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옷을 위해 산 채로 털이 뽑히는 동물들

조회수 2018. 11. 12. 14: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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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옷장은 안녕하신가요?

*다소 잔인한 사진이 포함돼 있습니다.

인간의 겨울나기

불지옥을 연상케 했던 여름 “겨울은 딱 이 반대만큼 추울 거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정말 현실이 될 것도 같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사람들은 10월 말부터 패딩을 꺼내 입기 시작했다. 온갖 의류 매장은 ‘다가올 한파를 위한 세일’에 전념하고 있다.

출처: ⓒ고함20

니트, 앙고라, 코트, 패딩, 야상 등 추위에 연약한 인간을 위한 선택지는 많다. 그런데 이 의류들의 대다수는 동물의 털로 만들어진다. 그리고 의류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대부분 동물에겐 잔혹한 일이다. 연약함을 극복하기 위해 잔혹함을 택하는, 다소 이상한 인간들의 겨울나기다.

당신은 스무 마리의 거위 사체를 걸치고 있다

겨울 필수템 패딩. 시중에 판매되는 대부분의 패딩 상품엔 구스다운 혹은 덕다운이라 쓰여 있다. 다운(down)은 새들의 가슴 부위 피부와 가장 가까이 있는 부드러운 솜털이다. 이 구스다운 패딩 하나를 만들기 위해 15~20마리의 거위가 희생된다.


생후 10주부터 시작해 6주 간격으로 털을 뽑아내면서, 도중 상처가 나면 실과 바늘로 살을 꿰맨다. 어떤 과정에도 마취는 없다. 이들은 많게는 15번까지 산 채로 털을 뽑히다 도살당한다.

출처: ⓒpeta

라쿤 털 야상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비좁은 철장에서 자라며 정형행동만 반복하게 되는 라쿤은 때가 돼야 철장에서 꺼내진다. 물론, 도살의 순간이다. 작업자는 라쿤을 철장에서 꺼내 바닥에 내동댕이친 후 둔기로 때려 기절시키고 이들이 고통에 몸부림치는 순간 목과 머리를 밟아 가죽을 벗겨낸다. 가죽이 벗겨진 피투성이의 라쿤 사체는 한쪽에 산처럼 쌓인다.


이 필요 이상으로 잔혹한 과정은 옷에 고급스러움을 더해줄 모자 끝의 털 장식을 위해서 존재한다. 물론, 여우 털의 생산 과정 역시 비슷하다. 고급과는 거리가 먼 잔혹한 과정이다.


모 혹은 울 코트는 낭만적일까. 양은 털이 많으니 털갈이를 할 때 쌓이는 털을 주워 모아 만들면 될 거란 생각은 환상이다. 사실 동물의 털은 쉽게 오염될 수 있다. 양질의 털을 얻기 위해선 뮬싱 단계를 거쳐야 한다.  


뮬싱은 주름이 많은 엉덩이, 꼬리 부분에 배설물이 묻어 구더기가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엉덩이 부분 살을 도려내는 과정을 말한다. 끝이 아니다. 뮬싱을 거친 양들은 털 깎기 과정에서도 피투성이가 될 때까지 주먹으로 맞고, 걷어차이며 털을 깎인다.

출처: ⓒpeta

앙고라 토끼의 털로 만들어진 앙고라 니트도 마찬가지다. 토끼는 산 채로 고정돼 털이 잡아 뜯기고 인간은 그렇게 해 길고 좋은 털을 얻는다. 빨리 많은 털을 얻는 방법도 있다. 귀를 잡고 가위로 털을 자르는 방법이다. 토끼들은 석 달에 한 번씩 이 과정에 동원된다.

그렇게 따지면 살 옷이 없을 수도 있지만

물론, 이런 얘기를 들으면 많이들 곤란해한다. “나도 그래서 안 사려고 했는데 동물 털, 가죽 안 들어간 옷이 없어.” 어느 정도는 사실이다. 인터넷 쇼핑몰, 길거리 의류 매장부터 아울렛, 백화점 명품, 브랜드 숍까지 동물 성분이 없는 옷은 찾기 힘들다.  


지난겨울 ‘난 다운 패딩은 죽어도 못 입어’라는 마음으로 아울렛의 패딩 성분표를 전부를 일일이 확인했지만, 다운 패딩을 벗어난 패딩의 리스트는 다섯 손가락을 겨우 넘었다. 의류 산업 자체가, 특히 겨울 의류 산업은 대부분 동물 착취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안은 있다. 웰론, 폴리에스터, 면, 인조가죽 및 인조 털(fake fur) 등이 그 대안이다.


비건 의류 브랜드로는 대표적으로 낫아워스(nor ours), 비건타이거(vegan tiger) 등이 있고 ZARA, H&M, PULL&BEAR 등 SPA 브랜드 매장에서도 일부 발견할 수 있다. 퍼 프리(fur free)를 선언하는 기업 역시 조금씩 많아지고 있다. 조금만 품을 판다면 신소재 충전재를 이용한 패딩 역시 찾을 수 있다.  


이 긍정적인 변화를 지속해나갈 힘은 결국 생산자, 기업가가 아닌 소비자다. 구스다운에 대한 수요, 울 코트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면 시장과 산업은 분명 변한다.

출처: ⓒfur for animals

오늘 작년에 품을 팔아 마련한 폴리에스터 충전재 패딩을 꺼냈다. 이 롱패딩으로 추운 줄 모르고 지난겨울을 났지만, 여전히 그런 것들은 (다운보다) 안 따뜻하다는 사람들이 있다. 설령 진짜 그런들 조금 더 추우면 어떤가. 웰론은 초경량화 구스다운 패딩보다 무겁지만, 조금 더 무거우면 어떤가.


나는 피투성이가 된 거위의, 토끼의, 라쿤의 사체를 짊어지고 걸치는 것이 더 무겁고 더 춥다. 올겨울은 살아 숨 쉬는 모두에게 보다 따뜻한 겨울을 마련해보는 것은 어떨까.

* 외부 필진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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