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와 별개로 '아는형님'은 퇴행 중인 이유

조회수 2018. 12. 12. 1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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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환 섭외부터 여성 게스트 논란까지

JTBC <아는 형님>은 2015년 12월 5일 첫 방송을 시작했다. 얼마 전 생일을 맞이한 이 프로그램은 벌써 3년째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엄격한 성과주의에 의해 존폐가 갈리는 살벌한 예능판에서 그만큼의 시간을 견뎌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다수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대중의 무관심 속에 사라지는 게 현실이다. <아는 형님>은 장수 예능의 궤도에 섰다.


물론, <아는 형님>이 단순히 버티기만 했던 건 아니다. 4~6%의 높고 안정적인 시청률은 이 프로그램의 두터운 인기를 잘 보여준다. 11월 5주차 ‘비드라마 TV 화제성’에서 2위를 차지(굿데이터코퍼레이션)하고 ‘2018년 11월 한국인이 좋아하는 TV 프로그램’ 조사에서 5위(한국갤럽)를 기록하는 등 <아는 형님>은 각종 조사에서도 상위권에 랭크되고 있다.


<아는 형님>이 다양한 연령대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을뿐더러 탄탄한 팬도 보유하고 있는 만큼 비판하기에 조심스러운 건 사실이다. 그런데도 개인적으로 <아는 형님>이 2018년 최악의 예능 프로그램이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 번째는 시청자를 가볍게(?) 여겼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반성의 여지가 없다는 점이다.

<아는 형님>은 신정환 섭외로 구설에 오른 바 있다. 제작진은 지난 12월 1일 룰라 편을 기획하면서 김지현, 채리나와 함께 신정환을 불러들였다. 문제는 대중들이 신정환의 과오에 대해 여전히 반감을 갖고 있었다는 점이다. 물론, 신정환이 불법 원정도박으로 자숙에 들어간 지 7년의 세월이 지났으니 동일 범죄를 저지른 연예인들에 비하면 훨씬 더 긴 근신의 시간을 가진 셈이다.


그러나 신정환의 경우 같은 실수를 다시 한번 저질렀을뿐더러 대중들이 그를 거부하고 있는 실질적인 이유가 ‘뎅기열 사건’으로 대표되는 기만과 우롱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는 형님>은 보다 신중한 태도를 취했어야 했다. 하지만 <아는 형님>은 신정환의 출연을 강행했다. 


<아는 형님>은 2016년 3월 ‘형님 학교’라는 포맷을 취하면서 반등에 성공했었다. MC와 게스트들이 학교를 배경으로 교복을 입고 서로 반말을 나누며 ‘노는’ 것이 주 설정이었다. 그전까지만 해도 1%대의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했던 <아는 형님>은 반전에 성공하며 높은 인기를 얻게 됐다. 콩트에 최적화된 멤버들이 하나둘씩 캐릭터를 잡아나가는 한편, 초대받은 게스트들의 활약이 어우러진 덕분이다.

그런데 바로 그러한 포맷을 가지고 <아는형님>은 유독 여성 게스트가 출연할 때마다 논란에 휩싸였다. MC들은 여성 게스트(특히 여성 아이돌)가 출연하기만 하면 항상 줄타기 발언을 선보였다. 여성 게스트들의 흡연 여부를 묻는가 하면 외모와 몸매를 품평하거나 어떨 때는 스킨십을 강요하기까지 한다. 우격다짐으로 러브라인을 만들기도 하고 심지어 성희롱에 준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이상형을 고르라는 질문은 노골적이었는지 원하는 시아버지의 외모(?)를 고르라고 하기도 한다.

반면, ‘셀럽파이브’가 출연했을 땐 대놓고 떨떠름한 표정을 짓거나 “가발이 왜 똑같아?”, “봉선이 최근에 일부러 살을 찌우고 있는 거야?”, “영미는 원래 이렇게 말랐나?”라는 MC들의 비판이 잇따른다. 그 상황 속에서 여성 게스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크게 없다. <아는 형님>은 이러한 구도를 시스템화했다.


그런가 하면 남성 게스트가 나왔을 땐 ‘성인영상물’로 합심하며 남자들끼리의 진한 우정을 확인하기도 한다.(빅뱅 승리와 그룹 아이콘 편) 이렇듯 여성을 대상화하는 <아는 형님>의 웃음 문법엔 2018년에도 변함이 없고 오히려 더 공고해졌다.


<아는 형님>은 2018년 현재 남성 중심 예능판의 정점이다. 진짜 문제는 그에 대한 지적이 계속되고 있음에도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연 2019년에는 어떨까.

* 외부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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