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에도 이자가 붙는다

조회수 2018. 11. 6.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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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은 더 큰 가난을 부른다.

미국의 가수 테이 존데이(Tay Zonday)의 트윗에서 유명해진 표현이 있다. ‘가난에는 이자가 붙는다(Poverty charges interest)’. 그의 설명을 빌리자면 만약 누군가 치약, 칫솔을 살 돈이 없다면 내년에는 임플란트 비용을 청구받는다. 가난해서 사지 못한 치약, 칫솔이 치아를 상하게 하고 이는 결국 임플란트 비용으로 이자가 붙어서 돌아온다는 얘기다.  


이를 경제적으로 풀어 설명해 보자면 결국 경제에서 모든 소비자후생의 총량은 시간이 가며 증가할지 몰라도 그 분포 역시 더욱 넓어진다는 뜻이다. 경제학에서의 소비자후생은 ‘지불의향가격’ 과 ‘시장가격’의 차이에서 오는 소비자의 이득을 일컫는 말이다. 그러니까 특정 상품에 대해 소비자가 최대한 지불해도 좋다고 생각하는 가격(지불의향가격)과 실제로 지불하는 가격(시장가격)의 차이 말이다. 또한, 이는 다양한 시장에 적용이 가능하며 여러 가지 경제적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

먼저 가난의 이자라는 것은 결국 가난한 사람은 어떤 재화를 구입하든 자신의 실질 지불의향가격이 재화의 시장가격보다 낮거나 아주 약간 높을 수밖에 없으므로 이렇게 쌓인 적자가 결국 가난의 이자로 누적돼 빈곤을 더욱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빈곤층은 재화의 가격이 높은 편인 일부 의료서비스 등을 주기적으로 구입하지 못함으로써 미래에 더 큰 시장 가격을 지불하고 해당 서비스를 구매해야 할 위험도 있다.


노동시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빈곤은 특정 경제적 주체에게 추가적인 교육의 기회나 사회적 자본(주로 윤택한 삶을 영위하는 친구들이나 지인들) 취득 기회를 박탈함으로써 해당 경제적 주체의 노동 숙련도를 영구히 비숙련 상태로 정체시킨다. 때문에 이러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은 시장에서 균형적으로 형성된 임금 이하에서만 노동시장에 참여하게 될 확률이 높다. 서비스 종류와 시간도 마찬가지이다.

출처: ⓒ연합뉴스

이를테면 한밤중에서 새벽은 상대적으로 범죄가 일어나기 쉽다는 통계적 사실만 갖고 접근하자면 이번 거제도에서 일어났던 안타까운(그리고 부산 일가족 폭행치사 사건과 마찬가지로 분노를 금할 수 없는) 사건 역시 피해자가 극심한 빈곤으로 인해 우범 시간대에 형편없이 낮은 금액으로 노동을 할 수밖에 없게끔 경제적으로 막다른 골목에 몰린 삶이었다는 점을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된다. 사회적 문제는 곧 경제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정부에서는 빈곤층이 이러한 가난의 이자를 너무 지나치게 물지 않도록, 즉 빈곤한 사람이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소비자후생을 다양한 시장에서 누릴 수 있게끔 다양한 복지 정책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논의를 바라보다 보면 좀 씁쓸하다. 플랫폼 경제의 적극적 도입을 통한 성장만이 우리에게 장밋빛 미래를 가져다줄 거라는 담론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플랫폼 경제는 다양한 분야에서 소비자후생을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확대시킨다. 그러나 현재 전 세계에서 정치적 문제로까지 비화되는 불평등을 아마존, 구글, 우버, 에어비앤비가 해소하고 있는지는 검증된 바가 없다. 오히려 유의미하게 확대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있어도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버가 규제받는 나라라는 이유로 경제가 망하지 않은 게 다행이라는 분석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21세기의 성장이 빈곤층에게 강요되는 가난의 이자를 변제해 줄 수 있을지 나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가난의 이자는 처음에는 그저 조그만 경제적 대가를 요구할 뿐이지만, 결국에는 빈곤층의 기본권마저 하나씩 앗아간다. 아무리 격차가 당연한 자본주의 사회라지만, 생각해 보자. 평생 빈곤하게 살던 사람이 가난의 이자를 목숨으로 갚아서 빈곤을 마감하는 것은 절대 정상적인 사회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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