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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 PC방 살인사건' 담당의의 글은 공익적인가?

조회수 2018. 10. 22. 1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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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성이 누군가에겐 이득이 될 때

누군가에게 언어가 발화될 때 그 언어가 힘을 가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지금과 같은 연결 사회에서는 당사자성이 가장 강력한 무기 중 하나가 된다. 뭐든 인증하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못하는 세계에서 특정 현상에 대한 당사자성은 언어에 가장 강력한 설득력을 부여한다. 동시에 해당 현상이 대중에게 자극적이면 자극적일수록 더 많은 공감을 확보할 수 있다.


10월 19일 강서구 PC방 살인사건과 관련해 남궁인 선생님이 썼던 글이 그렇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것도 마찬가지다. ‘사건 발생 당일 응급실 당직의’라는 그분의 신분은 피해자와의 강력한 연결고리를 형성함과 동시에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이라는 사회적 현상의 당사자성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를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사건 당시 피해자의 모습을 지나치게 상세하게 묘사한 것으로 인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 것이지만. 


남궁인 선생님은 사건 발생 직후에는 일종의 공익이 없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사건을 알게 된 후 사건 당시의 술회 및 주관적인 감정을 덧붙였다는 이야기를 서두에 붙였다. 솔직히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당시 응급실 당직의가 공익에 기여하려면 의료 관련 소견과 기록을 수사당국에 제출함으로써 가해자가 공정한 법률적 판단을 받게끔 하면 마무리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이외의 것들은 의료인의 본분과는 별개의 범주다.

출처: ⓒ연합뉴스

그렇기 때문에 피해자의 처참한 신체를 거리에 전시하듯 묘사하는 것이 내용을 더욱 자극적으로 만들어 사람들의 관심을 이끄는 것 외에 대체 어떠한 ‘공익적’ 목적이 있었던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물론, 남궁 선생님은 유명한 분이시니 쓰시는 글이 비자발적으로라도 공익적 작용을 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기엔 글의 본문은 줄어들지 않는 범죄 행위에 대한 무력감, 심신미약 처벌 강화 여론에 대한 일말의 실망 그리고 공정 수사를 촉구하는 내용뿐이었다.


결국, 피해자가 삶을 마감하는 순간을 마지막까지 지켜본 의료인으로서 남궁인 선생님은 그 연결고리와 당사자성을 올바르게 활용했는가? 의도를 해석하지는 않는다고 쳐도 말이다. 그 글에 달린 10만 개의 댓글 중 대부분은 서로서로 친구를 태그하며 세상이 이렇게 무섭다. 범죄가 이렇게 무섭다고 이야기하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결국 피해자의 모습을 전시한 부분 외의 내용이 대체 무슨 의미를 가지게 된다는 말인가. 


솔직히 너무나도 씁쓸하다. 이 문제로 사람들은 편이 갈려 나뉘어 싸우고 이미 세상을 떠난 피해자는 돌아오지 않겠지만, 소셜미디어에서 유명한 ‘작가 남궁인’의 팔로워는 지금도 수천 명씩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 작가를 겸업하는 그분에게 솔직히 이것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이득이 아니라고 감히 부정할 수 있는가?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했는데 혼자 이득을 본 사람이 존재하는 것은 정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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