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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비유가 위험한 이유

비유는 사고의 영향을 미친다.
직썰 작성일자2018.11.12. | 6,397  view

한때 화제가 됐던 허지웅 칼럼리스트의 흔한 비유(?)

source : ⓒJTBC <썰전>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한 브렉시트(Brexit)와 관련해 “케이크를 갖고 먹는다(to have your cake and eat it)”*는 표현이 종종 등장합니다. 생각해보면 조금 이상합니다. 케이크를 갖고(have) 나서 먹는(eat) 건 자연스러운 순서이기 때문에 역설이 아니죠.


*케이크는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EU 측이 영국의 비현실적인 요구를 비꼬는 용어로 쓰인다. 

영국 극우 정당인 영국독립당의 레이 핀치 하원의원이 브렉시트 선언을 자축한다며 남긴 사진

source : ⓒ런던AP

원래 표현인 “케이크를 먹고 또 갖기도 한다(eat your cake and have it too)”는 표현에는 조금 더 포스가 있습니다. 브렉시트에 대한 비유 가운데 약간은 농담이 섞인 말이었죠.


조금 더 설득력 지닌 비유들도 있습니다. 동시에 위험한 비유죠. ‘딜(deal, 거래)’ 관련된 비유를 살펴봅시다. 보통 딜이 거부되면 이전의 상태가 유지됩니다. 브렉시트 찬성파는 더 나은 딜을 얻어내기 위해서 영국이 언제라도 그냥 걸어 나간다는 쿨한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들은 “나쁜 거래를 하느니 거래를 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이야기합니다. 


브렉시트가 중고차 쇼핑이라면 맞는 말입니다. 중고차 매물을 살펴보면서 주머니에 든 5천 파운드를 다 쓸 마음은 없는 고객이 있다고 칩시다. 하지만 딜러는 차 값으로 5천 파운드를 원합니다. 거래는 성사되지 않지만, 딜러에게는 차가, 고객에게는 5천 파운드가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나쁜 거래보다는 거래가 없는 편이 낫다는 것은 이럴 때 쓰는 말이죠. 


하지만 브렉시트에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깁니다. 브렉시트로 인해 공급, 무역선이 다 흔들리면 5천 달러도, 차도 없어지는 상황이 올 수도 있으니까요.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영국 잔류파의 시위 모습

source : ⓒ미주헤럴드경제

비유는 중요한 정신적 속기법입니다. 추상적인 것에 대해 생각할 때 구체적이고 익숙한 이미지를 사용하면 큰 도움이 됩니다. 시간은 수평선이고 인생은 여행이죠. 이 두 가지는 서로 맞아 떨어지는 비유입니다. 우리가 시간을 사다리에 비유했다면 길을 따라가는 여행으로서의 인생은 성립하지 않겠죠.


언어학자인 조지 레이코프와 마크 존슨은 저서 <삶으로서의 은유(Metaphors We Live By)>에서 이런 식으로 짝을 이루는 비유는 사람들의 사고에 큰 영향을 미치는 증거라고 주장했습니다. 


비유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요소들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단순함입니다. 현 시국이 복잡하다는 이유로 브렉시트를 ‘해약 조항’이 있는 복잡한 계약에 비유한다면 정확한 비유가 되기는 하겠지만, 복잡한 계약서가 익숙치 않은 다수의 사람들에게 와닿지 않을 뿐이죠. 


단순한 비유를 하다 보면 세부사항이 딱 맞아 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생깁니다. 인생이 여행이기는 해도 여권이 필요한 것은 아니죠. 그럼에도 비유가 갖는 주요 특징이 비유 대상의 주요 특징과 맞아 떨어져야 합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비유는 오해를 낳을 뿐입니다.  


흔히 쓰이는 전쟁을 예로 들어봅시다. 빈곤, 마약, 테러와의 전쟁은 모두 실패했습니다. 왜냐구요? 정치인들이 전쟁이라는 것의 여러 요소 중 하나, 즉, 범국가적인 치열한 노력이라는 부분만을 들어 그와 같은 표현을 썼기 때문입니다. 실제 전쟁의 필수 요소인 적의 존재를 간과하고 말이죠.

90년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노태우 대통령. 많은 국가들이 범죄, 마약, 가난 따위와의 전쟁을 선포한다.

source : ⓒ경향신문

실제 전쟁이라면 싸워서 이기는 게 가능합니다. 우리 편이 우세하다면 적을 설득해 항복을 이끌어 낼 수도 있겠죠. 하지만 마약이나 빈곤, 테러를 대상으로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전쟁이라는 수사에 고무됐던 국민들은 좌절할 수 밖에 없죠. 비유는 역효과를 낳습니다. 손자병법을 모르더라도 이길 수 없는 전쟁은 하지 않는 게 좋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습니다.


미국 대통령이 쓴 비유도 한 번 살펴보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긴다”는 표현을 상당히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스포츠 경기나 전쟁에서 이기는 것은 가능합니다. 보통 패자가 분명하기도 하고요. 윈윈(win-win)과 같이 역설적인 표현도 존재하지만, 이긴다는 것의 본질은 상대가 있는 게임에서 승리한다는 것이죠.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가 만족한 만남이면 뭐든지 승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듯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에서의 승리'와 같은 비유를 즐겨 사용한다.

나쁜 비유의 영향력이 제한적이듯 그것을 더 나은 비유로 대체하는 데에도 제한이 있습니다. 스탠포드대학에서 나온 한 연구에 따르면 범죄를 괴물로 비유하다가 바이러스로 묘사하자 실험 참가자들이 제시한 범죄에 대한 대책도 달라졌습니다.  


범죄를 괴물로 여겼을 때는 법과 질서로 범죄와 싸워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바이러스에 비유하니 공공보건 정책에 가까운 해결책을 떠올리기 시작한 것이죠. 그러나 비유를 바꾸어도 법과 질서 풍의 해결책이 여전히 다수라는 사실 역시 드러났습니다. 비유를 바꾼다고 마법처럼 사고가 달라지지는 않는다는 의미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비유를 더 나은 표현으로 대체하려는 노력은 중요합니다. 사람들은 익숙한 표현에 애착을 갖고 있기 때문에 쉬운 일은 아니지만, 불가능도 아닙니다. 익숙한 비유법을 대체할 비유는 명료하고 설득력이 높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브렉시트는 금융 거래보다는 이혼에 가까운 개념입니다. 갈라서기는 고통스럽습니다. 서로 좋지 못한 감정으로 갈라선다면 비용도 더 들고 가족들도 상처받기 마련입니다.  


이혼 비유는 보다 정확하지만, 더 우울한 비유인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또 다른 본능, 즉 좋지 않은 일은 생각하고 싶지 않은 마음을 거스르는 비유가 되는 것입니다. 

* 외부 필진 뉴스페퍼민트 님의 번역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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