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대표가 태극기집회에서 공개 저격당한 이유

조회수 2019. 1. 8. 17:1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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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집회에서 공개적으로 욕을 퍼부었다.

극우 논객 지만원씨가 1월 5일 태극기집회에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향해 거친 욕설을 쏟아냈습니다.


지씨는 나 원내대표를 가리켜 “나경원 그 OO여자 아니에요? 그거?”라며 집회 내내 폭언·욕설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대체 왜 나 원내대표는 지씨에게 욕을 먹은 걸까요? 


YTN의 보도에 따르면 집회 전날 지씨와 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만남을 가졌습니다. 이날 나 원내대표는 지씨에게 자유한국당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이하 진상규명위)에서 활동할 인물을 추천해달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지씨는 나 원내대표가 자신을 진상규명위원에서 배제하려 했다며 폭언·욕설을 했습니다. 나 원내대표가 지씨에게 인물 추천을 한 건 지씨를 위원 후보군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 풀이됩니다. 실제로 자유한국당 내에서 지씨의 진상규명위원 추천을 놓고 이견이 많다고. 때문에 진상규명위원이 되고 싶었던 지씨가 화를 낸 것입니다. 


참고로 김성태 원내대표 당시 지씨는 5·18광주민주화운동 진상규명위원 후보군에 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습니다. 이후 ‘5·18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는 지씨가 진상규명위에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지씨의 추천설을 부인했습니다.

5.18 민주화운동의 진실규명 위한 진상조사위원회 

2018년 2월 5·18 민주화운동의 진실 규명을 위한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골자로 하는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특별법이 통과돼 진상규명위가 꾸려지면 국가에 의한 민간인 학살 및 시민군을 향한 발포 진상조사뿐 아니라 발포 명령자를 규명하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자유한국당이 요구해온 북한군 개입설도 조사 대상에 포함됩니다. (현재 진상규명위 출범은 자유한국당의 위원 추천이 늦어져 미뤄지고 있다.)

출처: ⓒ뉴스타운 화면 캡처
▲ 지만원씨가 뉴스타운에 올린 글. 자신의 조사위원 배제가 당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때문이라 주장했다.

앞서 밝힌 것처럼 지씨는 5.18 민주화운동에 북한군이 개입했다고 주장해왔습니다. 그러면서 진상규명위 출범 소식이 나자 자신이 조사위원이 돼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2018년 3월 지씨는 보수 성향의 온라인 매체 뉴스타운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자신을 진상규명위원에서 배제하려 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긴급, 김성태가 한국당 이종명 따돌리고 지만원 배제

‘뉴스를 보면 지금 현재 김성태가 지만원을 추천한 이종명 의원을 제치고 ‘5.18진상규명위원회’에서 지만원을 배제한 후 다른 사람들로 구성하려고 그럴듯한 사람들을 접촉했지만 모두가 참여를 기피하고 있다고 합니다. 5.18진실이 밝혀져야 빨갱이 세력을 진압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전에는 홍준표가 방해하더니 지금은 김성태가 방해합니다.

이 글을 접하시는 분들은 공수특전단 ○○○ 회장(010-○○○○-○○○○) 으로 연락하셔서 한국당을 교정시키는 항의 방문에 동참해 주시기 바랍니다.’

작년 말에는 극우 보수 세력 SNS와 카카오톡 단체채팅방 등에 당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만원씨를 진상규명위원에서 배제하고 있다며 항의 방문에 동참해달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김 원내대표는 극우 보수 세력의 엄청난 ‘문자 폭탄’을 받아 휴대전화 문자 수신음을 꺼 놓기도 했습니다. 


이번 사태는 국회 진상 조사위원에 들어가려는 지씨와 이를 동조하는 극우 보수세력이 자유한국당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그 갈등이 나 원내대표를 향한 폭언·욕설로 가시화된 것입니다.

5.18 광수? 지만원의 5.18 민주화운동 왜곡 

‘5.18 광수’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씨가 주장해온 ‘광주북한군 특수부대’의 준말입니다. 지씨는 그동안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 북한군 600명이 개입했다며 5.18은 북한이 사주한 폭동이라고 주장해왔습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5·18 당시 보안사령관으로서 북한군 (광주) 침투와 관련된 정보 보고를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전혀 (없다)”라고 했다. 이어 이와 같은 대화가 이어졌다. 

“북한 특수군 600명 얘기는 연희동에서 코멘트 한 일이 없다.” (고명승 전 3군사령관) 

“뭐라고? 600명이 뭔데?” (전두환 전 대통령) 

“이북에서 600명이 왔다는 거예요. 지만원 씨가 주장해요.” (정호용 전 의원) 

“오, 그래? 난 오늘 처음 듣는데.” (전두환 전 대통령) 

- 전두환 “광주 내려가서 뭘 하라고”, 동아일보

(관련 기사: 전두환 “광주 내려가서 뭘 하라고”, 동아일보)

지씨의 북한군 개입설은 5·18 학살의 주범 전두환 전 대통령조차 몰랐던 사실입니다. 전 전 대통령은 신동아 기자와의 인터뷰(위 대화)에서 북한군의 광주 침투와 북한 특수군 얘기는 처음 들어봤다고 반응했습니다.

▲ 지만원씨가 5·18 북한군 개입 증거라 주장하는 사진들

지씨의 광주 북한군 개입설은 보수 논객 조갑제씨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지적한 사안입니다. (관련 뉴스: 광주 5·18 때 북한군 개입? 조갑제도 안 믿는다)


지씨가 증거라며 공개한 사진을 봐도 그렇습니다. 지씨가 사진에서 5·18 ‘75광수’라며 북한 리선권을 지목했던 주인공은 시민군 소속의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홍모씨로 밝혀진 바 있습니다. 


지씨가 ‘5·18 진상 규명 보고 대회’에서 북한군이 교도소를 공격하려고 전투 준비 중이라 설명했던 사진은 기무사 사진첩에서는 ‘시민군이 총탄을 점검하는 장면’이라고 소개돼 있었습니다. 


또한, 지씨는 영화 <택시운전사>의 실제 주인공 김사복을 가리켜 “북한의 사주를 받는 불순단체와 내통했고 반국가사범”이라고 주장했다 김씨의 아들에게 고소당하기도 했습니다.


2017년 8월 광주지방법원은 5·18기념재단 및 5·18 관련 3단체, 천주교 광주대교구, 박남선을 포함한 개인 9명 등이 지만원과 주식회사 뉴스타운에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사건에서 지씨·뉴스타운(피고)의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역사왜곡 책임을 물어 8,200만 원의 손해배상을 명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당시 법원의 판결은 5·18 민주화운동 왜곡 행위에 대해 형사책임은 물론 민사상 손해배상책임까지 인정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극우 보수를 대하는 자유한국당의 딜레마

출처: ⓒYTN 뉴스화면 캡처

나 원내대표와 지씨의 갈등을 보면 현재 자유한국당의 고민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지씨의 ‘5·18 북한군 개입설’은 태극기집회에서 ‘빨갱이·좌파’를 몰아내는 논리로 큰 지지를 받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자유한국당이 태극기집회 참가자, 지씨와 같은 극우 세력을 끌어안기는 쉽지 않습니다. 보수 진영 내에서 극우 세력과 반대 급부인 ‘합리적 보수’ 혹은 중도 보수 세력을 잃기 때문입니다.  


진영 간의 싸움에서는 극우 보수 세력의 화력이 도움이 될 지 몰라도 국회나 법적 테두리에서는 오히려 마이너스가 된다는 사실을 나 원내대표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일부 보수 세력이 극우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보이는 중이라 자유한국당 입장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행여 극우 세력을 끌어안고 지씨를 진상규명위원으로 임명했다고 치더라도 그의 ‘5·18 북한군 개입설’이 공식적으로 허위 주장으로 판명되면 자유한국당은 더욱 난처한 상황에 빠지게 됩니다.

자유한국당의 선택은?

▲ 지만원씨의 태극기 집회 발언 이후 극우 유튜브 방송마다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난하는 영상이 올라오고 있다.

최근 자유한국당의 ‘친박’ 홍문종 의원은 “박근혜가 뭘 잘못했나 따지자”라며 보수 단결을 위해서는 박근혜 탄핵 문제부터 정리하자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외부의 태극기 세력과 함께 자유한국당 내부에서 친박계의 목소리를 높이자는 전략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극우 세력과는 항상 거리를 두려고 합니다. 물론, 선거나 문재인 정부를 공격할 때는 함께 손을 잡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번 지씨 막말 논란을 통해 그들의 관계가 무너질 수 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지금 극우 유튜브 방송마다 자유한국당이 지씨의 진상규명위원 임명을 배제하려 한다며 자유한국당을 비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극우 유튜브 방송이 인기 있다고 자유한국당 정치인들이 앞다퉈 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시청자층이 대부분 태극기 집회 참석자와 지지세력이기 때문에 오히려 지씨의 진상규명위원 문제가 더욱 불거질 수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이 지만원씨 사건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유튜브 방송에서 지지를 받을 것인지 그나마 있던 지지 세력을 잃을 것인지 결과가 달라질 것입니다. 자유한국당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 외부 필진 아이엠피터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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