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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명 부상당한 KTX 탈선사고 알고 보니 ‘인재’

녹취록이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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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연합뉴스

12월 8일 강릉발 서울행 KTX 열차가 탈선해 승객 15명과 코레일 역무원 1명 등 총 16명이 부상당하는 사고의 전후 상황이 자세하게 담긴 관제 녹취록이 공개됐다.


12월 12일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사고 28분 전부터 강릉역 인근 선로전환기가 고장 났다는 신호가 감지됐지만, 경보시스템이 엉뚱한 곳을 지목하는 바람에 역무원들이 헛수고하며 시간을 보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KTX 806호는 관제사들로부터 아무런 관심도 받지 못한 채 강릉역에서 출발했다 탈선 사고를 당했다. 


상황이 시작된 것은 오전 7시 7분. 사고가 일어나기 약 30분 전 강릉기지 관제사는 “선로전환기 이상 신호를 감지했다”고 말했다. 당시 고장은 강릉역에서 서울로 향하는 방향의 철길에 설치된 선로전환기에서 발생한 상태였다. 하지만 경보시스템의 고장 신호는 실제로 문제가 생긴 곳이 아니라 30m 정도 떨어져 있는 다른 철로의 선로전환기를 가리키고 있었다. 경보시스템과 연결되는 선로전환기의 회로가 잘못 끼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출처ⓒ연합뉴스

잘못된 고장 신호를 확인한 구로 관제사는 “큰일 났네, 이거”라며 “H1636 열차가 강릉에서 8시 13분 출발해야 하는데 이것부터 (차량기지에서) 못 나오고 있고 그다음에는 D1691이 있다”고 말한다. 이들 차량은 영동선을 오가는 일반 열차다. 바로 이들은 실제로 이상이 없는 차량기지 쪽 선로전환기에 초기대응팀 등 역무원을 급파한다. 구로 관제사는 역무원이 직접 선로전환기를 제어하는 작업을 뜻하는 ‘수동취급’을 할 준비까지 하라고 당부한다.


이후 7시 17분 구로 관제사가 화제를 바꿔 강릉역에 “806 열차가 나가는 데는 지장이 없느냐”고 묻는다. 곧 탈선 사고가 일어날 서울행 806 열차는 이미 강릉역에서 출발 대기 중이었다. 그러나 강릉역 관제사는 “아 이것은 보낼 수 있다, 신호에서 그렇게 얘기했다”고 답한다. 문제는 실제로 고장이 발생한 곳은 806 열차가 달려갈 철길의 선로전환기였지만, 아무도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후 이들의 관심은 다시 아무 이상 없는 차량기지 쪽 선로전환기로 쏠렸다. 


이들은 806 열차가 출발하자마자 수동취급으로 선로전환기를 조작해 H1636 열차부터 차량기지에서 출고시키자는 의논을 한다. 수동취급에 필요한 승인번호를 주고받거나 작업에 필요한 ‘지도권’과 ‘지도표’ 등을 준비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인다. 


7시 26분 강릉역에 대기 중이던 806호 기장이 ‘출발감속’이라고 외친다. 출발감속은 역에서 이 열차가 출발해도 좋다는 신호등이 떴다는 뜻의 전문용어다. 바로 앞 철길이 어긋나 있지만 이를 알리는 경보가 없으니 출발 신호가 뜬 것이다. 곧 7시 30분 열차는 출발한다. 


관제사들은 7시 34분까지도 문제가 없는 차량기지 쪽 선로전환기의 수동조작에 대해서만 몰두했다. 이윽고 7시 35분. 806호 기장이 관제사들을 두 차례 부른다. 806 열차가 시속 105㎞로 속도를 내다 서울 방향 선로전환기 인근에서 탈선해 아비규환이 된 후였다. 철로에서 튕겨 나온 열차는 차량기지 쪽 선로전환기에서 고장을 확인하던 강릉역 역무팀장 윤모씨를 덮쳐 윤씨가 부상을 입기도 했다.

출처ⓒ연합뉴스

기장은 “분기선에 가다가 열차가 탈선했다”는 충격적인 교신을 한다. 그제야 구로 관제센터와 강릉역에서는 열차가 탈선된 사실을 알게 됐다. 강릉역 관제사는 믿기지 않는 듯 “806 열차, 열차 탈선했다고 했습니까”라며 되묻는다. 강릉기지 관제사도 사태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 채 “806 열차가 올라가다가 탈선했다고 합니다. 기지에서 뭐… 진로를 만진 모양입니다”라고 말했다. 차량기지 통행을 뚫으려고 애쓰고 있다 전혀 생각지 못한 서울 방향 철로에서 탈선이 일어났다는 소식에 적잖이 당황하는 부분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이헌승 의원은 “사고 28분 전에 고장 신호가 감지돼 조금만 더 현장에서 판단을 잘했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지만 아무도 열차를 중지시키지 못했다”며 “이에 대해 국토부가 제대로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에도 인재로 인한 사고였다. 어처구니없는 회로 연결 실수와 엉뚱한 헛수고로 16명의 인명 피해를 입었지만 코레일은 사고가 난 뒤에야 회로가 바뀐 사실을 확인했다. 심지어 모든 열차에 설치하게 돼 있는 블랙박스가 강릉선 열차에는 단 한대도 설치되지 않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상황이 좋지 않았더라면 더욱더 많은 사람들이 사망할 수도 있었던 사고였다. 인재로 발생했던 과거의 수많은 사고를 겪은 이후에도 이 같은 안전불감과 점검 부실이 계속된다면 앞으로도 비슷한 사고는 꾸준히 일어날 수밖에 없다. 당국의 철저한 조사와 관련자 처벌, 제도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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