황에서 마르꼬(이재욱)가 정세주(찬열)을 칼로 찌르면서 버그가 생겼고 그 때문에 이 모든 상황이 벌어졌다는 설명이었다. 차형석(박훈)이 NPC(Non Player Character)가 돼 좀비처럼 나타났던 것도 버그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안타까웠던 건 박신혜 활용법이었다. 송 작가는 “히어로물이라는 장르적 특징 때문에 여자 배우의 분량이 적어서 박신혜 씨께 양해를 구했다”고 밝혔지만, 이는 분량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여자 주인공 캐릭터를 남자 주인공의 사랑을 갈구하고 걸핏하면 눈물이나 쏟는 수동적인 캐릭터로 그렸다는 점은 아쉽기만 하다. 이는 전작인 <W>에서도 노출됐던 문제이기에 씁쓸함은 더욱 크다.


결과적으로 송재정 작가는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했다. 매번 기발한 상상력을 드라마로 구현하는 데까지는 성공하지만, 이야기의 전개에 있어 뚜렷한 약점을 드러냈으며 개연성을 확보하는 데까지 나아가진 못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절반의 성공이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배우들의 열연이 돌아서려던 시청자들의 소맷자락을 부여잡았던 드라마로 남게 됐다. ‘캐비어로 알밥을 만들어 먹은 격’이라는 누리꾼들의 질타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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