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꽃뱀'으로 몰고 간 조덕제 사건의 가짜뉴스들
디스패치는 유명한 연예 전문 매체입니다. 연예인들을 끈질기게 추적하며 사진 찍기로 유명합니다. 연예인 관련 특종이나 단독 보도를 여러 차례 내기도 했습니다. (물론, 연예인 사생활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지난 11월 16일 디스패치가 배우 조덕제씨의 강제 추행 사건 관련 기사를 삭제한다며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피해자 신상 노출에 대해 “피해자에게 사과드린다”고 잘못을 인정했습니다. 지난해 조덕제 사건과 관련 단독보도 기사와 영상을 쏟아냈던 디스패치였습니다. 무슨 일일까요?
1. 피해자 신상 노출했던 디스패치
2017년 10월 30일 디스패치는 ‘조덕제 사건 증거, 누구의 것입니까’, 11월 1일 ‘조덕제 사건, 부정하는 것과 외면하는 것들’ 기사에서 피해자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했습니다. 당시까지만 해도 피해자의 신상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보도 후 디스패치는 피해자의 실명을 B씨로 수정했습니다. 피해자 얼굴은 언론중재위 조정 절차를 거쳐 모자이크 처리했습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과 ‘기자협회 성폭력범죄 보도 세부 권고 기준’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자의 주소, 성명, 나이, 직업, 학교, 용모 등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인적 사항이나 사진 등은 피해자 동의 없이 보도하면 안 됩니다.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줄 수 있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디스패치 보도 이후 피해자는 심각한 2차 피해에 노출됐습니다. 디스패치도 이번 사과문에서 자신들의 보도를 가리켜 “부적절한 행위”라고 밝혔습니다. (조덕제씨는 강제추행 및 무고 혐의 일부를 유죄로 인정받아 2017년 10월 13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또한, 올 9월 13일 대법원은 조씨와 검사 모두의 상고를 기각하며 항소심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2. 상황에 대한 오해 유발
2017년 10월 25일 디스패치는 ‘조덕제 사건 메이킹 영상 단독 입수’라는 기사를 썼습니다. 기사 메인 이미지로 감독과 조덕제, 피해자가 함께 있는 사진을 배치했습니다. 거기에 디스패치는 “미친놈처럼”이라는 감독의 디렉션을 말풍선으로 달았습니다.
이 사진은 오해를 일으킬 여지가 있었습니다. 사진만 놓고 보면 세 사람 모두 함께 있는 자리에서 감독이 “미친놈처럼” 연기하라 주문한 것처럼 보입니다. (당연히 이는 읽는 이로 하여금 감독의 주문이 피해자에게도 사전 통지됐다고 생각하게 합니다.) 하지만 해당 디렉션은 감독이 피해자가 없는 상태에서 조덕제씨에게만 따로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사 본문에서는 해당 말풍선에 대해 “아래 디렉션은 조덕제에게 따로 주문한 내용”이라고 설명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기사 본문보다 메인 사진을 먼저 보고 가장 많이 기억하는 온라인 특성상 오해를 유발하기엔 충분했습니다.
현재 디스패치는 관련 기사와 유튜브 영상 등을 삭제했습니다.
3. 피해자 음해한 가짜뉴스 “백종원 협박”
조덕제씨 강제 추행 사건과 함께 나왔던 뉴스가 있었습니다. 바로 ‘백종원 협박’입니다. “어떤 여배우”가 백종원씨 식당에서 식사했는데 배탈이 나서 식당 주인을 상대로 돈을 뜯어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또한, 기사는 해당 배우가 의료 사고를 빌미로 병원에서 거액의 합의금을 받았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상세한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진실과 거짓을 교묘하게 섞은 가짜뉴스였습니다. 해당 배우가 식사 후 배탈이 나 돈을 받은 것은 사실입니다만 그 돈은 보험회사에서 병원비 명목으로 지급한 것입니다. 치료비를 받는 과정에서 여배우의 협박이나 갑질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엔 이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고 설상가상으로 뉴스 속 배우가 조덕제 사건의 피해자였다는 게 인터넷에서 크게 화제가 됐습니다. 이후 피해자는 협박, 사기꾼 이미지를 뒤집어쓰며 (관계없는 사건임에도) 불리한 여론전에 휘말렸습니다. 이렇게 된 이유가 있습니다. 애초 이를 보도했던 기자가 조덕제씨의 재판을 돕기 위해 허위 기사를 작성했기 때문입니다.
조덕제씨의 지인이었던 코미디언 출신 이재포 기자는 허위로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조씨는 이 기사를 토대로 피해자를 허위와 과장의 진술이 있는 인물로 몰아갔습니다. 피해자는 최근 디스패치의 오보에 대해 고발하면서 이재포씨의 가짜뉴스 제작, 배포 또한 고발했습니다.* 이재포씨는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조덕제 사건의 피해자는 디스패치를 성폭력처벌법 위반,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이재포 씨 또한 백종원 협박 관련 가짜뉴스를 배포한 것으로 고소당했다.
현재 디스패치는 피해자의 신상과 얼굴을 공개한 점, 피해자가 연기 주문을 사전 통지 받은 것처럼 오해를 유발한 점, "강제추행으로 보기 어렵다"는 말로 인용된 윤용인 박사가 이후 정식 감정 결과 "추행 및 상해에 해당할 수 있다"고 재감정한 점 등을 언급한 사과문을 게재했다. 이재포 씨는 2심 현재 징역 1년 6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조덕제 강제 추행 사건과 관련해 지금까지 여러 논란이 일었고 수백 건의 기사가 포털사이트 메인을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그 영향력에 비해 수습은 요원하기만 합니다. 언론이 성범죄 관련 사건을 보도할 때 신중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 외부 필진 아이엠피터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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