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 행위에도 절대 삼성을 건들면 안 된다는 언론들

조회수 2018. 11. 26. 15: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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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망하면 한국이 망한다" 그 논리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로 온 나라가 떠들썩합니다. 회계 부정이라는 범죄 행위에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도 있습니다.


월간조선 12월호에는 ’“2021년 글로벌 1위의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기업으로 도약”’이라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이 기사의 부제는 ’특별기획 제2의 삼성전자를 찾아라! ④ 삼성의 미래를 책임질 삼성바이오로직스’였습니다. 


관련 업계에 대한 기획 기사를 연속으로 내보내고 있으니 삼성바이오의 장점도 보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삼성바이오의 범법 행위가 사회적 논란이 되는 지금 기사 어디에서도 분식회계나 회계 부정이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기사는 오히려 삼성바이오가 미래에 중요한 기업임을 강조합니다.

‘지난 7월 《월간조선》이 ‘제2의 삼성전자를 찾아라’는 포럼을 했을 때 4명의 교수가 공통적으로 차세대 삼성전자를 대체할 회사로 꼽은 곳이 여기(삼성바이오)다’
“삼성이 아니면 누가 할까?”
“삼성이 반도체를 해본 경험을 바이오의약품 생산에 적용할 경우 삼바가 글로벌 선두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월간조선 2018년 12월호

이건희 회장의 특명, 왜 2007년이었을까? 

‘오늘날 삼바가 탄생하게 된 것은 2007년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라”는 특명을 내린 것이 계기였다.’
-월간조선 2018년 12월호

월간조선 12월호는 삼성바이오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 2007년 이건희 회장의 특명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이건희 회장은 왜 2007년을 콕 집어낸 걸까요?

출처: ⓒ연합뉴스
▲ 2007년 11월 26일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폭로 기자회견

2007년 10월 30일 삼성그룹의 전직 법무팀장이었던 김용철 변호사는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과 함께 기자회견을 엽니다. 거기서 김 변호사는 삼성그룹의 비자금 50여억 원을 자신이 관리해왔다고 폭로했습니다.


김용철 변호사는 삼성이 삼성물산을 통해 해외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삼성이 삼성중공업 2조 원, 삼성항공 1조 6,000억 원, 삼성물산 2조 원, 삼성엔지니어링 1조 원, 제일모직 6천억 원을 분식회계 처리했다고 폭로했습니다. 


2007년 이 삼성 비자금 사건이 터지기 전 이재용 부회장은 전무로 승진을 합니다. 당시 이재용 부회장의 전무 승진은 그룹 승계 가시화의 첫걸음이라는 분석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폭로 기자회견에서 이재용 당시 전무가 불법적으로 재산을 형성했다는 정황이 담긴 내부 자료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앞서 삼성 그룹 내부에선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헐값으로 발행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이재용 부회장은 한 주에 8만 5,000원으로 평가받던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7천 700원에 대거 사들였습니다. 삼성 법무팀 변호사가 이에 관여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일각에선 이러한 2007년 당시의 상황을 되짚어볼 때 삼성바이오에 대한 ‘특명’ 또한 이재용 경영권 승계를 위해 시작된 걸지 모른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습니다.

경영권 승계에 크게 기여한 삼성에피스

출처: ⓒ월간조선 화면 캡처
▲ 월간조선 2018년 12월호 삼성바이오 관련 기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기술력을 강조하고 있다.

월간조선 12월호는 별도의 지면을 할애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삼바의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삼성에피스)의 경쟁력은?’이라는 제목의 박스 기사에선 삼성에피스의 상당히 디테일하게 묘사합니다. 마치 홍보를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삼성에피스는 삼성바이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그 역할이 단순히 기술적인 역할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2014년까지 적자만 기록하던 삼성바이오는 삼성에피스를 종속기업에서 제외하면서 4조 5,436억 원의 종속기업투자이익을 올립니다. 


당시 삼성바이오는 미국바이오젠이 삼성에피스의 지분을 매입하면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삼성에피스는 삼성의 연결재무제표 대상에서만 제외됐지 삼성계열사로 자금조달은 충분히 받을 수 있었습니다. 상장을 앞두고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보이기 위해 실적이 나쁜 삼성에스피를 제외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이뤄졌던 ‘삼성물산-제일모직(에버랜드) 합병’이 가능했던 이유는 6조 6천억 원으로 추산된 삼성바이오의 미래 성장가치였습니다.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표를 던진 근거였습니다.  


그리고 당시 삼성바이오의 미래 성장가치를 증명한 자료는 삼성바이오가 삼성에스피를 관계회사로 분류해 회계 방식을 바꿔서 만들 수 있었던 자료였습니다. 삼성에피스가 삼성바이오의 상장과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큰 역할을 한 셈입니다. 

대한민국을 겁주는 조선일보의 삼성찬가 

출처: ⓒ조선일보 PDF
▲ 11월 24일 조선일보 3면. 삼성바이오에 대한 옹호 기사로 전면이 채워졌다.

11월 24일 조선일보는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사건에 아랑곳하지 않고 3면 전체를 삼성바이오 옹호 기사로 채웠습니다.


기자는 ‘”삼성도 저렇게 당하는데”… 위기의 대기업, ‘위기’ 말도 못 꺼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마치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문제가 정권이 대기업을 탄압해 일어났다는 뉘앙스로 보도합니다. 


바로 밑에는 ‘’한국 바이오’ 경쟁력 26위… UAE보다도 떨어져’라는 또 다른 기자의 기사가 배치됐습니다. 삼성바이오에 대한 조사 때문에 한국 바이오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논리를 담고 있습니다. 


또, 조선일보는 ‘회계학회 “삼바 사태로 국제회계기준 정착 물거품 되나”’라는 기사에서 이종철 숭실대 교수의 입을 빌려 “기업이 복제약을 개발하는 등 기업 가치가 분명히 올라갔고 이런 것이 평가를 통해 회계에 반영되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지 못한 것이 아쉽다”라고 보도합니다.

“현 정부 들어 시민단체가 대기업의 잘못에 문제를 제기하면 일부 정당이 이를 증폭시키고 결국 정부 기관이 총동원돼 기업을 옥죄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 기업 경쟁력이 한 번 훼손되면 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한데도 이런 문제는 안중에도 없다.”
- 조선일보, 11월 24일

조선일보 24일 자 1면엔 ‘“시민단체가 짜는 ‘대한민국 산업정책’”’이라는 기사가 배치됐습니다. 이 기사는 참여연대의 분식회계 문제 지적이 “삼성바이오 공격”이라고 말합니다. 기업의 범죄 행위에 대한 처벌에는 초점을 맞추지 않고 “기업 경쟁력 훼손”이라는 워딩으로 삼성바이오를 옹호했습니다.

‘2050년의 먼 미래에서 바라본 오늘날의 삼바는 갓 걸음마를 뗀 어린 아이다.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오는 2021년이 사사(社史)에 한 획을 긋는 시점이 될 것이다. 먼 훗날 역사는 이렇게 기록될 것이다. “삼바가 허허벌판에서 글로벌 1위가 되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10년에 불과했다.”’
- 월간조선 12월호

월간조선은 먼 훗날 역사를 운운하며 삼성바이오가 글로벌 1위가 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삼성바이오에 대한 “공격”이 “기업경쟁력”을 훼손시키고 있다는 조선일보의 논지를 생각하면 이러한 표현 또한 가치중립적으로 보이지만은 않습니다.


기업이 위법 행위를 했다면 처벌을 받는다. 당연한 얘기입니다. 하지만 일부 언론은 마치 이를 부정이라도 하듯 ‘나라 망한다’는 논리로 기업 편을 듭니다. 설사 삼성바이고가 글로벌 1위 기업이 된다고 해도 범법 행위를 저질렀다면 단호하게 처벌받아야 합니다. 

* 외부 필진 아이엠피터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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