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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잡' 출연자들이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이유

조회수 2018. 11. 6. 1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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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청하고 성찰하자.

피렌체에서 르네상스(Renaissance)의 기운을 느끼고 온 잡학박사들. 이번에는 경상남도 진주를 찾았다. 진주성을 방문해 김시민 장군의 발자취를 느끼고 임진왜란(조일전쟁) 당시 목숨 걸고 싸웠던 의병과 무참히 살육당했던 진주성민들을 기렸다. 논개라는 인물의 자취와 죽음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도 가졌다. 자연사 박물관에선 공룡으로 가득했을 지구를 떠올리며 인간의 유한함을 상기하기도 했다.


각자의 여행을 마친 잡학박사들은 소박한 식당에 둘러앉았다. 논개에 대한 팩트 체크에 나서더니 국가주의 서사로 점철된 논개 이야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의심 많은 과학자 김상욱 교수가 운을 띄우자 유시민 작가는 “국가라는 어떤 권위 있는 인간 조직을 위해서, 한 여인이 국가를 위해서 뭘 한 것과 같이 스토리를 만들어낸 이 서사가 왠지 불편”한 것이라고 정리한다. 


tvN <알쓸신잡3>가 지식이라는 관점에서 시청자들을 감탄시키는 경우도 많지만, <알쓸신잡3>(뿐만 아니라 시리즈 전체)의 가장 큰 미덕은 사유의 관점에 있다. 즉, 단순히 몰랐던, 혹은 알아두면 쓸데없는(?) 정보를 습득하는 차원을 넘어 사람들을 생각하게 한다. 다양한 주제를 여러 관점에서 바라보고 이를 통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고민할 수 있게 말이다.

그 신념은 무릇 강한 힘에 대한 반항이 되었고 그러한 반항 정신이 문학을 하게 한 중요한 소지가 되었을지는 모르지만 인생에 있어서 나를 고립시키고 말았다.

- 박경리, 「반항 정신의 소산」 중

지난 11월 2일 7회 방송은 특히 그랬다. 잡학박사들의 대화는 논개를 거쳐 박경리 작가로 이어졌다. 여성으로서 힘겹고 불안정한 시절을 보냈던 박경리 작가의 삶을 반추하던 중 많은 제약에 묶여 있던 여성의 삶으로 이야기가 옮겨졌다. 꿈을 꾸되 그것을 키워나갈 수 없었던, 현실의 높은 벽 앞에 말없이 돌아서야 했던 그 시절 수많은 여성의 좌절에 대한 공감과 반성이 이어졌다.


유희열은 “최근에 페미니즘, 여성에 대한 문제가 공론화되기 시작하면서 얘기들이 많이 나오기 시작했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김영하 작가는 “어떤 사람들이 어떤 의제를 제기하고 자신들에게 절실한 문제를 이야기할 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입을 다물 필요가 있다. 그들이 이야기하도록 좀 들어야 한다. 사회 전체가”라며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그의 말처럼 누군가를 이해할 땐 경청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김상욱 교수는 숫자의 문제를 제기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불균형에 대한 이야기다. 그는 과학의 영역에도 숫자(성비)의 불균형이 심각하다고 털어놓았다. “숫자가 맞지 않으면 여성이라서 생각하는 문제점들을 남성이 인지 자체를 못 하게 된다”면서 자신도 과거에는 “여성의 생리, 임신, 육아 이런 문제들을 인지해 본 적이 없었다”고 고백했다. (숫자의) 불균형이 오해와 차별을 낳기도 한다는 요지였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요, 더 근본적인 걸 이야기합니다. 저는 그게 굉장히 반가워요. 더 근본적인 게 뭐냐면 내가 일상에서 느끼는 거북함, 불편함, 이거를 왜 이러고 살아야 하느냐.

‘유일한 여성 출연자’인 김진애 교수도 말을 보탰다. 그는 여성들의 사회 진출, 다시 말해서 직업적인 부분에서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이지만, 그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를 꺼내 놓았다. 바로 일상적인 삶에서 느끼는 불편함, 피부로 느껴지는 거북함이다. 예를 들면 여성 차별적 언어라든지 여성의 신체에 대한 포르노적 시선의 거북함 같은 우리가 일상에서 부딪치는 문제들 말이다.


그리고 지금 세대는 그런 불편함과 거북함을 예전의 자신처럼 참고 견디지 않고 적극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의지를 보인다고 지지를 보냈다. 떳떳하게 자신의 문제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고 변화를 추동하는 에너지를 발휘하는 데 대해서 말이다. 김진애 교수는 불편함이야말로 훨씬 더 중요한 이야기라고 강조하면서 그 부분이 고쳐지면 나머지 문제들은 자연스럽게 없어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여성들이 주체가 되어서 여성들만이 나가서 여성들의 언어로 이야기하는 건 반만년 만에 처음이야.

남자 패널들만 가득했던 <알쓸신잡>이 시즌3에 김진애 교수가 참여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듣고 싶었던 건 아마 이런 이야기들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지만, 그것이 여성의 관점에서 여성의 언어로 이야기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럴 때 우리가 좀 더 근원적인 문제의식을 갖고 좀 더 처절하게 고민하고 사유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가 견지해야 하는 태도는 김영하 교수의 얘기처럼 경청이다. 그다음에는 김상욱 교수와 유희열이 그랬던 것처럼 반성과 성찰일 것이다. 자신의 영역에서 자신이 겪었던, 혹은 자신이 부지불식 간에 저질렀던 잘못들을 고백함으로써 공감의 영역을 넓혀가야 한다. 유희열의 말처럼 이 문제는 빠져나갈(피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결국 우리 모두의 문제니까.

* 외부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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