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 성폭행한 해군 장교들이 '무죄'가 된 황당한 이유

조회수 2018. 11. 21. 18:1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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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맛을 알려준다"며 성폭행했다.
출처: ⓒ연합뉴스

부하 여군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던 두 명의 해군 장교에게 2심 재판부가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11월 19일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은 본래 원심에서 징역 10년형을 받았던 가해자 A 소령에게 항소심 무죄 판결을 선고했다. 고등군사법원은 지난 11월 8일 또 다른 가해자 B 대령에 대해서도 원심 판결 징역 8년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두 명의 가해자가 모두 무죄를 얻어낸 것이다.  


성폭행 가해자로 지목된 A 소령과 B 대령은 지난 2010년 9월경 직속 부하 장교인 C 중위를 지속해서 성추행, 성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C 중위의 증언에 따르면 여기엔 상관의 지위와 군, 특히 함 내라는 폐쇄적인 공간성이 적극적으로 활용됐다.  


가해자 A 소령은 업무 시간 내의 강제적 추행, 유사 성행위 강요 등을 포함해 회식 이후 술에 취한 피해자를 직접 강간하는 등의 성범죄를 저질렀다.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범죄 이후로도 지속해서 피해자를 압박했다.  


더불어 여기엔 소위 ‘교정 강간’이라 불리는 성소수자 혐오성 범죄가 덧붙여져 있었다. C 중위는 비 이성애 정체성을 가진 성소수자였는데 이를 안 A 소령이 “남자 맛을 알려주겠다”는 등의 혐오 발언으로 자신의 성범죄를 정당화한 것. 


피해자 C 중위는 아무에게도 도움을 청하지 못했고 결국 강간으로 인한 임신과 임신중절수술까지 경험해야 했다. 

출처: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그런데 C 중위가 임신중절 수술을 위해 사건의 경위를 밝히자 B 대령이 개입했다. 위로를 명목으로 C 중위를 불러 오히려 2차적으로 그를 성폭행한 것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성폭행 범죄인 데다 성폭행 피해자였던 C 중위의 처지를 오히려 자신의 성폭행 범죄에 이용한 악질적인 2차 가해이기도 했다.


이후 C 중위는 군 생활을 계속했으나 지독한 PTSD 증상에 시달렸고 2016년 불안증세에 근무 이탈을 행해 징계 및 전출명령을 받는다. 이때 그 지역을 담당했던 헌병 수사관이 C 중위의 근무 이탈 경위를 집요하게 추적하면서 사건이 알려지게 됐다.  


C 중위는 소용없을 것이라는 무력감과 앞으로의 군 생활에 대한 부담 등을 이유로 처음엔 고소를 거부했지만, 헌병 수사관과 법무관의 끈질긴 설득 끝에 고소를 결심하게 됐다. 이에 2017년부터 재판이 시작됐고 이 과정에서 A 소령의 아내가 ‘가정파괴’ 등을 이유로 민사 소송을 거는 등 C 중위는 또 다른 2차 피해를 겪었다.  


이상의 이야기들은 현재 청와대 청원 페이지에 ‘부하 여군을 강간한 두 명의 해군 간부를 처벌해주십시오.’라는 제목으로 게재된 청원 글에서 피해자 C 중위의 현재 애인임을 밝힌 한 청원인이 피해자의 옆에서 보고 들은 내용을 직접 전한 것이다. 


A 소령 10년형, B 대령 8년형이라는 1심 판결은 이렇게 결코 쉽지 않은 과정 끝에서야 얻어낸 결과물이었지만, 11월 군사고등법원의 판결은 그 모든 것을 뒤집었다.  


두 가해자에 대한 무죄 판결의 이유도 그리 납득이 가지 않았다. “가해자와 피해자 간 성관계가 있었다는 것은 인정되나 폭행이나 협박을 입증할 구체적인 증거를 찾기 어렵다”는 것, 그리고 “피해자의 기억이 오래됐다”는 점 등이 무죄의 이유였다.  


이번 판결에 대해선 이미 증거와 증인이 인정되어 나왔던 1심 판결을 아무런 새로운 증거, 증인 없이 말만으로 뒤엎었다는 비판이 따르고 있다. 피해자의 기억이 오래됐다는 이유 또한 오랜 기간 공론화를 피해오다가 수사관과 법무관의 설득 끝에 고소를 결심했다는 배경을 고려하면 아연한 말이다.

출처: ⓒSBS
여군에 대한 군내 성폭력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2017년에도 해군에선 한 성폭행 피해 여성이 자결했다.

이에 여성계 및 시민단체들이 즉각 반발했다.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고등군사법원 앞에선 군인권센터와 한국성폭력상담소 등의 단체들이 모여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한 함정에서 두 명의 상사가 (부하 여군을) 연달아 성폭행한 것에 대해 둘 다 무죄 판정이 났다”며 군사법원이 군 내 성폭행 가해자들을 공공연하게 보호하고 있음을 비판했다. 군인권센터는 특히 군사법원이 성범죄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 군사법원의 폐지를 요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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