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내기하다 들은 얘기가 민심이라는 중앙일보

조회수 2018. 11. 22.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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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 좀 함부로 대변하지 마십시오.
출처: ⓒ중앙일보 화면 캡처

하루가 멀다고 벌어지는 일이긴 하나 금일도 모 일간지에서 아주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칼럼을 하나 내셨다. 요새 몇몇 골프 치시는 분 중 특이한 룰을 만들고 그 룰에 대통령의 이름을 붙여 내기하시는 모양인데 여기서 민심을 읽고 청와대는 이제 불통과 독선을 멈춰야 한다는 뭐 그런 칼럼이었다. 물론, 새겨들을 만한 지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 [배명복 칼럼] '문재인 골프'에 담긴 요즘 저잣거리 민심

그런데 난 이 칼럼 쓰신 분께 하나 여쭤보고 싶은 게 있다. 우리나라에 골프장 가서 골프 치면서 내기까지 돌릴 정도로 여유로운 사람과 평생 살면서 골프장 근처에도 못 가 볼 사람 중 둘 중에 누가 더 많을까? 생각할 것도 없이 후자일 것이다. 그래서 지금 정부에 골프장에서 내기 돌리고 골프 끝나고 나서 술 먹으면서 하는 우스갯소리를 ‘요즘 저잣거리’ 민심이라고 진지하게 받아들이라는 말인가?


게다가 그분들의 논리라는 것도 기상천외하기가 짝이 없다. 지금 있는 돈 다 쓰고 모자란 돈은 가진 사람들에게서 빼앗아 지지층에게 나눠주는 것이 현 정부의 정책이란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돈을 너무 안 써서 문제고 빼앗은 적도 없는 것 같은데 아마 그날 골프 내기에서 지신 분이 기분이 나빠서 한마디 하신 걸 칼럼니스트께서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신 것 같다. 그래서 종부세를 올리면 얼마나 올렸고 소득세를 올리면 얼마나 올렸는가?

출처: ⓒKBS <추노>
우리가 아는 ‘저잣거리’ 풍경

사람들은 이따금 민심이라는 말을 너무나 쉽게 입에 올리곤 한다. 그러나 민심은 때로 한데 뭉쳐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 수백만 조각으로 파편화돼 있다. 모든 사람의 이념과 이해관계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종종 보면 그저 본인 주변의 경험적 사실만을 약간의 문장으로 환원해 그 경험적 사실이 무슨 대단한 민심인 양 포장하고 스스로 제갈량이나 장자방이라도 된 듯 우쭐해 하는 양반들이 계신다. 이 글도 마찬가지고.


개인적으로는 현 정부나 대통령의 지지층에서 이야기하는 ‘우리는 국민을 믿는다’라는 레토릭도 좋아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유권자는 대통령이나 정치인들의 큰 뜻(?) 같은 것에는 안타깝게도 관심이 별로 없고 그저 자기 자신이 잘 살기를 바랄 뿐이다. 때문에 대중은 오바마를 뽑기도 하지만 트럼프를 뽑기도 하는 것이다. 노무현을 뽑기도 하지만 이명박을 뽑기도 했던 것이고. 민심이란 것은 원래 그렇게 믿고 안 믿고의 성질을 지닌 것이 아니다.

출처: ⓒ연합뉴스
‘저잣거리’ 체육 활동 중인 이재용, 조지 부시, 이명박

때문에 결국 대중의 어떠한 심리적 흐름을 나타내는 민심이라는 것은 감정을 실어 믿는 것도, 이성적으로 완전히 꿰뚫어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저 광범위한 범위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많은 목소리를 들어 트렌드를 파악하고 그 안에서 개별 시민이나 정치인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지표의 역할을 하는 것이 민심인 것이다. 누가 감히 뭘 대변하고 파악하고 들으라고 한다는 말인가.


아무튼 정신을 차리고 차리지 않고는 본인의 몫이나 언론인으로서의 본업에 충실하시려거든 골프장 출입 잦은 친구분들을 만나시기보다는 20대 취업준비생이나 여성들, 자영업자분들 이야기를 들으시길 바란다. 그 관점에서도 정부 비판할 거리는 차고 넘친다. 물론 친구분들 만나셔서 한잔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렇다고 여유 있으신 분들의 우스갯거리 내기를 민심이라고 당당하게 지면에 기재하시는 건 좀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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