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에 '아내의 내조' 강조하는 한 예능

조회수 2018. 10. 31. 15: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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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세 번 남편이 따뜻한 밥을 먹게 해야 된다."

24년 차 부부 김한길-최명길이 tvN <따로 또 같이>에 본격적으로 합류했다. 그들 부부의 일상이 약 50분가량 방송됐다. 오전 6시 무렵 일어난 남편 김한길은 배달된 일간지 5종을 읽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그렇게 2시간가량 신문만 읽었다. 그것 말고는 마땅히 하는 일이 없었다. 아침 시간, 그는 온전히 자신만을 위해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반면 아내 최명길은 아침부터 꽤나 바빴다. 홀로 식사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연어를 굽고 냉장고에서 반찬들을 꺼내 무려 11첩 밥상을 마련했다. 아침을 차리는 중간에 막내아들을 깨우는 것도 최명길의 몫이었고 책을 읽는 남편에게 커피를 대령하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두 사람의 아침은 이렇듯 극명히 대조됐다. 그때 김한길은 이렇게 말한다.

장모님한테 감사해야 되는 게 결혼 초부터 남자는 부엌에 발 들여놔선 안 된다. 안주인은 하루에 세 번 남편이 따뜻한 밥을 먹게 해야 된다. 아침에도 꼭 새로 밥해서 줘야 된다. 그런 것이 우리 장모님의 대원칙이었어요.

김한길의 연령대를 생각하면 장모님의 가치관이 놀랄 일화는 아닐 것이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이 있었으니까. 그런데 2018년에 저런 말을 "장모님에게 감사해야 되는" 일이라 말하는 건 놀랍다. 지금 시대에 이런 일은 외려 아내에게 미안한 일이 아닐까?

<따로 또 같이>는 작정하고 최명길의 내조에 포커스를 맞춘 듯 보였다. 최명길은 김한길의 외출복을 세세히 챙겨줬고 여행을 가기 위해 짐을 쌀 때도 하나에서 열까지 모든 부분을 신경 썼다.


거기에 김한길이 폐암을 선고받고 투병 생활을 했다는 사실까지 더해지면서 최명길표 내조의 감동은 배가됐다. 김한길은 "늙을수록 더 필요한 사람"이라며 최명길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제작진의 입장에서 김한길-최명길 부부를 포장할 수밖에 없었다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다양한 양태의 부부를 보여주는 데 목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모습이 마치 이상적인 부부의 그것인 양 비춰주는 건 불편한 일이었다. 


당장 강성연은 "우리 시어머님도 (남편에게 따뜻한 밥을 먹이라고) 그러셨는데 너무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고 다른 남편들은 아내에게 최명길을 본받으라며 눈치를 줬다. 


김한길이 폐암 4기 판정을 받고 신약을 투약받아 완치를 앞둔 시점에서 이런 비판을 하는 게 모질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투병 생활을 하느라 몸이 약해져 집안일에 소홀했을 수도 있다. 그만큼 최명길이 더욱 신경을 써서 보살폈을 것이다.


그러나 김한길의 발언들을 종합해 보면 그가 이전에도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은 남편이었을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그가 (성역할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옛날 남편'이라는 사실은 변함없다.

부부가 같이 여행지로 떠나서 따로 여행하는 콘셉트의 <따로 또 같이>는 제법 신선하고 흥미로운 프로그램이었다. 결혼이란 무엇인지 부부란 무엇인지 고민해 볼 수 있는 지점도 있었다. "의리도 사랑"이라는 박미선의 말에는 울림이 있었다. 예능적으로도 충분히 재미가 있었고 꾸미지 않은 솔직한 모습에서 담백함도 돋보였다.


26년 차 부부 박미선-이봉원, 7년 차 부부 강성연-김가온, 5년 차 부부 심이영-최원영을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시청자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나타나는 부부의 변화 양상(?)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고 각자 자신의 입장을 대입해 감정이입을 하기도 했다. 방송이 끝난 후 시청자들은 '우리 부부도 그렇다', '우리 부부는 이렇게 위기를 극복했다'는 등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다. 


그런데 김한길-최명길 부부의 합류로 <따로 또 같이>는 성역할 면에서 고정관념을 강조하는 측면이 엿보였다. 주 시청자인 중장년층을 겨냥한 전략이라고 봐야 할까. 당장 시청률이 1.435%에서 2.543%로 껑충 뛰어오르긴 했지만, 아쉬움이 남는 건 그래서일까.

* 외부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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